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신라호텔에서 약속이 있었습니다. 제 집이 상도동인데 창밖을 보니 길이 온통 눈밭이더군요.

적설량이 1.5센치라는 뉴스만 믿고 집을 나섰습니다. 스키장 진입로 정도겠지... 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상도터널로 가기 위해 언덕을 올라가는데 게기판이 쉴새 없이 번쩍번쩍거립니다.

차를 사고 4년간 쓸일이 별로 없던 VDC가 자신의 존재감을 열심히 드러내더군요...-_-;;

어찌어찌 터널을 빠져나가 중앙대 앞으로 우회전하자마자 길에서 허우적대는 차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길은 약한 오르막입니다. 평소에는 오르막이라는 느낌을 많이 못받는 곳이지요.

길 초입에 E클래스 한대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몸부림치고 있고 다른 차들은 알아서 좌우로 피해갑니다.

조금 더 가 오르막 막바지 부근에는 911 한대가 아예 비상등을 켜고 인도에 붙어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 어디론가 전화를 열심히 거는 오너분 얼굴에는 고뇌가 묻어납니다... ㅠㅠ

 

교통상황을 미리 체크한지라 그나마 정체가 제일 덜한 동작대교를 택해 강북으로 넘어갔습니다.

동작대교에서 이촌동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이상하게 반대편 진입로가 비어 있습니다.

진입로 위쪽을 보니 7시리즈 한대가 열심히 헛바퀴를 돌리고 있더군요 -_-;;

뿌연 눈발 아래 동승자는 뒤에서 열심히 차를 밀고 있구요 ㅠ.ㅠ

겁이 나서인지 후속차들은 그차가 완전히 올라갈 때까지 아예 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ㅡㅡ;;

 

이촌동에서 이태원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젠쿱, 체어맨 등 수많은 후륜구동들이 비상등을 켜고 서있습니다.

엉금엉금 기어 이태원지하차도를 지나 경리단 앞까지 왔는데 걱정이 좀 되더군요.

얕은 오르막에서도 차들이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 여기는 경사가 좀 있자나요...

 

얼굴을 비추는 VDC 조명과 함께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차들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CLS, 528, IS 세대가 나란히 차선을 하나씩 막고 엉덩이를 들썩입니다.

528 오너님은 묵묵히 트렁크에서 신문지를 꺼내 뒤바퀴에 괴시더군요 ㅠ.ㅠ

하나만 남은 차선이지만 누구도 경적을 울리거나 하이빔을 켜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 줍니다...

 

기상청 예보가 늦어 대응도 늦었다는군요.

식사 후 귀가길은 곳곳에 정체구간이 있기는 해도 경사길은 전부 염화칼슘이 살포되어 녹아 있었습니다.

어제까지 4년간 경험한 VDC보다 오늘 더 많은 VDC를 경험하긴 했지만 전륜인 제차는 못다닐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세컨카로 3시리즈나 젠쿱 입양을 추진 중인데 

아우디나 엘리사로 가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더군요 -_-;;

 

후륜구동 오너님들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