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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신 여러분 모두가 잘 아시거나 사랑하는 작품인
이니셜D가 벌써 30주년을 맞았다는 것을
지난 6월인가 인터넷을 보다 ‘일본애들 또 재밌게 노네’라는 게시물을 보고 알았습니다.
일본어를 잘 못읽지만 찾아보니 ‘차를 좋아해서 다행이야’라는 말에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각 출연차량 일러스트를 놓고 ‘우리도요’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일하다가 뭔가 울컥하더라구요. 이 낭만은 무엇일까?
저와 이 작품의 인연은 약 20년 전 같은데요,
당시 중학생이던 시절 신용산 지하차도를 지나가다 CD들을 파는 곳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샀던 VCD가 바로 이니셜D 극장판 Third Stage 였습니다.
부산 집에 돌아와서 틀어보니 엄청난 충격이었죠. 뭐 이런 것이 다있나 하고요.
이후 만화책 등 닥치는대로 찾아서 봤었습니다. 아케이드 스테이지 하러 오락실도 뻔질나게 다녔구요. 하여튼 어릴적부터 자동차라는 것을 엄청나게 좋아하던 제 인생에 무언가 많은 영향을 준 작품엔 틀림없죠. 지금까지도 그 영향력은 여전해서 몇년 전에는 작품에 나온 배경인 이로하자카 고개에 86을 빌려 가보기도 하고 수시로 OST를 듣거나 주요 장면들을 다시 본다던지... 다들 이해하시거나 비슷하시죠?
그런 인연을 가진 이 작품에 대한 30주년 행사가 일본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있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고. 9월 중순이라면 제 개인적으로 직장에서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30주년이 아니면 다음은 40주년일텐데... 가야죠. 무지성으로 티켓팅을 하고 저 문제의 행사 표를 사야하는데 로손티켓? 찾아보니 국내에서 사기가 좀 까다로웠습니다. 수배령을 내려서 일본에 거주하는 친구의 처남까지 동원해서 EMS로 티켓을 공수했습니다.
대망의 9월 13일, 그동안 매체를 통해서만 보던 후지 스피드웨이로 가게 되었습니다.
벌써 86들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가는 길에는 S2000이 있고 등등
입구부터 울컥했는데요 아직 갈길이 멉니다. 겨우 주차를 하고 내리니 또 AE86이 있고 행사장 가는 내내 한 대만 봐도 한시간씩 뜯어서 구경할만한 차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습니다.
도착을 하니 배가 너무 고파서 밥을 먹어야겠는데 비도오고, 푸드트럭에서 돈고츠 라멘을 하나 사서 어디서 먹지 하다가 후지 스피드웨이 메인 스탠드에 앉아 첫 젓가락을 들었는데요. 이미 저는 성공한 인생입니다.
눈 앞에 출연 차량들이 있고 스피커에서는 이니셜D 특유의 유로비트 OST가 나옵니다. 빗물반 국물반에 아마 제 눈물까지 세상 가장 기분 좋은 점심을 먹고 행사 존이 있는 피트 뒤로 가보는데요 가는길에 주요 장면들을 크게 인쇄해 걸어 놓았습니다.

‘1만 1천 RPM까지 확실히 돌려라’
이거 뭐 그냥 지나가는것도 힘이 듭니다.
곳곳에 낭만이 치사량입니다. 행사가 이틀이었는데요
첫날은 86/BRZ들이 모이는 행사 이튿날은 이니셜D 30주년 행사 해서 2일로 구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드리프트 킹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츠지야 케이지의 초록 카본본넷이 있는 AE86등 유명 레이서들이 커스터마이징한 86들이 전시가 되어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도요타 GR 헤리티지에서 뼈대만 남기고 전부 새 부품으로 리스토어한 차들도 있고, 심지어 4AGE 개선형 신품 블록을 최초 공개 하는 현장도 함께였죠.
수소86, 전기86 등 컨셉트카들도 빠짐없이 가져왔더군요. 정말 이것들 너무한다 싶었습니다(웃음)
수시로 후지스피드웨이 서킷에서는 퍼레이드런과 N1 경기등이 열려 행사 내도록 배기음이 자주 들렸고 피트를 걸어들어가보
니 만화 장면을 배경으로 실차를 갖다놓고 또 재연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이 나지만 마음속 깊은곳에서 감동이 몰려 오는 것은 제가 나이를 먹어서일까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오버랩 됩니다. N1경기 준비하는 피트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구요 작품에 출연한 차량들을 똑같이 커스터마이징 한 차량들도 빠짐없이 전시해두었습니다. 이 차량들은 행사 이틀 내내 퍼레이드 런 등 자주 서킷을 달렸습니다.
행사가 이틀이라 절반씩 보기로 하고 이튿날도 다시 후지 스피드웨이를 찾았는데요,
첫날 진을 다 빼버렸다고 생각했지만
행사 책자를 보다보니 ‘Initial P’라고 작품 출연차량들만 주차할 수 있는 스페셜 파킹 존을 또 마련해두었네요. 눈앞에 한 대도 보기 힘든 차들이 몇백대 몰려서 장관을 이루었는데 그야말로 JDM 헤븐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이 멍해져서 무슨차를 어디서부터 봐야할지조차 가늠이 안되었죠.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고 여러번 담으려 노력했던 기억입니다. 이 순간을 꼭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덮밥을 하나 사들고 행사장 중간에 앉았는데요, 서킷 어디선가 츠지야 케이지가 86을 몰고 다른 레이서들이 출연 차들을 몰며 작품의 명장면들을 재연하고 있었습니다. 글로 표현하기가 참 힘든 행사인데요.
이렇게 라이브로 보며 식사를 하고 패독 2층에 마련된 룸에서 작가인 시게노 슈이치의 오리지널 컷을 전시한 것을 보았습니다. 여기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하더군요 아쉬웠지만 선 하나하나 살아있는 실제 작화를 보면서 또 감동...을 받으며 나오는데 먼발치에서 귀에 익숙한 OST가 들립니다 이니셜D를 보신 분이라면 모두가 아시는 오프닝 노래 ‘SPACE BOY’를 데이브 로저스가 라이브를 하고 있었습니다.
발걸음에 이끌려 2층 스탠드에서 멍하니 서서 한참을 보았습니다.
먼 발치에서 N1 경기 배기음이 들리고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납니다.
눈앞에 데이브 로저스가 라이브를 하고 있네요. 울컥했습니다.
‘이 현장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자체에 큰 감격이 오더군요.
이후 Deja Vu 등 유명한 OST들을 한참 라이브 했습니다. 진짜 최고조의 순간.
이제 행사 마지막인 퍼레이드 런입니다.
신청한 차량들과 행사측에서 준비한 출품 차량들이 모여서 후지 스피드웨이를 돌며 피날레를 장식했는데요, 장관이었습니다.
그리고 행사 중간중간 살 수 있었던 오피셜 굿즈들. 티켓 특전이었던 아크릴 스탠드를 비롯해 작품 속에서 나오는 열쇠고리 등등 있는 것 다 사오고 싶었지만 꾹 누르며 담아 무사히 부산까지 가져왔습니다.
행사를 보며 느낀 것은 한 가지의 콘텐츠가 가지는 파급력, 그리고 이 프랜차이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의 이유로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 그리고 제가 거기 있었다는 것 등 정말 안갔으면 큰일날뻔 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소감입니다.
제 지극한 자랑이지만 아직 국내에서 후기를 남긴 사람도 없고, 행사장에 우리나라의 유명 유튜버들도 온 것을 못보았으니 저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보고를 드려야겠다 싶어 주저리 써보았습니다. 찍은 사진의 반의 반도 못썼지만 급한대로 작성했습니다.
현장의 감동이 조금이나마 전해졌길 기대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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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게 연도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8권이 막 나왔을때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