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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생일만 지나기를 학수고대 하며 지낸 옛 추억을 가지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면허를 갖기 위한, 그냥 달리는 차들 속에 속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그 절실함으로 공부를 했더라면 하고 아직도 후회에 잠못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그나마 절충하여 수능이 끝나고 남들 놀 때 혼자 면허 따러 시험장을 오갔던 날들이 생각나네요.
친구놈과 작당하여 달랑 돈 50만원 들고 율현동으로 무작정 차를 보러 갔습니다.
당시에 티뷰론 로망이 있었지만 나름 철이 든(?) 저는, 부모님께 발각될 뒷 일까지 생각하여
전시장 3층 철판 바닥에 단아하게 서 있던 98년식 진청색 수동 마티즈를 선택 하였습니다.
전액 할부로 사는 주제에 티뷰론은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겁이 났었나 봅니다.
더 왜소해 보여 남들은 꺼려하던 그 시커먼 바디컬러가 왜 그리 예뻐 보였을까요.
서류 절차를 마치고 나오니 똘망똘망한 눈으로 빤딱빤딱 빛나는 그 녀석밖엔 안 보였습니다.
1종 보통으로 면허를 딴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승용, 그것도 경차 수동은 왜 그리도 시동이 잘 꺼졌을까요.
교복을 입은 두 놈이 꽉 막힌 올림픽대로 한 가운데서 말을 타는 광경이란..
그 장면을 본 많은 사람들한테 신고 당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라고 지금도 웃으며 얘기하곤 합니다.
2000년도에 그렇게 저의 카라이프가 시작 되었습니다.
러시아워 1시간 거리를 교복 입은채 몰래 한 달을 등/하교 하던 어느 날,
그 날따라 일찍 퇴근 하시던 아버지와 지하 주차장 한 자리를 앞에 두고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아.. 아.. 아부지..
아.. 이게.. 아.. 아!! 친구꺼, 친구꺼잖아요 이거.
처음으로 그렇게 당황해 본 적 없는 저는 제 꾀에 넘어가 이실직고 해버렸습니다.
친구 누구? 라는 그 한 마디에 친구.. 아.. 어.. 동욱이 차. (제 이름을 대버리다니.. 참ㅋㅋㅋㅋ)
엄마한테 걸리지나 마라 딱 한 마디 하시고는 그렇게 넘어가 주셨습니다.
딱 일주일 후, 엄마 마트 가?? 내가 태워다..줄?까?? 헉.. 이렇게 결국 모든게 들통나 버렸습니다.
제가 저지른 일에 책임은 져야 하기에 용돈만으로 유지해 봅니다.
소모품 교체 및 수리 등등 직접 내 손으로 하지 않으면 어딜가서 돈을 줘도 못한다는 신념으로
안 뜯어본 곳 없었고, 외장 관리도 살살 아가 키우듯이 다뤘습니다.
지금도 문외한이지만, 그 당시 그 모든 부분들을 어떻게 소화해 냈을까요.
혼자 배우고 혼자 타고 다니던게 위험해서 신경이 쓰이셨는지
이모가 타던 세피아II와 외삼촌이 차를 바꾸면서 주셨던 EF쏘나타를 타라고 하셨습니다.
미술학원에서 재수를 하며 지지베베나 태우고 홍대 앞을 누빌 때가 가장 한심스러운 기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입학하여 싼타페를 새로 뽑아 주셨습니다.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다른 차를 타고 다닐 때도 마티즈는 제 곁에 있었습니다.
뭐랄까,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팔 수도 없었던 절대적인 무언가가 존재 했던 것 같습니다.
군 입대 지원을 하고 싼타페를 처분 하고도 마티즈는 그 때까지 제 옆에 있었으니까요.
끝까지 고집 부리다가 어찌어찌 하여 입대 3일 전에 마티즈도 좋은 분께 넘겨 드리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얌전한 스타일의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상태 하나 보고 깎지도 않고 가져 가시더군요.
조금이라도 태클 걸면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가져 오려던 마음이 더 컸었던 건데..
비는 주룩주룩 오고, 친구 차를 타고 가만히 오는데 울컥 하더라구요.
제대로 찍어 놓은 사진 한 장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도로에서 진청색 마티즈를 볼 때마다 한 번쯤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도 가끔 마티즈 추억을 떠올리며 안부를 궁금해 하시곤 했고,
모든 비밀번호가 그 차량 번호였기에 애틋한 마음이 더욱 간절했나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평소엔 잘 들어가지 않던 보배XX 매인 화면에 진청색 마티즈 매물이 뜨더군요.
무심결에 클릭하여 설마설마 하며 보는데 녀석인 겁니다. 많이 바뀐 모습이지만 상세 사진을 보니 확실 하네요.
친구와 3일 넘게 고민하며 여러 차례 시행착오 끝에 결국 비딱하게 장착된 마티즈II 사이드 몰딩과
실내 소화기, 도색된 센터페시아, 워셔 노즐, 디아트 전용 파츠 몇 개..
지금은 도색이 벗겨지고 까져서 흉하지만 그 덕분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새 신발이 신겨져 있고, 이상한 매트에 촌스럽지만 가죽시트에다가 튜닝 스티어링 휠, 안개등과 전동식 썬룹에
오디오 튠까지 제가 해줬던 것만큼 무척 사랑받고 지낸 것 같아 기뻤습니다.
사고 싶습니다.
전혀 필요치 않지만,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사고 싶어졌습니다.
저의 20대 초반 모든 추억이 담겨져 있고, 이것도 인연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니 간절해 집니다.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옛 연인과의 재회처럼..
저를 떠난지 꼭 6년만 입니다.
_Soulcity

저는 첫차가 레간자 였는데...
아직도 그 그리움이 님 마음과 같습니다.ㅎㅎ;;
다시 볼 기회는 없을듯 하지만... (이미 폐차 되었을듯 하네요.)
길에 다니는 검정색 레간자를 보면 아직도 그때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진 물건에는 깊은정은 두지 않아서 떠나보낼땐 그때만 살짝 섭섭한 정도지만..
가끔 제가 타던 차가 보이면 좋긴하더군요....

틀리신분이 많던데 무뇌한-> 문외한 이죠 ^^
재밋는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제첫차.... 37만km뛴 프라이드 FS였습니다 나름 3도어라고 쿱이라고 자랑했었는데 ^^

역시 환자들에게 첫 차란것은 첫사랑의 추억과 비교될수있겠죠...
참고로 전 아직 첫사랑중입니다... 저만 타는 차는 지금의 투스카니가 최초거든요 ㅎㅎ

저는 아버지 엘란트라 빌려타다 결혼후 티뷰론 검은색을 샀는데...
저 역시 그 놈이 아직 잊혀지지 않네요.
참 이쁘고 잘 달리던 놈인데 제가 터보질 이나 머다 하면서 차를 망쳐 놨습니다.
ㅜㅜ
저도 그 검둥이 티뷰론 보고 싶네요.

전 제 돈들여 샀던 첫 차가 티코였습니다. 그게 96년이었고 97년 말 티뷰론 스페셜을 살때까지 짐카나도 나가도 드라이빙 스쿨도 가고 스피드웨이 라이센스 따고 스포츠 주행도 했던 차였습니다.
2003년에 다시 만났습니다만 그냥 보냈습니다. 많이 바뀌었더군요.
다시 원상복귀를 시킬까 싶었습니다만, 과거의 예쁜 모습만 기억 속에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티뷰론도 그랬습니다.
동호회 친구가 가져갔었고, 몇 년이 지나 보배에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만
역시나 다시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굳이 피천득의 '인연'을 떠올리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현실이 되면 슬픈 일들이 많이 생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