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오늘 눈이 2cm정도 왔습니다.

 

점심때 비얌이로 결혼식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눈이 오기 시작했는데, 제법 오더군요.

 

25일 저녁에도 눈이 오다가 금방 그치고, 다 녹기에 "별일 아니겠지"하고 오는데... 의외로 제법 쌓이더군요.

 

큰길도 녹지 않고 길에 눈이 쌓여, 차들이 비상등을 키고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우면산 터널을 타기 위해 서초역에서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길이 엄청나게 밀립니다.

 

맨 끝차선에 차들이 없기에 가다가 신호에 걸립니다. 신호에 걸려서 앞을 보고 있는데

 

이런... 신호 넘어에 약간 언덕이 있는데, 차들 몇대가 못올라가고 있고(모두 다 BMW아니면 벤츠), 다른 차들이 피해가느라 정체가 일어나는 것이더군요.

 

'후륜에 여름용 UHP 타이어지만 난 괜찮을거야. 오늘 눈온데서 아침에 공기압도 앞 40psi, 뒤 44로 맞췄잖아?'라고 생각하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 출발을 하는데...(압력을 높이면 접지면이 줄어들어서 눈길이나 빙판에 낫다고 어디선가 들어서)

 

계기판에 DSC 경고등만 죽어라 깜빡이고, 차는 버벅이고 있습니다.

 

원래 세팅이 2단 출발이지만, 혹시 몰라 수동모드로 전환 뒤 2단 출발... 역시 변함 없이 뒤만 헛바퀴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반쯤 채우기도 해보고, 반동을 이용해보려 액셀을 띄웠다 놨다도 반복 해보고 아는 방법을 총 동원해봐도 안되길래...

 

'이럴땐 ESP를 꺼버리는게 낫다고 하던데 혹시?' 라는 생각이 들어 꺼버리고 출발~! 약간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빌빌대며 오히려 뒤로 밀리는...

 

"에라 모르겠다"하며 1단에 놓고 확 밟으니 5천rpm정도에서 차가 개걸음을 치며 옆으로 올라가는데, 그래도 올라가니 액셀을 더 밟자 레브 치곤 2단으로 쉬프트 업... 이미 도로 끝차선인데 차는 자꾸만 오른쪽 대각선을 올라갑니다;;

 

카운터 스티어도 먹히지 않아, 핸들은 오른쪽으로 풀로 감겨있고, 액셀링으로 2단 6200~6500rpm까지 조절하며(소용 없는 짓이더군요;;) 연막탄을 발생시키며 차는 ↖모양으로, 대각선 상태로 ↗방향으로 기어갔습니다.

 

조금 올라가다보니 경사가 조금 더 세지니, 이젠 ↘방향으로 오히려 뒤로 밀리더군요. 이러다간 보도블럭에 범퍼랑 휠 해먹겠다 싶어 공간이 얼마나 있나 P에 놓고 사이드를 채우고 내려서 보려는데, 브레이크를 떼는 순간 차가 뒤로 밀립니다 -_-;;

 

풀브레이킹 하자 차가 서서히 멈추고, 변속기는 P에 사이드 브레이크를  부러지기 직전까지 땡겼지만 브레이크를 떼면 차는 뒤로 밀리고...

 

그렇게 브레이크를 놨다 풀었다 하면서 1m가량을 뒤로 밀리니(경사가 좀 덜한 부분까지) P와 사이드의 힘만으로 차가 멈추더군요.

내려서 보니 보도블럭과의 거리는 약 20cm정도... 자칫 좀만 밀리면;;

 

다시 출발을 시도하는데 ESP를 켜도 못올라가고, 끄면 오히려 보도블럭쪽으로만 가서 안되겠다 싶어 보험회사에 견인 요청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보험중 가장 비싼, 성 세개짜리 아무차 보험인데, 상담원 아가씨가 너무나 친절한 목소리로

"고객님, 오늘은 아시다시피 교통 체증에다가 견인접수가 너무도 많아서요... 저희가 시간을 장담해드릴수가 없습니다. 지금 요청하시면 대략 2시간에서 3시간정도 걸릴텐데, 괜찮으시겠어요?" 

...

...

...

 

뭐 강원도 두메산골에 차가 고립되었다는것도 아니고, 서초역에서 예술의 전당쪽으로 가는 왕복 10차선 도로 한복판에서 언덕을 빌빌되며 못올라간다는데 2시간씩 기다리라니, 차라리 안하고 만다고 했습니다.

 

결국 차를 어떻게든 끌고 올라가야하는 상황인데, 주변에 도움이 되는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한참 고민끝에 생각난것은 바닥 매트이더군요.

 

패브릭 체인이니 뭐니 해서 직물재질이 눈길을 잘 올라간다던데, 같은 직물인 바닥 매트는 어떨까 싶어 뒷바퀴 앞쪽에 끼웠습니다.

 

"부우웅~ 콰악 갸갸갸갸갸갹~" 이렇게 되더군요.

 

매트에서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30cm정도 이동한 후에는 다시 허당...

 

매트는 바퀴의 회전에 의해 뒤로 5m정도 날아가게 되면, 그 매트를 다시 주워와 바퀴 앞쪽에 껴주고, 다시 30cm정도 올라가고, 주워오기를 몇번 반복...

 

눈인지 매트인지 구분이 안될정도가 되자 추진력도 잘 안나와, 옆에 있는 나무에 눈을 털고 다시 반복...

 

거짓말 아니고 그 작업을 30회정도 반복 했을겁니다.(양쪽임을 감안하면 60회정도, 2회에 한번은 눈털기까지;;)

 

언덕이 거의 끝나갈 무렵, 마지막 도움닫기를 한 후 풀드로틀 상태에서 ESP를 꺼버리고 대각선 모양으로 카운터를 치며(그러나 결코 먹히지 않는), 아까같이 ↖상태로 직진을 하여 언덕 등반에 성공하였습니다.(이때 엄청난 헛바퀴로 속도계는 160까지 올라간듯 하네요)

 

인간승리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평소같으면 "부다다다다닥"하면 올라가질 언덕을 50분만에 올라갔습니다.(처음에 5분동안 헤매다가 보험회사 전화5분, 막노동 40분) 

 

 

 

계속 오는 눈을 맞아 머리는 얼어버리고(무슨 젤 바르고 스프레이 뿌린 느낌이더군요) 연료게이지는 한참 떨어졌고...

 

결정적으로 도움닫기가 되어준 바닥 매트는 끝이 튿어지고, 찢어지고 올이 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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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집에 있는 국산 SUV 가져갈걸...

 

밤 늦게나 눈온다는 기상 중계청 말 듣고 비얌이 가져갔다가 매트 버렸습니다 ㅠ.ㅠ

 

내일 아침 출근길, 한바탕 난리 나겠군요. 전 걍 택시 타렵니다 -_-;;

 

스키장 슬로프 옆, 흙 반 눈 반 섞인 길은 잘 올라가던 비얌이지만, 얼어붙은 눈길은 못올라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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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앞으로 몇일간은 차 두고 다녀야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