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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려고 집에서 나오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군요.
마른 눈에 눈발이 얼마 안되길래 걱정하지 않고 회사로 출발했습니다.
눈발이 점점 더 많아지더군요. 약간씩 쌓이긴 하지만 아직 눈은 길에서 날리고 있길래 그다지 걱정 안했습니다.
게다가 제 타이어는 브릿지스톤 포텐자 RE960 AS Pole Position이라는 하이그립 올시즌 타이어...
얼마전 테드에 어떤 타이어인지 질문했더니 올시즌 타이어중에 3위를 차지했더군요.
정말 걱정 하나도 안했습니다.
가는 길에 차들이 많이 뽈뽈뽈 조심스레 가더군요.
뭐, 왕복 2차선이니 저도 같이 뽈뽈뽈 갔습니다.
어느정도 가다보니... 제 앞에 있던 차량 10대정도가 모두 좌회전 차선으로 들어가는 횡재!!!!
아싸~ 하면서 엑셀 밟고 바로 60마일까지 올려서 달렸습니다.
앞에 차도 없고... 눈이 별로 쌓여 보이지도 않고.. 잘 가더군요.
가다 보니 앞에 신호등이 보입니다. 감속을 위해 엑셀 오프를 했습니다.
헉... 갑자기 뒤가 흐릅니다. 왼쪽 오른쪽을 여러번 흐릅니다. ㅠ.ㅠ
눈이 쌓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아스팔트 틈새틈새에는 이미 눈이 차 있었나 봅니다.
다행히 앞, 뒤, 반대편 모두 차량이 없었고
차는 몇 번 흐르다가 어찌어찌 자세를 잡았습니다.
자세를 잡은 후에도 정말 심장이 계속 쿵쾅거리더군요.
그런데도 그런 상황에 DSC나 TCS는 작동하지 않더군요.
아마 RX-8은 DSC나 TCS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세팅해 두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눈길 운전은 매우 익숙하다고 생각했었으나... 제가 간과한 것은
1. 눈이 쌓이지 않았으니 길이 그다지 많이 미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점
2. 올시즌 타이어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한 점
3. 후륜구동의 동력특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않은 점
4. 필요한 경우에는 DSC나 TCS가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 점
등이 되겠네요. 많기도 하다. ;;;;;
하여간 그러고 나서는 충분히 감속을 하고 뽈뽈뽈 운전하며 갔습니다.
물론 앞에 차량도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구요...
눈도 더 많이 오고.. 길에 눈도 쌓이고... 차량이 다니는 track으로만 눈이 녹고 등등
일반적인 눈오는 상황....
편도 1차선이 2차선으로 나뉘는 구간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늘어난 차선으로 차가 한대도 가지 않길래
(눈오니 다들 능동적이기보단 수동적으로 운전하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오른쪽 차선으로 옮겼습니다. 속도는 20~25마일 정도?
차선으로 들어간 순간 또 갑자기 뒤가 흐르더군요.... ;;;;;;;
이번엔 왼쪽에 바로 차도 있고 앞에도 차가 있고.... 아.. 정말 미치겠더군요.
이번에도 어떻게 어떻게 다행히 자세 잡고... 회사로 왔습니다.
회사를 3마일 앞에 두고.. 극심한 정체가 시작되더군요.
결국 평소 50분정도 걸리는 거리를 눈과 교통체증때문에 2시간 20분 걸려서 왔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제가 모든 정보에 대해 충분히 고려를 했더라면
우선은 저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테고,
또한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적극적으로 뒤를 흘려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사고 안나고 회사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다른이야기지만 대구에도 눈이 별로 안오는데 5년전인거 같습니다.
저도 출근하면거리가 50분정도 걸리는데 그날은 밤새 내린 눈 때문에 3시간걸린적이 있습니다.
집에서 출발해서 약 1시간정도 지났을때 상사분한테 전화했더니 "천천히 와"이러더군요..
그래서 3시간만에 도착을하니 그이외에 이사님이랑 다른분들은 "년차쓰지 뭐하러 왔냐?"
이러시더군요..ㅡ.ㅡ;;
그날 6시간 근무하고 집으로 퇴근하는데 근무6시간에 출퇴근시간이 5시간30분걸렸더군요.ㅡ.ㅡ;

노면의 접지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는 모든 준비를 미리 단단히 해 놓거나 아니면 아예 운행하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가감속을 최대한, 극도로 원만하게 하는 것 외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
FR차라고 해도 그냥저냥한 사계절 타이어면 어지간한 눈길이라고 해도 1500이하에서 변속하고 가급적 구동륜에 토크를 많이 걸지 말고 그냥 질질질 흘러 가듯이 해 주면 대략 잘 굴러 가더군. (사실 그건 뭐 다른 구동방식이라고 해도 마찬가지긴 한데)
또 하나 포인트는 어차피 길이란게 혼자 다니는게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전방과 측방의 차들을 신경 쓰며 거리 유지를 해야 한다는 거지. '다가오지마! 난 한번 멈추면 다신 움직일 수 없어! 가까이 오지 말란 말이다!'
한편 오르막에서 정지 신호에 걸릴 것 같으면 적당히 눈치 봐서 다른 차나 사람한테 피해 안 줄거 같으면 그냥 위반하고 가 버린다던가, 아니면 사거리일 경우 전혀 의도하지 않게 우회전이라도 해서 다른 루트로 변경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