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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발레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1993년 키로프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을 통해서였습니다, 관심있어 하던 분야도 아니었고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분야가 아니었지요, 다만 신문의 공연소개란에 짧게 소개된 발레명문 키로프 발레단이라는 것과 "백조의 호수"라는 공연이 관심을 끄는 정도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는 것이 좋다며 그 당시 공연좌석으로서는 파격적인 1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시며 권유하셔서 혼자서 제일 좋은 10만원짜리 VIP좌석에 앉아 관람을 했습니다.
지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걱정은 사라지고 공연이 진행될수록 점점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아름다운 춤사위에 빠져 들어가며 공연에 몰입되어 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발레에 대한 개념이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본 발레공연은 저에게 무엇인지 모를 감동을 전해주었고, 그 무언가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어머니께 다시 말씀드려 키로프 발레단의 내한 두 번째 레파토리 공연이었던 "신델렐라"까지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993년 당시 발레에 대한 저변 문화나 관람객이 적은 우리나라의 현실 상 "백조의 호수"나 "신델렐라"는 대중적이고 친숙한 레퍼토리였지요.
그 후 저는 국내에서 공연되는 국내 발레단, 해외 발레단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발레공연을 다 찾아다니며 관람을 하였습니다.
유니버설 발레단, 국립발레단의 국내 발레단 공연을 비롯 러시아, 미국, 영국 등의 굵직한 명문 발레단의 고전공연과 조지 발라신의 현대발레까지 다 관람하자니 대략 삼 주에 한 번 정도의 발레관람을 하였습니다.
물론 공연이 몰리는 연말에는 일주일에 두 번. 세 번의 공연을 관람한 적도 있었습니다.
돈이 별로 없는 학생신분 상 물론 제일 저렴한 표로 여러 가지 공연을 다 보는 방향으로 관람을 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는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는 발레에 무지한 저에게 발레에 대해 다방면의 지식을 알려준 고마운 공연이었습니다.
그렇게 발레를 관람하면서 저는 단순히 관람객으로서가 아니라 그 공연을 지배하고 있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화려하고 정제된 몸 동작에 빠져들었고 마치 제가 그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제가 좀더 일찍 발레를 접하지 못했음을 많이 후회하고 지금이라도 발레를 배워 입문을 해볼까하는 고민도 많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하는 아픔이랄 까요^^ 공연이 끝난 후 무대인사를 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부럽기 그지없었고 저 자리에 한 번이라도 서 보았으면 하고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실제로 "빌리 엘리엇트"란 영화에서 춤을 좋아하는 가난한 시골소년이 성장하여 유명 발레단의 발레리노로서 무대에 올라 비상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마치 제가 이입된 듯한 감동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었습니다.
말 한마디 대사 없이 오직 몸으로 표현되는 공연이기에 어설픈 기교나 몸짓은 금방 드러나게 마련이고, 발레의 수준은 몇 번의 화려한 몸짓으로 결정 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지배하는 몸짓..
단순한 몸짓 하나에서도 배어 나오는 정제되고 섬세한 느낌 그리고 고요함과 동시에 정제되어 강렬하게 표출되는 에너지..
바로 눈으로 직관되는 화려함과 동시에 그 보다도 숙성된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전달하고 표출하는 에너지에 감염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바이크 라이딩을 시작하게된 이유는 바이크를 타면 뭔가 폼나게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 라이딩을 추구해서 바이크를 탔다기보다 바이크에 올라있는 모습이 멋지기에 바이크를 탄 것이지요. 하지만 초보시절 동호회의 라이딩 교육에 참석하여 강사 분의 정석 적인 바이크 코너링을 본 뒤에는 멋지게 타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머쉰과 일체가 되어 코너를 공략하는 전투적인 레이서의 모습에서 저는 하나의 춤사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몸으로 의지를 표현하는 발레의 언어와 같이 바이크 레이서에게서 품어나오는 동작 하나 하나의 강한 의지에 감염되었다고나 할까요.
엄청난 시간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인 라이딩의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바이크 라이딩에 빠져있는 부분은 빠르게 타기 위해서라기보다 아름답고 멋진 라이딩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관점이 큽니다. 물론 아름다운 라이딩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필연적인 스피드를 동반하게 되겠지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라이딩은 어떤 형태의 춤사위가 될 것인가가 궁금해집니다.





사진 출처: www.motogp.com
2007.08.06 00:08:00 (*.0.0.1)
역시 멋진 라이딩 폼 뒤에는 이런 아름다운(?) 사연이 있었네요. 저렴한(헝그리한~) 고성능을 느껴보기 위해 시작한 저와는 차원이 다른... 하여튼 백훈님의 멋진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2007.08.06 00:11:00 (*.0.0.1)
감성이 풍부한글 잘 봤습니다. 저도 아는 지인덕분에 평생 접해보질 못할 발레를 호암아트홀에서 '해설이 있는 발레'로 접해보고 그 깊이를 조금 알게 되었던 격이 아련하군요 ^^;
2007.08.06 00:13:00 (*.0.0.1)
예전에 튜닝스쿠터로 와인딩 열심히 멋있게 돌고 있는데.... 지나가는 알차라이더가 굿이 스쿠터로 그렇게 자세잡고 돌필요가 있는말에 내리막길에서 코너를 같이 돌아준 기억이 나네요... 그 바이크 라이더는 다운힐 행오프가 엉망이라서...ㅡ.ㅡ
2007.08.06 00:15:00 (*.0.0.1)
멋진 글입니다. 왜 그토록 훈님이 라이딩을 사랑하는지..공감이 쏘옥~되는 글.. 국내 유일한 두카티 999R 을 주문했을때도 놀랐는데, 데스모쎄디치(이름맞나?) 레이싱 사양의 한정모델이 생산계획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설레하는 모습에 줌..황당했었음.ㅋㅋ
2007.08.06 00:16:00 (*.0.0.1)
미디어로만 보고, 실제 발레공연을 본 기억은 가물하지만.. 훈님이 말하는 감동이 어떤건지 알거 같아요. 최고의 스포츠플레이어와 예술의 경지는 여러면에서 통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지난번 동계 올림픽의 숏트랙도 전율이였죠..
2007.08.06 00:16:00 (*.0.0.1)
평일엔..전철로 통근하고, 주말엔..프레지오밴에 두카티와 혼다를 싣고, 태백써킷으로 달려가 라이딩을 즐기고.. 얼마전, 일년에 가까운 네고끝에 결정한 폴쉐40주년모델.. 손목위의 태그호이어 카레라 40주년 워치까지..발레처럼 고고한 모터라이프에 진심의 박수를..^
2007.08.06 00:17:00 (*.0.0.1)
스포츠나 기타 방면의 스킬등의 어떤 테크닉이던...뭐든 '폼' 이 제대로 잡혀야 되는 법이지요. 그리고 또 그 폼이 잡혔을때야말로 볼때 멋지고 솜시또한 능숙한 프로의 결과물을 가져다 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