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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8일(Race Day)
전날 예선과 Heat 1,2를 치르면서 예선 때 일어났던 어처구니 없었던 운영진의 실수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이미 레이스를 되돌릴 수 없으니 앞으로 남은 레이스에 집중해야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오탁이의 컨디션과 이미 많이 사용한 타이어로 Super Heat를 치러야하는 상황을 감안하여, 카트의 세팅을 어떻게 할 지등 오탁이와 토요일 경기를 마치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땀으로 완전히 내피가 젖은 헬멧을 말리는 장면인데, 스리랑카의 9월은 우기에 가까운 계절이지만 햇살이 비치는 경우 온도는 30~33도의 최고기온에 습도가 하루종일 80%가 넘습니다. 슈트에 헬맷을 착용하고 시합을 하는 드라이버들이 땀으로 소진되는 수분의 양이 상당합니다.

그동안 오탁이의 시합을 보면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을 거의 본적이 없을 정도로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환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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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출발하는 셔틀 버스에는 항상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의미인 것으로 보이는 향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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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독 클럽에 들어서면 항상 시원하고 쾌적한 분위기입니다.
아이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대자로 누워 "아 시원하고 좋다"이런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순간입니다.

긴장은 때론 약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심한 긴장은 레이서에게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극도로 미세한 감각으로 주행해야하는 레이서의 주행환경을 감안하면 몸이 경직되거나 하면 주행능력이 떨어지며, 이런 드라이버들을 정말 많이 봐왔습니다.

즉 연습때 빠른데 레이스 때 느린 경우, 경기 운영을 잘못해서 경기를 망치는 경우, 하지만 오탁이는 늘 연습 때 보다 예선 때 그리고 예선때보다 레이스 때 빨랐기 때문에 이날 경기도 분명히 잘해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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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의 카트는 아무일 없이 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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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부자였던 중국의 유카포의 차입니다. 아예 전날 미라를 만들어 놓고 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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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나 체스카는 오탁이의 카트의 세팅을 일부 변경했습니다.
이날의 일정은 8분간의 연습주행, Super Heat, 그리고 Final Race 이렇게 3번을 주행하는데
웜업 주행 때는 연습용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고, 
Super Heat와 Final Race때는 신품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선수마다 새타이어를 Super Heat부터 사용할지 아니면 오탁이처럼 Final Race때만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Super Heat때 우리는 전날 사용한 타이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사용을 많이 한 타이어로 18랩을 달리면서 타이어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하체 세팅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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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에 이렇게 사진을 찍는 이유도 전략적으로 긴장을 풀고 오탁이가 이 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즐기는 마음의 비중을 높이자는 저의 의도입니다.

그래서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여럿이 찍는 사진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이며, 평생을 기억할 소중한 자료가 된다는 차원에서도 전 이런 순간이 큰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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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업주행을 앞두고 체스카가 카트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 워밍업을 했습니다.
확실히 연료와 오일 비중이 높은 iame엔진의 특성상 로탁스 엔진에 비해서 매연이 많이 납니다.
워밍업하는 것도 액셀케이블을 당기는 리듬이 중요합니다. 무턱대로 고회전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엔진의 회전수를 올리는 패턴을 달리하면서 올립니다. 

일본 미케닉들은 이런 기본기가 정말 철저합니다. 일본 경기를 치를 때도 이렇게 워밍업하는 걸 유심히 보면, 하나같이 똑같은 패턴으로 경기를 준비합니다.

오준,오탁이가 8월달에 일본 경기를 치르면서 이 워밍업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서 항상 한국에서 주행할 때도 자신이 직접 워밍업을 합니다. 이렇게 아주 작은것부터 제대로 배우고 그렇게 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 진정한 경험이 되고 노하우의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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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가 한국에서 경기할 때보다 범퍼가 너무 쉽게 빠져버린다고 의견을 내자 리차드가 괴력의 힘으로 범퍼를 엿가락 구부리듯이 이리저리 주물러서 플라스틱을 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일정량 이상의 충격값이 전달되면 풀리게 되어 있는 범퍼 페어링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범퍼가 연해서 충격을 좀 더 잘 흡수할 수 있으면 작은 충돌에도 페어링이 풀리지 않는 것을 노리는 것이지요.

다만 국내와 달리 해외 경기에서는 범퍼에 구멍을 내서 범퍼가 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규정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범퍼에 구멍이 생기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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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업 주행 때는 Super Heat때 전날 8분간 사용했던 타이어를 사용했고, 전날 까지 사용했던 하드 타입 스테빌 바를 노말 타입으로 바꿔서 테스트를 해서 어떤 느낌이 더 좋은지 비교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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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부터 Super Heat까지의 기록을 합산해서 Final Race의 그리드가 결정되기 때문에 Super Heat를 앞두고 달리는 웜업 주행은 레이스와 거의 똑같은 페이스로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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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는 웜업 주행 때 전체 18명의 선수중에서 4위의 기록을 냈습니다.
이 기록도 앞에 가는 차에 막혀서 좀 더 선두 선수와 가까운 초를 낼 수 있었는데, 무리한 추월을 하지 않고 일단 카트의 세팅을 잡는데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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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는 8번 그리드에서 Super Heat를 시작했습니다.
1번 코너에서 또 한번 악운이 발생해 213번 선수가 오탁이의 우측 후방을 추돌해 오탁이의 카트가 180도 스핀했는데, 오탁이의 전방을 다른 선수가 받아버려 범퍼 페어링 까지 빠져버렸습니다.

2번 코너를 오탁이가 돌아나갈 때의 순위가 17위였습니다.
하지만 오탁이는 빠진 범퍼를 질질 끌면서도 1랩에서만 4대를 추월했고, 정말 매섭게 달려 나가 17위에서 7랩만에 8위까지 올라왔고, 이때 앞서가는 7위 선수와의 간격이 6초 벌어진 상태였습니다.

오탁이 말로는 범퍼가 빠진 상태에서 범퍼가 우측 코너 돌 때 타이어와 마찰해 리타이어할 뻔했는데 달리면서 발로 범퍼를 차내면서 주행했다고 합니다.

오탁이는 매랩 앞서가는 7위 선수보다 0.7초에서 1초씩 간격을 좁혀 15랩에 1번 코너 들어가는 시점에 추월에 성공 7위로 올라왔습니다.
오탁이는 Super Heat에서만 10대의 차를 추월해 17위에서 7위까지 올라와 경기를 마쳤지만 전방 차들의 범퍼 페어링 5초 패널티로 5위로 Super Heat를 마쳤습니다.

오탁이는 7위 선수를 추월하고 3,4랩만에 5초 이상의 갭을 벌리는 신들린 주행을 해서 범퍼 페어링 5초 패널티를 받았지만 순위가 내려지 않고 오히려 올라가 5위로 경기를 마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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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는 전날 Heat 1,2때 랩타임이 훨씬 빨랐지만 추월을 쉽게 못했 던 드라이버들을 Super Heat에서는 한방에 추월했고, 심지어 한코너에서 2대를 추월한 적도 있었을 정도로 엄청난 추월쇼를 펼쳤습니다.

경주협회 민관식 매너저님이 경기를 내내 보시면서 1랩에서 사고만 없었다면 하시면서 저보다 더 아쉬워하셨지만 전 전날에 있었던 일도 있고, 레이스에서는 어떤 일이든 받아들여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덤덤했고, 오탁이의 주행이 전날에 비해 훨씬 더 날카로워진 부분이 보여서 하루만에 엄청난 성장을 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탁이가 Super Heat를 치르는 동안 7랩에서 전체 선수들 중에서 베스트랩을 기록했는데, 오탁이가 전날 치렀던 경기와 비교해도 최선두권 선수들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빨리 달렸으니 트랙에서 가장 빠른 선수로서 손색이 없는 주행을 펼친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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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땀을 쏟아내고 500cc 물한병을 1초만에 다 마셔버리는 오탁이는 추월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는데 7위로 올라갈 때 6초차이를 이겨내고 추월했을 때 정말 신났다고 말했습니다.

중위선 선수들의 이미 높은 수준을 고려하면 6초 차이 뒤에서 따라오는 선수가 주는 위압감은 앞에 달리는 선수에게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7위 선수는 1번 코너에서 만나자마자 바로 추월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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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으로 완전히 흠뻑 젖은 슈트를 말리는 방법은 일광 건조가 가장 빠릅니다.
문제는 저렇게 널어둔 슈트를 지키고 있어야하는 것인데, 언제 마를지도 모르는 슈트를 지키고 있을만큼 제가 한가하지가 못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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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놀고 있던 인부가 있어서 $2 줄테니 3시간만 슈트를 봐줄 수 있냐고 했더니 좋다고 해서 위의 사진의 친구가 오탁이의 슈트를 보고 있는 장면인데, 보통 스리랑카에서 팁은 현지돈으로 100바트를 준다고 합니다. 1달러는 320바트 정도 되고 2달러는 650바트 정도 되니 저 친구는 일반적인 스리랑카의 최저 임금이 시간당 450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친구도 제법 재미를 본 것이고 저도 제 일에 집중할 수 있었으니 서로 이득인 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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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Heat에서 공식적으로 오탁이가 P5를 기록한 기록지입니다.
최종 베스트랩 기준으로는 탑4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는데, 계속 추월하면서 올라가면서도 베랩을 낸 것은 추월하는 과정속에서 페이스를 거의 잃지 않았음과 플라잉 랩으로 달리는 상황에서 실수 없이 일정한 주행을 하면서 페이스를 높였음을 의미합니다.
랩이 늘어나면 공기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후반 페이스는 초중반 페이스에 비해 랩타임을 끌어내기 어려운데 오탁이는 후반으로 갈 수록 이를 극복하고 계속 자신의 베랩을 갈아치우면서 달린 것이지요.

보통 전방 차를 만나면 몇 코너를 같이 뒤에서 달리기 때문에 랩타임을 많이 손해 봅니다. 그러는 사이 추월을 해야하는 차량 앞 전방의 차들은 점점 멀어지는 것이지요. 때문에 후방에서 추월하면서 올라갈 때는 앞차를 만나자마자 추월하지 않으면 몇 계단 올라가지 못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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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Heat를 마치고 에디가 데이터 분석을 해주었는데, 선두권 차들의 주행보다 오히려 더 과감한 주행을 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특히 내리막길로 내 달리다가 나오는 좌우 연속 코너 시케인 구간에서 오탁이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제동을 하지 않고 약간의 액셀링만으로 그 구간을 통과 했습니다. 이 트랙 전체에서 가장 과감하면서 위험한 구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구간을 가속패달을 완전히 놓지 않거나 제동없이 차는 에디 말로는 현대 선두 선수인 유카포와 오탁이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가는 차를 만나면 그 내리막 구간에서 간격을 엄청나게 좁히고 우측 코너를 돌고 이어지는 오르막길 막판에 좌측으로 꺽이는 기역자 코너에서 안쪽으로 그대로 파고드는 추월을 해냈던 것이지요.

보통 빠른 선수들이 1번 코너에서 추월을 많이 하는데 반해 오탁이는 1번 코너는 물론이고 오르막 왼쪽 코너도 추월을 즐겼기 때문에 빠르게 순위를 올릴 수 있었는데, 그 핵심은 내리막 직선 끝 시케인을 통과하는 속도 덕분이었습니다.

코스 워크를 할 때 이 시케인을 제동하지 않고 통과할 것으로 생각을 안했는데, 오탁이는 특유의 부드러운 주법으로 이 시케인을 거의 풀액셀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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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Race를 위해 타이어를 교환하고 뒷타이어 역시 밸런스를 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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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 Racing 팀에서 오탁이의 데이터와 주법을 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운이 없었지만 그래도 엄청난 추월들을 해냈고, 그러면서도 매우 일정한 랩타임을 냈다는 점에서 리차드도 정말 안정적이고 일정한 주행을 하는 드라이버라고, 처음 경험해보는 엔진과 샤시로 이렇게 빠르게 적응하는 드라이버는 처음 본다고 했습니다.

오탁이가 레이싱 카트를 탔던 지난 150여회의 주행을 모두 보고 모두 기억하는 저로서도 하루하루 적응하는 속도와 센스가 너무나 빨리 성장해 아들이지만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연습주행과 레이스는 스트레스의 강도도 다르지만 경험치가 쌓이는 정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오탁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레이스 경험에도 불구하고 유치원때부터 레이싱 카트를 탔던 각 나라의 대표 선수들 대부분을 추월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그동안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좋은 주법이 몸에 배게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수정했던 부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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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이가 있었다면 오탁이를 위해 많은 지원을 했을 것 같습니다. 오탁이는 오준이 없이 치르는 첫번째 레이스에서 오준이가 없는 자리에 체스카는 형제와 같이 정말 진심으로 오탁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었고, Final Race에 마사지까지 해주며 진정어린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15년을 레이스를 했던 선수이자 미케닉이 오탁이의 마음과 심정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할 지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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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는 체스카가 Super Heat 때 강한 스테빌로 교체한 것과 후륜 허브를 롱허브를 사용해 후륜 샤프트를 약간 더 강하게 하는 효과를 연출한 것이 아주 주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낡은 타이어로도 정말 좋은 그립을 발휘할 수 있었고, 추월을 많이 하면서 타이어 마모가 많았지만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런 결정은 저같이 고성능 차를 1000대 이상 만들어본 저로서도 쉽게 할 수 없는 결정들이었는데, 십수년의 카트 레이스 노하우를 통해 상황에 따른 세팅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점은 저 조차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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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는 예선과 3번의 레이스 종합 성적을 토대로 7번 그리드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계속 짝수 열에서 달리면서 부딪치는 악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홀수열에서 출발하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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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순간 찍은 사진입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그들이 익숙한 코스와 엔진 그리고 환경에서 갑자기 뛰어든 한국대표 선수 오탁이가 탑 클래스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은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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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Race의 출발 후 3그리드 선수가 롤링 스타트 실수를 하는 바람에 홀수열 선수들이 출발을 망쳐버렸고, 짝수열 선수들이 모두 1번 코너를 오탁이보다 먼저 진입하게 되는 또 한번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이 코스는 절대적으로 홀수열이 유리합니다. 
우측으로 1번 코너가 돌아가나가고 곧바로 이어지는 2번 코너가 좌측 코너인 데 출발할 때 안쪽으로 감으면서 1번 코너를 돌 수만 있다면 2번 코너를 훨씬 빠르게 Out할 수 있는데 반해 짝수 열은 줄지어 안쪽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홀수열 선수들을 뚫어야하기 때문에 부딪치는 사고가 많고 레이싱 라인을 벗어난 코스가 먼지 때문에 매우 미끄러워 Late braking을 하면 제동거리가 길어 추돌이 많은데 오탁이가 항상 이렇게 뒷차에 받혔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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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는 2번 코너를 돌아나갈 때 7위에서 14위까지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오탁이는 또 악착같이 3랩 만에 8위까지 올라왔는데, 7위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3번 우측 코너에서 뒷차가 오탁이의 우측 뒷바퀴를 추돌하면서 오탁이 카트가 전복될 뻔 한 위험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하중이 좌측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하중이 없는 바퀴를 추돌하는 것은 일본이었다면 실격 및 포인트 몰수 와 같은 패널티 감으로 전방선수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의 Dirty play입니다.

오탁이는 카운터로 잡고 카트가 거의 공중에 떴다가 착지했는데, 이러면서 순위가 또다시 13위까지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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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위에서 8위로 또다시 13위로 떨어졌는데 또 악착같이 달리다보니 전방에 3대 무리가 같이 가는 후미에 붙게 되었습니다.
오탁이는 이 3대의 중위권 차를 한랩에 한대씩 추월해서 9위까지 올라왔고, 20랩을 달리면서 이번에도 10대의 차를 추월하면서 한경기에서 몇 대의 선수는 두번을 추월하는 독특한 상황도 경험했습니다.

중계방송을 한국에서 보던 와이프도 선두권의 별다른 변동이 없는 무미건조한 주행에 비해 오탁이가 추월하는 장면을 아주 오랫동안 보여주면서 오탁이의 추월 센스에 대한 코멘트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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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를 말도 안되게 공격한 싱가폴 대표 선수가 경기를 마치자마자 오탁이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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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선수는 오탁이에게 추월을 당하긴 했지만 오탁이가 이때 사고가 안났다면 경기 초반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중위권 선수들을 빠르게 넘어가 선두권과 경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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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는 경기를 마치고 아숴웠던 경기에 대해 화를 내거나 크게 아쉬워하는 내색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자기 생각에도 추월 센스와 능력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 레이스할 때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진 경기든 이긴 경기이든 배운 점이 있으면 그것보다 값진 결과는 없는 것입니다.

리차드가 오탁이 경기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해주며, 정말 카트를 다루는 능력과 과감성을 새삼 칭찬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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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Race때 베스트랩은 2위를 한 선수의 51.124초 였고 1위 선수는 51.168초 였습니다.
오탁이의 베랩은 51.249초 였으니 우승한 선수와는 0.08초차이, 2위 선수와는 0.12초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기록입니다.

전날 선두권 선수들과 0.3초 차이정도를 마크한 것과 비교해 0.1초 차이로 달렸던 점은 오탁이가 포디움이 충분히 올라갈 수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계속 후방에서 사고를 당해 처음에 최 후미로 밀렸다가 올라가고를 반복하면서 선두권과 만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쉬운 부분입니다.

전날 예선에서 오탁이의 예선 기록은 51.922초 였습니다. 이 기록이 이 트랙에서 본인의 첫 51초대 기록이었지요.
그런데 결승에서 51.249초를 기록했으면 예선에 비해 무려 0.7초를 단축시킨 것입니다.
오탁이가 예선을 치르기전에 단 두번 밖에 드라이 컨디션 연습을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누구도 하루만에 이렇게 큰 초를 단축시킨 경우가 없었습니다.

만약에 한번의 레이스가 더 있었다면 오탁이는 모든 선수들 중 가장 빠른 랩타입을 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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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생일을 맞이한 인도 대표 선수와 깜짝 생일 파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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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이는 이날 한경기에서 범퍼 두개를 해먹고 기념으로 망가진 범퍼는 한국으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범퍼 두개와 스티커 등 수리비도 추가로 제법 많이 지불했지만 교과서 값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체스카와 말레이시아 RL Racing 팀의 엄청난 지원으로 후회없는 경기를 했고, 많은 것을 배운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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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타이어 2세트는 상태가 좋아서 한국으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타이어를 포장하니 부피가 많이 줄더군요. 사용하지 않은 레인타이어는 나중에 받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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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날 밤 11시 비행기로 출국해야해서 시상식은 보지 못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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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택시를 불러 공항까지 가는데 너무 작은 밴형 차가 와서 짐을 겨우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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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에 짐을 모두 싣느라 뒷좌석이 매우 좁았습니다.
그래도 항상 웃는 오탁이는 아들이지만 긍정적인 마인드와 놀라운 집중력을 갖춘 진짜 레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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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수들이 스리랑카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이 나라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로탁스 그랜드 파이널이 브라질에서 열렸을 때도 1,2,3위 일본 선수가 치안을 문제로 참가하지 않고 결국 4위 선수가 참가했던 적도 있을만큼 스리랑카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상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스카는 오탁이를 위해서 이 먼곳으로 와주었고, 이 부분은 저와 오탁이는 이 부분을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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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에 앞서 헤어지고도 체스카는 우리를 끝까지 배웅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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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대를 통과하는데도 체스카는 뒤에서 계속해서 손을 흔들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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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나라에서 자신만의 레이스를 하는 두 청년의 우정은 이렇게 또 한번 둘간의 멋진 우정과 스토리를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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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를 경유해서 한국에는 월요일 저녁 때 도착하는 일정이라 엄청나게 고단하고 긴 여행이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김치찌게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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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녀 다둥이 가족 할인으로 50% 주차비 감면을 받고 A8로 우리는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고속도로가 스리랑카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가는데, 꼭 교통 문제 뿐이나라 스리랑카에 대해서는 좋은 인상을 가지고 올 수 있었습니다.
후진국이라해도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저의 신조대로 항상 좋은 부분을 먼저 보자는 생각은 우리나라에도 없는 근사한 카트 레이싱 트랙이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확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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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 부자는 평생에 기억에 남길 소중한 추억과 경험을 가득 담아 왔습니다.
오준이와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한참을 나누었습니다.

4년전 작고하신 아버지의 야생화 작품은 항상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우리 식구를 맞이합니다.

제가 평생 가장 존경했고 여전히 존경하는 아버지의 작품을 통해 매일 사랑하는 아버지를 만납니다.
우리 가족이 무사히 건강히 잘 지내고 있음을, 두 아들이 경기를 무사히 마침을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 덕분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칩니다.

결국 혼자 해내야하는 일들이고 스스로 이겨내야하는 순간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우리를 지켜주는 절대 존재가 있음을 생각하고 이를 통해 늘 감사한 마음을 놓치지 말자.

레이스는 길고 힘든 순간을 관통하고 나서 맛보는 짜릿함이 마약과도 같은 것이지만 그 힘든 순간의 의미를 분석하고 되뇌이는 과정속에 엄청난 노하우가 쌓이고 견고한 경험들은 다음 레이스를 좀 더 멋지게 펼쳐지게 합니다.
물론 조건은 그 순간의 모든 데이터를 쌓고, 분석할 수 있고, 데이터 속에서 또 다른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으며, 전 그 과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일인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펼친 레이스는 아쉬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오탁이는 평생 레이스 중에서 가장 많은 추월을 했던 레이스로 기억할 것이고, 한명 한명이 결코 쉽지 않은 추월을 하면서 몸에 익힌 감각과 센스들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확인한 측면에서 경기 결과를 떠나 참으로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오탁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진심으로 응원해주신 자동차 경주협회 관계자분들과 체스카 그리고 RL Racing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응원해주신 회원분들께도 역시 감사드립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