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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페라리 F360 모데나를 시승하면서 보통 수퍼카들이나 초고성능 엔진들이 킬로수가 적은데도 상태가 나빠지고 오버홀하는 빈도가 잦은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포르쉐 혹은 기타 초고성능 차량의 주행킬로수와  실제 상태가 전혀 함수관계를 가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운전자가 어떻게 엔진을 다루느냐의 변수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엔진의 파워가 높을수록 실린더내에서 일어나는 이벤트가 과격하고 엔진에 각 부품들에 걸리는 부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예를들어 400마력을 발휘하게 만들어진 엔진의 경우 그 출력을 발휘하는 때의 주변 여건이 완벽해야 그 출력을 안정되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수온이나 오일온도가 너무 낮다든가 오일점도가 낮아 오일압력이 정상치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 이런 엔진으로 풀파워를 사용하게 되면 엔진은 엄청난 속도로 마모되고 노화됩니다.

 

페라리의 경우 완전히 한겨울이 아니더라도 풀파워를 내기 위해 엔진이 준비되는 시간이 최소 20분 정도를 저부하로 주행해야 합니다. 이는 무조건 천천히 달리라는 것이 아니라 회전수의 상승을 가급적 천천히하고 급격한 액셀링을 피해야한다는 뜻입니다.

 

수온이 늦게 뜨는 것보다 훨씬 늦은 속도로 오일온도가 상승하는데, 보통 오일쿨러가 있는 차량은 써모스탯을 가진 공냉 쿨러를 가진 경우라도 온도가 늦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라리의 경우 오일온도가 최소 80도 정도까지 도달하기 전에 풀rpm, 풀쓰로틀하게 되면 일단 엔진에 손상이 간다고 봐야 합니다.

 

페라리 엔진이 레이싱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교하고 고도의 기술들이 투입된 것은 맞지만 준비가 안된 엔진으로 부하를 받을 경우 특히 8500rpm을 돌리는 피스톤의 상황에서 설계시 고려되었던 작동온도에 미달하는 경우 분명 피스톤링의 급격한 마모나 변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몇년전 360모데나를 처음 시승했을 때는, 6,000km밖에 안된 차의 엔진이 약간 과장보태서 걸레였던 경우와 얼마전 13,000km를 탄 엔진의 경우 당장 이차로 레이스에 나가도 될 정도로 회전도 부드럽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경험이 있습니다.

 

이태리차들의 부품의 수명이 약하기 때문에 주변장비들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이슈와는 별개로 엔진블록과 크랭크샤프트 그리고 밸브구동계통의 수명과 성능유지는 결국은 차를 즐기기위해 차가 준비되는 시점까지 젠틀하게 몰면서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는 출발전 불필요한 공회전을 많이 하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수퍼카가 아니더라도 고성능 엔진중에서도 리터당 출력이 높은 엔진들의 경우 이러한 기본적인 수칙들이 엄격히 지켜지지 않을 경우 엔진은 쉽게 상처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수온계에 의존해서 전부하 운전의 타이밍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보단 오일온도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고성능 엔진의 수명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은 이와 같은 논리에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튜닝으로 출력을 높여놓은 엔진도 주행관리를 어떻게하느냐에 따라 많은 주행거리를 달려도 엔진의 압축과 출력저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를 아무리 정성껏 관리해도 운전방법의 옳고 그름만한 변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수퍼카들이 모두 건강하게 무병장수하기를 바랍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