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로 오는 월요일 저녁..

퇴근하고 다음날 전라도 광주로의 출장이 있어 와이프와 아이를 대리고 대전 처가에 미리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저희 집은 난곡이라서 신림동에서 안양삼막사 쪽의 길로  석수IC를 이용하여 제2경인을 탔다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갑니다.

마침 대전-당진 고속도로가 생겼다길래 천안 논산으로 빠졌다가 한번 타보기로 마음먹고 내려갔죠..

 

아이가 졸린지 징징거려 일단 젖을 먹여 재우고 난 뒤 카시트에 앉히려 와이프가 안고 뒷좌석에 탔고 비가 올거라는 소식을 듣고 미리 레인오케이를 발라놓았지만 큰 비에는 그닥 효과가 없음을 느끼며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산복터널을 지나 내리막이 나오고 제2경인고속도로로 합류하고자 3차선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2차선 주행중이었고 3차선에는 마을버스가 정류장에 정차중 이었습니다.

전 당연히 버스 앞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죠...1,2차선은 굴다리를 지나 안양으로 빠지고 3차선은 제2경인으로 합류를 하게되어있으므로...

 

내리막이기도 하고 약간 급한 우커브를 돌아 합류해야 하기때문에 슬 슬 감속을 하고 있었는데 마을버스 앞으로 갑자기 자전가가 튀어나왔습니다.  버스 때문에 3차선은 보이질 않았죠....

와이프는 소리를 지르고 전 소리도 안나오더군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요란한 ABS의 진동만 느껴질 뿐 자전거는 순식간에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연세 좀 있으신 싸이클 복을 갖추어 입으신 분이셨는데 기왕 들어왔으면 빨리나 지나가시지 슬 슬 가시더군요

아마 그분도 버스 때문에 차가 시야 확보가 안된 상태에서 차들이 없으니 그냥 지나가실 생각이셨겠죠..

3차선을 가로질러 중앙선을 넘어 반대 3차선을 또 넘어 가실 생각이셨나 ....

 

일단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3차선으로 핸들을 꺽었습니다.

자전거를 피한것은 확실히 느꼈는데 버스가 오른쪽으로는 주행중인 버스가 정말 백미러와 10Cm도 안떨어졌을 겁니다. 제 눈에 녹색덩어리만 느껴졌고 다시 핸들을 바로 잡고 빠져나갔습니다.

너무나 정신이 없었고 꼼짝없이 버스랑은 추돌할거라 생각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풀악셀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고 룸미러로 다시 설렁 설렁 3차선쪽으로 돌아가는 자전거와 멈추어서버린 버스를 확인하였습니다.

 와이프는 아이를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저는 사고가 안나 천만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무사히 고속도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진장 화가 났습니다. 

사고가 났더라면 졸지에 사람죽이고 차는 앞유리다 깨졌을 것이며 아마도 빗길에 빙글빙글 돌았겠죠..

카시트에 앉히지도 못한 아이와 아이를 안은 와이프의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었습니다.

핸들도 타 차량의 핸들이라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나마 간간히 받은 드라이빙 스쿨과 한 때 즐겼던 와인딩의 감각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핸들을 틀은 손과 발 ... 자세 잡고 풀악셀로 빠져나오게 도움을 준 발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

빗길 운전 조심합시다...정말 그 순간은 시프트다운 O/D off 평소에 잘 도 써먹던 것들 ..아무 생각도 안나더군요

한순간에 사람인생이 가정이 망가질수 있겠구나 절감했습니다.

피의자이든 피해자이든....

별일없이 끝나 나름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일 없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