안녕하세요, 운동화 디자이너 성호동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운동화와 자동차에 미쳐있었습니다. 업으로 운동화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가득합니다. 며칠 문득 운동화 쿠셔닝에 대해 여러분들도 좋아하시는 자동차와 비교해서 이야기해보면 재미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껏 테드에 눈팅만 하는 것도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 ㅎㅎ 지인과 맥주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재미삼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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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쿠셔닝의 필수 요소는 충격 흡수와 반발력입니다. 충격 흡수력은 보통 자신의 체중 이상의 충격이 발바닥에 가해질 흡수하는 정도를 말하는데, 충격 흡수만 좋다면 걷거나 뛰기에 매우 불편합니다. 예를 들면 맨발로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걸을 충격 흡수는 좋은데, 반발력이 전혀 없으니 힘든 것처럼 말이죠. 반발력은 다이빙보드나 스프링을 생각하시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반발력은 충격 흡수와는 반대로 소프트한 소재보다는 탄성과 밀도가 높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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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는 서스펜션, 스프링과 댐퍼가 충격 흡수와 반발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죠. 또한, 타이어 튜브의 역할도 매우 큽니다. 인치업을 하면 튜브의 두께가 줄어들면서 충격 흡수하는 공간도 적어져 충격 흡수력이 떨어집니다. 튜브가 두꺼우면 푹신한 승차감에 유리하듯이, 요즘 러닝화에서도 두꺼운 중창(midsole) 많이 쓰고 있습니다. 타이어를 이야기할 인치와 평편비 같은 단어를 쓰듯이, 운동화(특히 러닝화)에서도 스택(stack) 드랍(drop) 같은 단어를 쓰는데, 스택은 stack height(중창의 높이), 드랍은 heel to toe drop(뒷꿈치 높이와 앞꿈치 높이 차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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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이어의 발전과 함께 운동화의 역사도 시작되었습니다. 찰스 굿이어가 1839년에 가황공법(vulcanization) 개발하면서 고무의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1900년대 초반부터 대량생산되는 포드 자동차에 쓰이기 시작하면서 여러분이 아시는 굿이어 타이어 브랜드의 명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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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까지는 대부분의 신발이 두꺼운 돼지 가죽이나 나무를 깎아 만든 밑창이었는데, 가황 공법이 소개되면서 내구성이 좋은 고무 밑창의 운동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지금까지도 가황 공법으로 만들어지는 운동화가 바로 컨버스 테일러입니다. 모델은 한마디로 운동화 역사상 가장 대단한 사기 캐릭터입니다. 100 이상 별다른 추가 개발비 없이 매년 수백만 족씩을 판매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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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대부분의 운동화 쿠셔닝이 (foam) 소재의 중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EVA PU 계열이 대부분이었고, 40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운동화의 중창(midsole) 소재입니다. 중창 기술 중에 가장 획기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나이키 에어였습니다. NASA 엔지니어였던 프랭크 루디가 개발한 에어 튜브를 운동화 중창에 넣은 것으로, 아직까지도 판매량이 높은 중창 테크놀로지입니다. 그런데 나이키 에어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구멍이 나거나 터지면 무용지물이 되는 거죠. 타이어는 사실 웬만한 펑크는 수리가 가능한데, 나이키 에어는 AS 전혀 불가능합니다. 사실 나이키 본사에서도 이를 알고 있지만, 내구성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제가 본사 직원일 느낀 점도아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였습니다. 계속 팔리니까 계속 레트로하고 새로운 에어 모델들을 내놓는 거죠. 어쩌면 이런 안일한 대처도 현재 나이키가 추락하고 있는 원인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는 자동차를 , 특히 출장 렌트카 선택 시트가 편한 차를 선호합니다. 제가 허리 디스크/협착증도 있고 덩치도 편이라서 아무래도 저에게 맞는 시트가 아니면 운전하다가 피로가 정말 많이 쌓이더군요. 허리 곡선을 받쳐주는 럼버 서포트는 저에게 필수입니다. 운동화에서는 깔창(인솔) 자동차 시트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치가 높은 사람이나 아예 평발은 깔창의 가운데 모양이 달라야 하는 것처럼, 깔창은 운동화 핏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깔창도 자동차 통풍 시트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 아무래도 /피부 건강에 좋습니다. 소재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고가의 차량일수록 시트 내부에 좋은 소재의 코일과 고밀도 스펀지 패딩을 사용합니다. 신발의 깔창도 비싼 모델일수록 고밀도 폼이나 오솔라이트(Ortholite) 폼을 사용하는데, 확실히 값싼 제품들은 훨씬 빨리 쿠셔닝이 주저앉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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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충격 흡수와 반발력을 요구하는 많은 제품에 쓰이고 있고, 자동차 시트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00년대부터 엉덩이 부분과 볼스터, 등과 헤드레스트에 쓰이는 소재의 경도를 각각 다르게 적용해서 아늑하고 편안하면서도 서포트하는 곳은 조금 단단한 느낌이 드는 시트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업계에서는 zonal support라고 부르더군요). 운동화에서도 가지 경도의 (dual density foam) 사용해서 내외측은 단단하고, 뒷꿈치 중앙 부분은 소프트한 폼을 쓰는 , 세밀한 구분 적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소재의 한계는 충격 흡수와 반발력이 좋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충격 흡수와 반발력은 서로 반대의 성질이기 때문이죠. 특히나 소재에서는 소프트하면 충격 흡수는 좋으나, 반발력이 저조합니다. 좋은 예시가 메모리폼입니다. 앉거나 누우면 푸우욱 꺼지는데, 다시 올라오는 반발력은 눈에 보이게 느리고 미미합니다. 반대로 단단한 폼은 반발력은 좋은데, 충격 흡수는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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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운동화 브랜드들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TPU, TPE, PEBA, EVA 등의 소재들을 섞어보면서 애를 쓰고 있습니다. 결과 착화감이 상당히 개선된 쿠셔닝들이 엄청 쏟아져 나왔는데, 10 아디다스 부스트를 필두로 나이키 X, 뉴발란스 퓨얼 (fuel cell) 여러 가지 소재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역시 테스트해보면 어쩔 없는 소재의 한계는 바로복원력입니다. 현미경으로 소재를 자세히 보면 마치 스펀지같이 구멍이 슝슝 뚫려 있고 얇은 막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사람의 몸무게가 반복해서 압축하면 얼마 가서 찌그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테스트를 해보면 소프트한 폼을 운동화는 2~300km 주행 , 단단한 폼의 운동화는 4~500km 주행 2~30% 이상 두께가 감소합니다. 두께가 줄어든 만큼 복원력이 상실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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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트도 운전석 좌판 쿠션이 다른 곳보다 금방 꺼지고, 특히 타고 내릴 쪽에 가까운 좌판 쿠션이 제일 심한 하중을 받게 됩니다. 시트가 당연히 소재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프레임과 코일 등으로 기본 지지대의 설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무릎 십자인대/연골 수술과 허리 디스크도 3번이나 터지고 나서 운동화건 자동차건 제일 중요한 쿠셔닝이 되어버렸습니다. ^^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된 차를 타보면 차이가 느껴지듯이, 운동화도 쿠셔닝 차이가 천차만별입니다. 어떻게 보면 에어서스펜션이 나이키 에어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터지면 끝이라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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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운동화와 자동차랑 비슷하다고 생각한게 많았는데 오늘 두서없이 이야기해봤습니다. 
뭐든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