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 시리즈는 고급 중형세단의 표준과도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실 벤츠와 BMW의 라인업 중 가장 오랫동안 경쟁관계인 세그먼트라 할 수 있지요. 고급차 중심인 벤츠의 라인업이

 

소형까지 확장된 것은 82년 190 (W201)이 출시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런 반면 소형차 중심인 BMW가 본격적인

 

대형차를 내놓은 것은 86년 등장한 E32 7시리즈부터였지요. 이전의 7시리즈는 직렬 6기통 엔진만 가지고 있었으며

 

최대 배기량도 3.5리터였고 크기에서도 S클래스보다 작았던 만큼 본격적인 라이벌이라기보다는 BMW의 스포티한

 

성격을 이어받은 큰 차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차가 몸집을 키우고 V12 엔진을 장착하면서 V8까지 밖에 가지고 있지 않던 벤츠를 긴장시키게 되었죠.

 

이전에는 BMW의 5시리즈와 벤츠 E 클래스의 전신인 W114/115, W123 등만이 직접적인 경쟁관계였습니다.

 

그만큼 5시리즈는 BMW에서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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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5시리즈가 지난 11월 23일 6세대 모델인 F10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이번 5시리즈 발표 이벤트에 초청을 받아

 

 독일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BMW 5시리즈 월드 프리미어는 뮌헨의 BMW 프로젝트하우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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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그룹의 Research and Innovation Centre (독어 이니셜: FIZ)는 신차의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소로 5년 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신형 5시리즈가 이곳에서부터 모든 개발과정을 거친 첫 차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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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번 월드 프리미어와 BMW 디자인 책임자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의 짧은 인터뷰, 디자인 워크샵을

 

간단히 커버한 동영상입니다.



동영상에 나온 부분을 추가설명하자면 ...

 

 

Powerbench

 

자동차 개발에 컴퓨터가 활용되고 있는 것은 오래 전부터입니다.

 

구조강도 계산은 물론 각종 시뮬레이션까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 개발 프로세스가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도 빠르게 신차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활용은 디자인 분야에서도

 

그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이번 BMW 5시리즈 월드 프리미어 및 디자인 워크샵에서 VR 시뮬레이션을 디자인

 

프로세스에 적용한 파워벤치도 공개가 되었습니다.

 

파워벤치는 23대의 고성능 PC로 컨트롤되는 프로젝터로 6 x 2.7m의 스크린에 이미지를 투영하여 실차 모델을 만들기 전

 

다양한 부분을 검토하는데 쓰이는 장비입니다. 4096 x 2160 픽셀로 상당히 정교한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으며 1천200만개의

 

폴리곤으로 구성된 3D 모델을 모든 각도에서 관측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을 통해 2D 이미지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3D

 

입체영상까지도 구현이 가능하다는군요. 신형 5시리즈 개발과정에서 이 파워벤치를 통해 BMW의 특징 중 하나인

 

Hofmeister kick를 최적화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호프마이스터 킥은 Hofmeister kink이라고도 하며 독일 표기는

 

Hofmeister-Knick으로 C필러 하단, 뒷문 끝부분의 유리창이 휘감겨도는 부분이죠. 1961년 BMW 1500에 적용되면서

 

당시 BMW 디자인 책입자였던 빌헬름 호프마이스터의 이름을 따서 이 디자인 요소를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죠.

 

이번 5시리즈의 개발에서는 호프마이스터 킥의 타이트한 반경을 최대한 깔끔하게 유지하면서 철판 성형성에 따른

 

생산공정을 시뮬레이션 하는데 파워벤치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Cubing

 

컴퓨터를 통한 차량 디자인 품평은 실사에 가까워졌지만 결국 자동차가 사용되는 곳은 가상현실세계가 아닌

 

실제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실물에 최대한 가까운 모형을 통해 최종품평을 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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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큐빙(Cubing)이라는 모델을 통해 최종단계의 세부적인 수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자동차 메이커에 따라 이러한

 

과정에 쓰이는 모형의 재질과 완성도가 다릅니다. 큐빙은 uriol이라 하는 특수 합성소재로 제작되는 솔리드 모델로

 

시각적으로는 완성차와 동일합니다. 큐빙을 통해 수치적으로는 이상이 없었으나 시각적으로나 감성적으로 어색한

 

부분은 혹시 존재하는지는 물론 각종 단차와 각 부품의 조립상태를 확인하게 됩니다. 큐빙 모델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노란 원형 스티커를 붙여 표시하고 다각도의 검토를 거쳐 최적화시켜 최종 디자인에 반영하게 되며 이는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번 F10 5시리즈는 선대인 E60에 비해 보다 전통적인 BMW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이지만 크리스 뱅글이 여전히 디자인 총책임자로 있을 때 개발이

 

상당부분까지 진행되었다죠.   개인적으로 크리스 뱅글의 작품 중 일부는 아직도 눈에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만

 

다소 실험적인 스타일링도 경영진을 설득시켜 신차에 반영시키고 이로 인해 디자이너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준 점에서는

 

자동차 디자인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다소 번잡한 디자인을 내놓기도 하면서 E46처럼 차분한 디자인도 진두지휘한 것으로 보면 그의 디자인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크리스 뱅글 시절에 시작된 프로젝트라 해도 이번 신형 5시리즈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한 책임자는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 이므로 그의 입김이 훨씬 많이 반영되었겠지요.

 

호불호가 나뉘었던 E60에 비하면 F10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스타일이라고 봅니다. 날렵한 비례감과

 

함께 굵직한 캐릭터라인, BMW 특유의 윈도우그래픽 등으로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합니다.

 

표면의 마무리도 다양한 반사광 조건에서 시간과 공을 들여 다듬은 것이 느껴지며 굵직한 사이드 캐릭터라인이 지나는

 

위치에 도어핸들을 어색하지 않게 배치한 것도 눈에 띕니다. 사진으로 보면 신형 7시리즈인 F01/02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물로 보면 사이즈와 존재감의 차이가 분명하게 보입니다. 물론 점점 차체가 커지는 추세에 맞추어 선대에 비해

 

몸집이 불어났습니다. 휠베이스는 E32 7시리즈(1986~1994)는 물론 E38 7시리즈(1994~2001)의 베이스버전보다도 긴

 

2968mm 입니다. 7시리즈와 유사한 디테일과 함께 차체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5시리즈라는 느낌은 분명히 다가옵니다.

 

적용되는 엔진은 직분사 가솔린 4종, 디젤 3종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523i와 528i는 둘 다 2996cc이며 보어, 스트로크,

 

압축비 모두 동일하지만 출력과 연비는 다릅니다. 535i가 2979cc로 배기량만 보면 오히려 523i, 528i보다 작네요.

 

대신 트윈파워 터보입니다. 550i는 4395cc 트윈파워 터보 V8엔진이 탑재됩니다. 525d와 530d도 배기량, 보어x스트로크,

 

압축비가 동일합니다. 520d도 기통수만 4개일 뿐 보어x스트로크, 압축비는 직렬6기통 형님들과 동일하네요.

 

이 엔진은 초기 생산분에는 적용되지 않고 내년 중순경부터 탑재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엔진들은 내년초 생산부터

 

고를 수 있다네요. 유럽사양에서는 550i만 자동8단이 기본적용되고 나머지는 6단 수동 기본에 8단 자동이 옵션입니다.

 

우리나라 시장에는 어떤 엔진이든 자동 8단이 기본적용 되겠지요.

 

조만간 시승할 기회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