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올라오셔서 동생네와 함께 양재에서 점심을 했습니다. 발레파킹을 맡겼습니다. 보조원이 울 딸래미

를 보고 딴에는 나가기 쉬운곳에 주차시켜준다고 하다가 다른 차와 조수석쪽 범퍼~휀더까지를 받아버렸습

니다. 휀더가 약간 들어가고 범퍼부터 다소 긁혔더군요.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며 대물 배상 보험 들어둔 거

있다고, 연락처를 주면서 수리하라고 하네요. 그렇게 밥먹고 울 마누라가 몰고 귀가하던 중,

 

평촌역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네시스가 와서 살짜쿵 '쿵'했답니다. 제네시스 운

전자가 내려서 보더니 왜그랬냐고 다짜고짜 따지더랍니다. 울 마누라는 좀 차분한 성격인데 '신호 대기 중이

라 서있었는데 뭐라고 그러시냐'고 했다네요. 그제서야 꼬리 내리고 별 거 아니니 그냥 가라고 반말 투로 하

고는 차안으로 가버리더라는군요. 그대로 제게 전화를 했지만 멀리 있는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보험회사에

전화하라고...

 

2시 경이었으니 얼마나 더웠겠습니까? 상대방 운전자는 그대로 차 안에 들어가서 음악을 듣고 있떠랍니다. 잘

잘못을 떠나서 예의가 아니죠. 차분한 울 마누라도 열이 받치더랍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고, 그래

도 열 좀 올려 따졌다나요. 그랬더니 운전면허증 던져 주면서 할거 있으면 하라고 그러더라는군요. 보험 접수

하니 상대방 과실이니 상대방 운전자가 신고해야한다고... 근데 이 남자는 살짝 비웃으면서 그깟걸로 뭔보험이

냐, 차도 멀쩡하구만... 등등...

 

다혈질인 제가 되려 열받아서 112 접수하라고 했습니다. 곧이어 112 출동하고, 사진 찍고, 사고 접수하는 그 과

정내도록 차안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음악만 듣고 있더랍니다. 모든 상황이 마무리되니 그제서야 내려서 여전

히 실실 웃으며 한다는 말이,

'딸 같아서 웃고 넘어갈라그랬는데, 작은 일을 왜이리 크게 만드냐'였답니다.

울 마누라 대답이 걸작이네요.

'엇다 대고 딸 운운하시냐, 우리 아버지는 당신처럼 예의없지 않으시며, 당신같은 아버지라고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했다나요.

 

이 모든 과정 중에서 단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은 없었다는군요. 처리 끝나고 보험사 직원이 병원과 공장으로

가고 싶을 때 가라고 하시던데, 생각같아서는 그냥 병원에 그대로 들어누워 있으라고 하고 싶네요. mri도 찍어

보라하고, 물리 치료도 있는대로 다 받으라 하고... 울 마누라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게 문제긴 하지만요...

 

어이쿠... 제가 실수했네요.(제네시스니까ㅋㅋ)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넘어갈 일을 그게 뭐그리 힘든 일이라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세상은 참 생각과는 다른 건가 봅니다.

수리 끝나면 블랙박스라도 하나 달아주던지 해야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