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drive
27세에 작은 승용차를 신차로 출고해서 계속 타고 있었습니다.
자동차에 관심은 많았으나 차를 바꾸는 생각은 현실적인 여러가지 일로 미루어 지더군요.
그리고, 20년을 계속 타게 되었습니다.
20년을 탄 자동차이지만 심각한 고장이나 부식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정체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식상함, 지겨움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뭔가 지체되어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자동차를 바꾸기로 생각합니다.
사실 바꿀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차를 산다고 하니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이 전혀 없습니다.
20년 동안 주구장창 똑같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봤으니 말입니다.
아내도 빚을 내서 차를 바꾸는 것도 아니니 적당한(?) 가격의 차로 바꾸라고 합니다.
나이 50세에 가까워 차를 바꾸려고 알아보니 쉽지 않더군요.
우선 기준을 정해봅니다.
1. 큰 차
지금 기준으로 경차 실내와 비슷한 차를 20년 타다보니 큰차를 타고 싶었습니다.
아내의 차도 15년 가까이 된 작은 승용차라 큰 차 하나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2. 힘이 센차
가솔린 논터보 1.5L 100마력에 4단 오토매틱 차에 힘의 여유는 1도 없었습니다.
쥐어 짜고 타는 것이 일상이었고 익숙했는데 인생을 살면서 힘의 여유가 있는 차가 타고 싶더라고요.
3. 복잡하지 않는 파워트레인
엔진은 가솔린에 논터보, 변속기는 토크컨버터 기반의 변속기가 기준이었습니다.
이번에 차를 바꾸면 20년은 탈 생각이라 유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간단한 파워트레인이 필요했어요.
4. 가성비가 좋은 차?
최신 기술이 절실하지 않았습니다.
20년 탈 차라 중고차 가격도 의미가 없었고요.
출퇴근은 도보 아니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에 주유비는 부담이 전혀 없었습니다.
당연히 전기차도 배제했습니다.
5. 구동방식
4륜 구동은 제외했습니다. 장점이 분명했지만 단점도 무시할 수 없네요.
그리고, 전륜구동 기반의 전자식 4륜 구동은 주행 중 작동시 한계가 여전히 있어서 선택을 안했습니다.
겨울철에 국산 알파인 스노우 타이어 사용으로 대신할 생각입니다.
사실 유지 관리나 고장 수리가 너무 귀찮네요.
유력 후보군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기아 카니발 가솔린 V6 3.5 & 8단 오토 + 7인승 (아웃도어 혹은 리무진)
문제는 워낙에 인기차라 할인이 전혀 없었고 중간 등급에 최소 옵션을 넣어도 차 가격만 4,7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시승 센터에서 카니발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모두 타봤는데 다른 건 몰라도 내장재의 품질이 생각보다 조악했습니다.
경차 내장재 품질과 다름이 없었고 20년된 오래된 제차의 내장재 보다 형편없이 떨어지더군요. 의외였습니다.
차를 바꾸는 것이 급하지도 않았고 차가 없더라도 생활에 불편함이 1도 없었으며 50세를 맞이하여 저에게 주는 선물이었기에 급할 것은 없어서 카니발은 계약 직전에 취소를 하였습니다.
취소를 하고 나니 내년 초에 신형 팰리세이드 LX3가 출시된다고 하더군요.
팰리세이드는 제가 구입한 구형 LX2이던 새로 출시한 LX3이던 구입을 고려할 대상이 아니였습니다.
'팰리세이드 = 비싼 차 = 구입을 할 수 없는 차' 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금년 1월 15일에 신형 팰리세이드 LX3가 발표 된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사지도 못할 차를 구경하다가
'재고로 보관 중인 구형 LX2 팰리세이드를 무려 500만원 할인해서 판매 중'
이라는 정보를 알게 됩니다.
(현대, 기아차가 아무리 재고라고 해서 500만원 할인을 해서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혹시나 몰라서 가까운 대리점에 가서 딜러에 물어보니 일부 재고가 남아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신형이 나오자 마자 구형이 된 팰리세이드 LX2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구입한 팰리세이드의 사양과 차량 가격은 이렇습니다.
팰리세이드 LX2 가솔린 FWD 르블랑 : 4,100만원
스마트센스 2, 주차보조, 2열 통풍 : 300만원
재고 할인 : 500만원
실 차량 구입가 : 3,900만원
아참, 재고차량이라 해서 생산된지 오래된 차일줄 알았는데 출고 후 확인해 보니 출고일 기준 생산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새차였어요.
우선 인생 2번째 새차의 신차 기분을 남기고자 사진 몇 장 올립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신형 팰리세이드보다 구형 팰리세이드가 더 멋있는 것 같습니다.
르블랑 트림이라 전면 그릴이 검은 색인데 개성이 있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내연기관 차의 전형적인 측면인데 딱히 어색한 부분이 없습니다. 도어 핸들도 요즘 유행하는 수납식(?)이 아니여서 좋습니다.
휠 디자인이 별로라는 이야기가 많던데 튀지 않고 측면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어서 좋아 보입니다.

요즘 현대자동차에서 출시되는 개성이 너무 강한 '괴랄한' 디자인이 아니여서 좋습니다. 도어나 유리창, 휀더 모두 균형이 잡혀 있고 특히 테일램프가 상식적인 위치에 있어서 좋습니다. 뒤 범퍼에 방향지시등이 있는 현대차가 많던데 제 차는 정상적인 위치에 있어요.

팰리세이드가 고급차는 아닙니다만 저렴한 차도 아니겠죠. 디자인이 여유롭고 부담이 없습니다. 재고차를 구입하느라 실내 색상의 선택권이 없었는데 쿨 그레이 내장 색상은 생각보다 밝거나 부담있을 정도의 느낌은 아닙니다. 그리고, 가죽과 인조가죽이 적절히 섞여 있어서 내구성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편의 옵션은 제 기준에 넘치는 수준이고, 시트의 전반적인 크기나 착좌감도 좋습니다.

원래 카니발 7인승의 구입을 고려했는데 2열 독립시트가 전동이였고 전동 부품때문에 시트의 높이가 많이 올라가서 실망했는데 팰리세이드 7인승의 2열은 수동 시트여서 시트 자체의 높이가 높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재고 차량이지만 2열 통풍시트도 옵션이 적용되어 열선 & 퉁풍이 모두 지원됩니다.
장인, 장모님이 주로 타시는 자리인데 만족감이 좋습니다.

가족 캠핑을 취미로 하는데 팰리세이드의 트렁크 공간은 매우 만족합니다. 예전에는 지붕에 루프백이나 루프박스를 설치해서 캠핑 용품을 적재했는데 이제는 지붕에 무엇을 장착하지 않아도 3인 가족 캠핑 용품은 충분히 적재가 가능합니다.
3열 공간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성인 2명은 충분히 탑승이 가능합니다. 2열 시트를 조금 앞으로 당기면 3열 시트에 앉아도 무릅이 닿을 정도는 아니에요.

자연흡기 V6 가솔린 3.8L 람다 2 엔진과 토크컨버터 방식의 8단 자동변속기의 사골 조합입니다.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에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의 대세인 요즘 시대를 역행하는 선택입니다.
그러나, 1년 주행거리가 기껏 5~6,000km에 불과할 것이 뻔한 저의 운행 패턴에는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1. 엔진과 미션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답게 시종일관 여유있고 부드럽습니다.
엣킷슨 사이클이라 고회전에 소리와 진동이 커진다고 하는데 솔찍히 잘 모르겠습니다.
숏 스트로크 엔진이라 저회전에 토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배기량이 깡패라 그냥 엑셀레이터 밟으면 쭉 나갑니다.
출력의 부족함은 잘 모르곘습니다.
제 기준에는 넘침니다.
미션은 변속이 의외로 빠릅니다.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의외입니다.
수동모드도 반응이 느리지 않습니다. 물론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다만 저속 기어 변속시 히스테릭이 조금 있습니다.
큰 문제는 아니고 급 경사를 올라갈때 변속시 조금 늦습니다.
2. 핸들링
솔찍히 차에 완벽하게 익숙하지 않아 내가 원하는 데로 움직이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큰 차를 운전하는 느낌이 잘 들지 않습니다.
3. 브레이크
워낙 오래된 차를 오랫동안 타와서 그런지 브레이크의 능력이 부족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순정 타이어의 그립이 급 제동시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4. 승차감
2열 승차감이 나쁘지 않습니다. 에어매틱 장착된 차 정도는 절대 아니지만 일반적인 서스펜션 기준으로 선방한다고 생각합니다. 3열폴딩 후 트렁크 적재를 감안해서 그런지 몰라도 트렁크에 물건을 넣고 다니면 한결 2열 승차감이 더 좋아집니다.
3열 승차감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견딜 수준은 됩니다. 스타렉스 3, 4열의 승차감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3열이 엄청 통통 튀고 그러지는 않아요.
5. 소음
싼타페, 쏘렌토 보다는 적은 편인데 고급차의 조용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대중차로는 좋은 편입니다.
특히, 2열 탑승시 뒤 휀더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크지 않습니다.
6. 연비
배기량이 크니까 당연히 연비가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 혼자 운전하던지 가족과 장인, 장모님 모두 타고 여행을 가던지 연비 차이가 없습니다.
즉, 부하가 크던 작던 연비는 똑같이 나쁘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짜피 혼자 운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보니 서울 도심 극심한 정체 지역에서는 6 KM/L, 서울 막히지 않은 경우 7~7.5 KM/L, 국도 및 고속도로 항속시 12~13 KM/L 정도 나옵니다. 국도나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여행 중에는 20년 동안 타고 다닌 1.5L 자연흡기 가솔린 4단 오토 차보다 연비가 더 좋습니다. 기대 이상입니다.
시승기를 마치면서
신차 나오자마자 구형이 된 자동차의 느낌을 적다보니 요즘같이 최신 기술로 무장한 신형차의 홍수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도 듭니다.
다만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세상이 된 지금 대배기량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차를 구입한 느낌을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차도 20년 잘 탔으니 앞으로의 20년도 사고 없이 무탈하게 잘 탔으면 좋겠습니다.
PS. 1분기 자동차 세가 40만원 넘게 나왔습니다. 세금만 조금 저렴하면 좋겠습니다. ^^


아직은 이 디자인이 더 맘에 들더라구요^^
저도 18년째 타고 있는차가 있는데
바꿀 이유가 없는데도 팰리는 기웃거리게 되네요

LX1보다는 좀 세련 된 느낌이 확실히 있고 브레이크는 순정 패드가 제 주행 습관에 너무 별로라 이번에 하드론으로 바꿔서 운행 중인데 아직까진 괜찮네요
4륜 커플링 교체 한 번 받은 거 말고는 아직은 괜찮네요
새차로 안전운전하시고, 행복한 추억 많이 남기시길 빕니다.
저도 펠리세이드의 듬직한 디장인을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