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크고 힘은 좋지만 기름을 많이 먹는 미국 자동차의 상징과도 같던 허머 브랜드가 결국 폐기될 예정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지엠)는 스포츠실용차량(SUV) 브랜드 허머를 중국 업체에 매각하려는 협상이 실패하자 이런 방침을 밝혔다.

존 스미스 지엠 부사장은 25일 성명을 통해 “쓰촨 텅중과 계약이 완료되지 못해 실망했다”며 “이제 책임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접기 위해

허머의 종업원 및 딜러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엠은 지난해 6월 허머를 중국 건설용 중장비 제조업체 쓰촨 텅중에 15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하고 중국 정부의 허가를 기다렸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쓰촨 텅중이 ‘기름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은 허머를 사들이는 것이 정부의

고연비·친환경 자동차 육성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닉 리처드스 허머 대변인은 “브랜드 폐기가 몇달이 걸릴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새로운 제안이 들어오면 언제든

환영하겠다”고 미련도 내비쳤다.

지엠은 허머에 대한 품질보증 계약은 지킬 것이고 부품 공급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머는 미군이 다목적 군용차량으로 쓰는 험비를 민간용으로 개조한 차량으로, 지엠이 지난 1999년 에이엠제너럴에서 사들였다.

세계 경제위기가 한창인 지난해 판매가 67%나 격감하며 지엠의 골칫거리가 됐다. 지난해 파산보호까지 신청하며 최악의 위기에

몰린 지엠은 허머 외에도 이미 새턴 브랜드를 폐기했으며, 사브는 네덜란드 스포츠카업체 스피케르에 겨우 매각했다.

 

 

한겨례 조기원 기자님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