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자동차가 취미의 일종으로서 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사실 저와 같이 30대초반의 아들을 둔 아버지 세대나 삼촌 세대까지만 해도 자동차와 취미는 결코 연결될 수 없는 관계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현재 60대의 연령층이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등산, 낚시, 테니스, 골프 등으로 한정되고 그분들에게 자동차는 짙은색일수록 그리고 클수록 좋고, 세단형 이외의 차종에 관심을 가지기 힘든 세대이기도 합니다.

즉 운송수단과 신분을 나타내는 용도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존재는 아니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아들세대인 제 또래를 기준으로 상하 몇년의 경우 여전히 대학시절 엘란트라나 소나타를 자기차로 가지고 있으면 부르조아 소리를 듣던 시절에 차를 경험할 수 있었던 세대들은 자동차를 좋아하고 즐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취미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히 큰 세대들입니다.

현재의 젊은세대들 역시 마이카로의 접근이 그 어느때보다 쉬워졌고, 맘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한 정보는 물론 각종 동호회 활동등을 편히 할 수 있게 된 것 때문에 경제능력을 떠나서 차를 가지는 것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은 때문이지요.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차를 취미로 여기면서 살아온 세대들은 현재 저희 아버지 세대의 나이가 되었을 때도 차를 즐길 수 있는 맘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향후 앞으로 전개될 한국의 자동차 문화나 시장은 크게 변화해나갈 것입니다.

신 자동차 세대들의 양적인 팽창은 좋아하는 차량의 종류가 지금처럼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성에 기초할 것이며, 차를 즐기는 연령층과 형태도 지금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사회에서 충분히 성공하고, 노년을 준비하는 안정된 경제력의 50대 중년 남성이 새로운 도전차원에서 모터스포츠에 접근하는 비율도 높아질 것입니다.

해외에서 살아도 보았고, 차는 20대부터 가지고 있었고, 다양한 차를 타보았고, 골프를 비롯해 다양한 취미를 가진 그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찾는 본능적인 욕구는 쉽게 뿌리치지 못합니다.

자신이 아직 건재하고 서킷에서만큼은 젊은 친구들보다 뭔가 보여줄 수 있다는 쾌감을 추종하는 신 중년 매니어층들도 두터워질 것입니다.
식구들이 타임 트라이얼에 나간 5, 60대 아버지를 응원하러 도시락을 싸가지고 서킷에 놀러가고 기록을 떠나서 뭔가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아버지와 함께 차도 정비하고, 오랜만에 가족이 만나면 부자간의 한정된 대화의 레파토리도 다양해지고...

이렇게 되면 부자가 함께 즐기는 자동차 문화 더 나아가 모터스포츠의 일환으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현재의 자동차 회사를 가지고 있는 재벌2세들 중에서 자동차를 취미로하는 분도 계시고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는데 3세가 경영을 하게 되면 현재 마지못해 투자하는 열악한 모터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철학도 분명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이는 결코 허무맹랑한 공상이 아닌 이미 유럽과 북미, 그리고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상당한 규모로 발전했지만 자동차 문화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 많은 나라들의 그것보다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자국의 자동차 산업의 규모와 자동차 문화가 다져져 나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나라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해 일반인들에게 자동차를 운송수단으로 여기는 숫자와 비교해 운송수단+취미로 여기는 비율이 높아져야 문화의 다양성이 충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태백서킷에서 아들의 운전못한다는 구박을 피하기 위해 서킷을 찾으시는 50대 중반의 중년신사분이 E46 M3를 가지고 왠만한 젊은 매니어 뺨치게 요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도 반드시 변할 것이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음을 다시한번 실감했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