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s
글 수 27,480
정기 검사 시한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이야....
그러니까 2년전, 정기 검사를 통과하자마자 배기계통 구조변경을 했던 것이 벌써 이렇게 지났을 줄은 몰랐네요.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배기가스... 독립스로틀에 아직도 정확한 세팅을 미루고 있는 하이캠 타이밍으로 통과가 가능한 것이긴 한걸까? 아마도 엔진룸 검사할 때 단방에 걸리지 싶더군요. 일단 최근에 만들어서 장착하고 다녔던 일명 슈퍼 에어필터를 제거하고 콜렉터를 장착을 해서 최대한 순정틱한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일명 슈퍼 에어필터, 이런거 꼽고 가서 통과시켜 달래면 너무한 거겠죠?)

(이렇게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명백히 필터 갯수가 달라졌기 때문에 무조건 걸린 소지가 있습죠)

(그래서 새로 만들어 두었다가 빼놓고 다녔던 이놈을 좀 보강해서 꼽고 나갔습니다. 필터 갯수는 맞출 수 있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공회전 중의 오버랩도 좀 더 줄여서 배기가스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만, 마지막날 가서 에라 하는 심정으로 포기해 버렸습니다.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게을러져서리... 점화 플러그도 갈아야 될 때가 한참 지난 것 같고... 또 산소 센서도 약간 의심이 가는 상황이어서 제가 생각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싶더군요.. 어쨌던, 검사소로.... 갈려다가 안내장에 나와있는 출장 검사소로 갔습니다. 아무래도 출장소가 좀 널널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커다란 트럭이 먼저와서 검사를 하고 있더군요. 그 뒤에 시동을 끄지 않고 세워뒀습니다... 트럭 검사가 끝나고, 독(dock) 앞에 있는 롤러 위에서 앞뒤 브레이크 테스트 속도계 테스트를 마친 젊은 검사원이 시원 스럽게 독 위로 돌진합니다... 순간 와장창.... 기분이 살짝 나빠집니다만.. 그래도 워낙에 지은 죄가 많아서 그저 몸을 조아리고 있습니다. 독위에 놓여있던 강판이 차체 아랫 부분 어딘가에 부딛힌 모양입니다. 일체형 서스로 차체를 낮춰놓았지만 그래도 그정도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쩝... 어쨌든 별 얘기 안하네요... 다행입니다.... 드디어 배기가스 검사.... 기다란 막대에 달린 센서를 배기구에 밀어넣습니다.
젊은 엉아: HC 값이 간당간당 하네요?
나: 통과 기준이 얼마죠?
젊은 엉아: 220 ppm 입니다.
그 때 모니터에 나온 값은 220 에서 아래위로 왔다리 갔다리... 젊은 엉아가 220 아랫 값이 나올 때 갑자기 기기를 스톱 시킵니다... 어쨌든 썩세스.....
젊은 엉아: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죠?
나: 안내장에 나와있길래... 지나가는 길이어서 들렸습니다.( 여기가 좀 널널하지 싶어서 왔다는 말을 맘속으로만 되뇌이면서..)
그다음... 드디어 엔진룸을 깝니다... 젊은 엉아는 뭔가 이상한 듯... 엔진룸을 한참동안 들여다 봅니다. 후래쉬까지 들고 구석 구석 꼼꼼히..... 저는 행여나 뭐라고 할까봐 저쪽으로 가서 애궂은 담배만 태워재끼고........ 아저씨가 부릅니다...
젊은 엉아: 이거 아저씨가 손수 하신겁니까?
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 예....
다른 때 같았으면 아마 묻기도 전에 이것 저것 자랑하느라 바빴을 텐데...
젊은 엉아: 기술이 좋으시네요... 차 잘 나갑니까?
나: 아~ 예.... 조금...
젊은 엉아: 연비는 어떻습니까?
나: 뭐 그럭저럭....
젊은 엉아: 뭐하시는 분이신지요? (내차의 엔진룸을 들여다 본 사람들이 늘 묻는 질문을 하시네요)
나: 연구소에서 뭔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긁적 긁적....
실내로 들어가서 순정 산소센서를 이용한 공연비 미터에 시선이 머물더니 이거 뭐하는 거냐는 둥... 이것 저것 묻고 관심을 보입니다. 음... 뭔가 얘기가 통할 것 같군. 이러쿵 저러쿵.... 설명을 하면서도 독립 스로틀은 구조변경 항목에도 해당이 안된다는 걸 지적 받을까봐 가슴을 조리면서 최대한 공손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아마도 구조변경 금지 항목으로 에어필터의 갯수를 바꾸면 안되는 걸로 되어있기 때문에, 실상 콜렉터를 뒤집어 씌우면서 오픈 필터를 쓰면 어쨌든 필터 갯수는 한개이기 때문에 이점으로 우길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서 말이죠... 다시 엔진룸을 살펴보던 아저씨가 한말씀 하십니다.
젊은 엉아: 빼어놓은 센서 같은 것 없으시죠?
나: 당연히... 모든 순정 센서는 제자리에 있습죠.
젊은 엉아: 근데 왜 차가 찜빠를 하지??? (읔...)
나: 예... 아마 플러그를 안바꾼 지 오래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하이캠 때문이라는 말은 죽어도 못하죠)
대충 이렇게 끝은 내고 걸려서 앞으로 못빠지는 차를 둘이서 밀어서 뒤로 빼내고 인사하고 나올려는 찰나에.. 젊은 양반이 한말씀 더 하십니다.
젊은 엉아: 다음에도 이곳으로 오셔야할 것 같습니다?
저: (뻔히 알면서) 왜요?
젊은 엉아: 아마도 xx검사소로 가면 통과를 못할겁니다.
저: (순진한 눈 빛으로) 어떤 점 때문에요?
젊은엉아: 딴건 몰라도 엔진 개조 때문에 걸릴겁니다... (읔... 알고 있었나??)
저: 아 예~ 알겠습니다.
막 차를 빼고 나가는 뒤통수에다가 다시 한말씀...
젊은 엉아: 너무 빨리 달리지 마십시요???
나: 고맙습니다... (뭐가 고마웠을까?) 다음에 또 올게요....
이렇게 해서 어찌 어찌 통과를 했네요.. 앞으로 2년은 맘편하게 돌아댕길 수 있겠습니다만... 간당 간당했던 배기가스는 어떻게든 바로잡아 놓아야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젊은 엉아가 마스트 권하고 굉장히 닮았던 것 같습니다. 호리호리하고 잘 생긴 외모였는데..... 검사소 들어가는 순간부터 왠지 마음이 놓였다는....
2007.08.06 00:14:00 (*.0.0.1)
하하하 축하드립니다. 저도 실내에 게이지들 물어보는데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한적이 있습니다. 하하하 다시 그날이 생각나네요 ^^;
2007.08.06 00:15:00 (*.0.0.1)
대전은 아직 정밀검사 하지 않습니다. 젊은 엉아 말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쯤부터 정밀검사를 대전도 한다더군요.... 덜덜...
2007.08.06 00:18:00 (*.0.0.1)
아이고 저런 좋은곳이 있다니......................제 슈퍼세븐이 며칠전에 아는 공장 사장님한테 알아서 해 달라고 맡겨서 정밀배기통과 시켰는데.. 쩐이 쫌 많이 들었습니다.
2007.08.06 00:18:00 (*.0.0.1)
원래가 한 80마력 나오는 구형 포드4기통 OHV 엔진인데 케이터햄에서 출고시 약 135마력으로 팩토리 튠 된 상태인데 제가 한국에 갖고와서 튠을 와장창 더 해버렸거든요... 혹시 오~~래된 엔진에 캬부레터 달린 모델도 돈 안들이고 통과시켜보신 분 계신가요??
2007.08.06 00:18:00 (*.0.0.1)
그 사장님은 정밀배기 피하려면 차고지를 지방으로 옮기라고 하시는데...(알고보니 정밀배기는 대도시에 있는 차만 받는거더군요).. 인천 말고는 아는 연고지라곤 한군데도 없으니...음..2년후가 고민이네요...
2007.08.06 00:20:00 (*.0.0.1)
하이캠 = 찐빠인가..... 왠지 무섭군요..... 많은 하이캠 차량들이 갑자기 퍼벅하면 버벅거리는거 같긴하던데 흠 내공부족인가.....
2007.08.06 00:01:00 (*.0.0.1)
저가 저번에 이야기한 959는 10년이 넘어서 1년에 한번 검사 받는데, 촉매가 없어서 검사받으러 갈때 아주 죽을 똥을 쓰고 나옵니다. 5번정도 빠꾸 먹는건 기본이죠..ㅋㅋ그리고 결국 검사인과 해결보고 아이들링 수준에서 기게를 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