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배틀란엔 안어울리는 글이라 걍 여기에 씁니다.^^

 

그제부터 무박이일 회사일을 마치고 눈이 그친 저녁이 되어, 언제쯤 나설까 바깥눈치를 살폈습니다. 제 방은 통유리라 도로상태가 한눈에 보이는..ㅋ 인도쪽은 상가사람들이 열심히 눈을 치워 길밖으로 밀어놓고, 도로 중간은 차들이 밟고 댕겨 도로가에는 엄청난 눈이 쌓여있는데, 회사앞은 걍 길가에 주차하는 곳이라 이런.. 바퀴들이 파묻혀 출발하기도 수월치 않아보입니다.

 

일단 관리실서 부삽을 빌려 차 근처의 눈을 퍼내고 부릉부릉 앞뒤로 서너번 움직여 골을 파낸뒤, 전진 후진을 반복해 탄력으로 성큼 눈덩이를 넘어섰습니다.  집방향은 유턴을 해야는데 이건.. 차들이 파낸 골때문에 방향전환이 안돼 유턴함서 그립찾기가 쉽지 않네요. 일단 널럴한 공간까지 직진한 뒤 정확한 180도 스핀턴을 해야 레일위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 냠.

 

정확한 스핀턴을 할램 전륜으로 하중을 보내야는데, 눈길에선 하중이동자체가 어렵지요.ㅋ 대충 암케나 돌면서 각을 맞추니  각이 조금 부족해 버벅거림서 레일위로 올라섰습니다. 바로 뒤에서 신호대기중인 프리랜더가 실실 웃는거 같다는 착각을 하면서요.ㅡ,.ㅡ  분당구청 방면으로 가는 6차로.. 이틀만에 처음 나선 눈길에 차들도 별로없고, 간간이 길가에 대각선으로 방치된 몇대의 차.. 질척하지도 않고 뽀송뽀송한 눈길을 달리는 기분은 정말 상쾌합디다.

 

눈길에서의 자신감은.. 레이서 초기때 오프로드를 많이 달려본 탓입니다. 

질척하고 미끄럽고, 골과 두덩이 많은 길은.. 달리는것 자체가 모험으로.. 매순간 좋은 그립을 찾아 '모색'하고 '도전(?)' 하는 느낌땜에 넘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특히 눈길에선 스티어링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버텨주되, 어깨힘은 주고 팔의 힘은 빼서 스티어링은 유연하고 자연스레 운용해야 하는데, 분당구청까지 3키로 정도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동안 몸이 슬슬 풀려갑니다.^^

 

 

 

열시 즈음,  45키로의 여정을 위해 분당수서로에 올라섰는데.. 휴 이건, 가본적도 없는 캐나다의 왠 한적한 지방국도같은 풍경이라..넘넘 좋더군요.  수백미터에 두어대씩 차가 달리고, 길가엔 심심하면 한대씩 차들이 서있고. ㅋ

 

미끄러운 눈길을 달림서 서서히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 사이드미러에 왠 차가 성큼 접근해 오길래  '음..나도 꽤 달리는데 머지?' 하고 속도를 줄여보니, 하얀 구형 SM 이네요.  눈길에 종일 적응해있는 차들이 많아, 완전히 몸이 풀리기 전까지 모험은 금물입니다.^^  일단 보내고 살살 따라가기 시작.  가만보니 이냥반 벗겨진 도로에선 잘 달리는데 벗겨졌다 쌓였다 하는 타막코스에선 "아자자자" 함서 버벅거리네요. 2차선 무렵(안보여서) 만 길이 좋고 1,3 차선은 구린데.. 낮은 언덕을 두개정도 지날무렵 가볍게 1차선 구석에 쌓인 눈발을 날리며 추월할 수 있었습니다. 우쭐..^^

 

조금 달리니 앞뒤로 한대의 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

은색 TT 쿱 한대가 바깥 가드레일을 향한채 안타깝게 눈에 파묻혀 있네요. 조금 또 달리니 쏘2한대.. 체어맨 한대.. 마치 도로변은 세기말을 연상케 하듯 방치된 차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한동안 달림서 80키로 어귀에 머물 무렵.. 백미러에 하얀점 하나가 찍히더니 무선속도로 다가오는 차의 정체는..?

 

움 신형 A6 네요. '당금 콰트로니 저러고 달리겠지? 져도 안쪽팔리니 함 보내고 가보장.' 아..유치해.^^;;

한동안 점점 벌어짐서 달리던 아우디가, 중간중간 멈칫 거립니다. 역시 이냥반도 중간중간 파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망설이며 멈칫거리는군요. 브레이킹에선 장사없다는걸 아나봅니다. 초절정 노면 스캔기능을 추가, 집중해 아우디 추월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ㅋ  두대의 앞차에 가려 진로를 못찾고있는 아우디의 뒤에붙어 염탐하다,  과감한(절대 과감하지 않았음ㅋ) 지그재그 주행을 시도,  뽀송한 눈길위로 탄력을 이용해 추월.. 다음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어느정도 거리를 뗀 후 뽈뽈주행으로 전환 했습니다.

 

성남 근방을 지날무렵까진 탄탄대로였는데 어디선가 눈높이가 이만~큼 높은 헤드라이트 등장.

우람한 버스한대가 바싹 다가오네요. ' 아..한적한 길에서 왜이런 시련이 내게..^^'

 

좌우로 살짝씩 미끈거림서 달릴땐, 이븐 이상의 스로틀을 꾸준히 전개해 미끄러지는 힘보다 직진그립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앞에 달리는 스타렉스가 없으면 버스도 따돌릴 수 있을텐데, 애매한 위치로 달리는 앞차땜에 잠시 궁뎅이에 달고 주행. 다음 코너에서 주춤거리는 틈을 타, 봅슬레이 선수가 된 듯 코너안쪽의 골 부분에 왼쪽 휠을 걸치고 말아 들어갔습니다.  중앙가드레일 벽쪽에서 날려오는 작은 눈발땜에 속도감은 200 을 상회하는 느낌.. 다시한번 계기판을 보니 평소 속도의 절반도 안되네요.ㅋㅋ

 

직진에선 다시 달려오는 스타렉스와 두어차례 선두를 교환 하다.. 88 IC 전 코너에서 부터 풀스로틀로 떨궈내니 버스도 점점 멀어지네요. 그래봤자 80키로..냠.  강변북로에 들어서니 우측엔 눈퍼내는 장비들이 잔뜩 작업중이고, 안쪽의 1.5 차선만 살아있는데.. 여긴 강적들이 우글우글.  종일 미끄러운 노면에 완전히 적응된 택시와 SUV 들.. 거침없는 카니발과 트라제들이 쌩쌩 달립니다.

 

 나름 한대씩 정성들여 추월함서 달리는데, 뒤에서 빵빵거리는 차는 뭔지.ㅋ

이거 눈판에서는 평소의 도로 먹이사슬이 완전히 뒤바껴 있습니다. 마티즈 급의 차들이 쌩쌩 달리고, 벤츠와 에쿠스 같은 큰 차들은 모두 뽈뽈뽈. ㅎ  눈쌓인 부분도 거침없이 항속하는 몇대의 택시, SUV 들과 치열한 배틀(?)을 벌이며 집까지 오는동안, "제발 살살 조심가세요~" 라 애처로운 문자를 날려주는 아리따운 울 부장님.

 

" 막 갈꼬애여" 라고 짖궂게 답장하고, 가끔 문자하는 여자친구에게도 문자를 날렸습니다. " 길..완전 코메디야."  이친구는 절 줌 알아서 답변은.. " 퓌 신나기도 하겠다. 도착함 문자해줘." 네요. ㅎ

 

 

 

어제오늘 정말 고생많이한 분들도 있겠지만,  백년만의 폭설을 즐길 수 있었던게 잼있기도 합니다.

오늘 낼은 집에서 뒹굴며 뒤늦은 연휴를 즐길 참입니다.

지금.. 아들녀석이 면허증 받으러 같이 가자네요. ^ㅡㅡㅡ^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