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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서울중앙지법은 벤츠 E220 CDI차량의 급발진 사고와 관련하여 벤츠판매사에 사고차를 신차로 교체해줄 것을 명령하고 급발진의 원인을 소비자가 규명해야한다는 것에서 제조사에 책임을 지우는 판결을 냈다.

 

심심하면 한번씩 터지는 급발진 사고의 원인규명을 제조사에 지우는 이번 판결로 인해 유사한 사고로 인한 메이커의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의 신형 자동차들이 워낙 전자장비가 많고 고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급발진의 가능성을 누구나 생각하기에 그럴듯한 차의 오류쯤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이런 급발진에 대한 이슈가 유독 한국에서 많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90년대초 아우디는 미국에서 급발진 사고로 인해 저주받은 자동차 취급을 받고 결국 미국시장을 떠나야했을 정도로 가혹한 몰매를 맞은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자동차에 shift lock(브레이크 패달을 밟지 않으면 자동변속기의 체인지 레버가 P에서 움직이지 않게하는 장치)이라는 장비를 장착한 이후에 급발진 사고가 사라졌다.

 

운전자가 자동변속기의 기어를 바꾸기전에 브레이크패달을 반드시 밟아야하기 때문에 오작동을 줄일 수 있고, 결국 아우디의 급발진은 차량이상이 아닌 운전자의 실수에 의해 일어났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런

사고에 지나치게 예민한 여론에 의해 아우디가 받은 상처와 피해는 쉽게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급발진은 과연 왜 일어나는가?

이보다 먼저 차가 스스로 돌진하는 현상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급발진을 경험했다는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가속패달을 밟지도 않았는데, 엔진이 괴력을 발휘하며 튀어나갔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엔진의 원리상 가속패달과 연결된 쓰로틀밸브가 열려 공기가 유입되는 과정없이 엔진은 스스로 연료분사만으로 출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상전자파에 의해 연료분사가 많아졌다해도 공기량이 늘어나는 과정이 없이는 rpm만 약간 상승할 뿐 차를 급발진 시킬 정도의 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쓰로틀밸브가 열리는 과정은 대개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패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요즘차들은 Drive by wire라는 시스템으로 가속패달과 쓰로틀밸브를 기계적인 케이블로 연결했던 과거와 달리 전자쓰로틀이라는 것이 장착되어 있다.

 

따라서 혹자는 이 전자쓰로틀의 오류로 인해 급발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전자쓰로틀 방식은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쓰로틀의 고장으로 급발진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0%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자쓰로틀은 가속패달로부터 신호를 받아 ECU(Engine Control Unit:엔진제어시스템)가 쓰로틀밸브를 적당량만큼 개방하는 원리로 되어 있다.

 

가속패달에는 1차와 2차 센서가 있어 두개의 센서가 서로 다른 전압으로 값을 비교하기 때문에 ECU는 두개중 어느한개의 센서만 이상이 있어도 엔진의 출력을 극도로 제한하며 이런 이상을 느낀 운전자들은 엔진출력 저하문제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비스센터에 차를 입고하게끔 되어 있다.

 

서비스 센터에 입고된 차량은 메이커의 진단장비를 연결하는 즉시 전자쓰로틀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결국 급발진은 차 스스로 돌진하는 의미를 나타내지만 실제로 이렇게 차혼자 돌진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리고 급발진이 수동변속기에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데 자동변속기 차량에 유독 집중된다는 점만봐도 운전자의 실수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선진국에서 최근에 급발진으로 인한 책임을 메이커에 지운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고도화되어 있는 차량인만큼 전자장비의 진단도 고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차량의 이상유무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투명하게 검증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급발진을 당한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와 앞으로 이와 관련된 불필요한 분쟁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들어 골목이나 주차장에서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급발진에 의한 사고였다고 우길 수 있고, 이에 대한 증명을 메이커에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벤츠사에 차량을 교체해줄 것을 명령한 것은 기술적으로 차량에 오류가 없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이에 대한 파장은 분명히 클 것이며 억지를 쓰며 메이커를 위협하는 자칭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과연 최신자동차의 system overview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지 그리고 최신 자동차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최신기술의 적용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이런류의 분쟁은 최신자동차 기술을 접하는 자동차 전문 엔지니어의 자문과 과학적 접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진단장비를 통해서 확인 가능한 고장코드 내역은 무시하고 사고 직전 상황에서 운전자 실수로 차를 돌진시키는 것이 비상식적이라는 이유로 차량의 급발진으로 단정지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고후 어떻게 이야기하면 급발진으로 책임을 모면할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또한번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