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작년 4월 12일 페이톤 런칭 행사를 마치고 회사 동료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Volkswagen Korea에서 전 상품기획과 교육 부문을 맡고 있습니다.
뭐 차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보니 하는 일의 대부분이 차와 직접 연관된 일이고, 일이다 생각하면 스트레스이지만 그래도 제가 자동차 회사보다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행복하게 일하고 있으며, 저같은 똘아이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 폭스바겐 신차가 많이 들어오다보니 신차 발표회 역시 많았습니다.
신차발표회에서 제가 맡은 임무에 대한 비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일단 신차발표회때 호텔안에 차를 넣는 일은 항상 제가 하며, 스테이지에 차를 주차시키는 일 역시 제가 합니다.

보통 행사 전날 늦은 저녁 혹은 행사 당일 이른 새벽에 차를 입고시키는데, 그냥 수월하게 차를 넣는 경우도 많지만 건물 도어를 뜯고 깻닢치기로 차를 후진으로 넣어야하는 경우 혹은 도저히 일반인들이 올릴 수 없는 스테이지에 차를 각잡아서 올리는 일등등 행사마다 크건 작건 에피소드가 있게 마련입니다.

작년가을 한국에서 Importers conference를 했을 때 W호텔 밖 스테이지에 제가 파사트를 올려놓았을 때는 독일에서 온 관계자들이 여기에 어떻게 차를 올릴 수 있었는지 마케팅팀에 물어보았을 정도로 스테이지 주변에 얇은 기둥들이 많아서 4.8m나 되는 세단을 그 비좁은 무대위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입니다.

주차를 잘하는 감각을 떠나서 차가 실내로 들어오면 밖에서 보는 차와 안에서 보는 차의 크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줄자로 실거리를 재서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냉철히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년에 페이톤 신차발표회를 했을 때는 무대뒤에서 W12 6.0을 몰고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면서 관객들이 보는 스테이지로 몰고나오는 씬이 있었는데, 역시 제가 운전했습니다.

차안에서 무전기로 입장 신호를 주면 적당한 속도로 나와서 코너를 돌아 회전하는 원형 턴테이블에 차를 올려놓는 임무였는데, 자동변속기 차량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클리핑 속도보다 약간 느리게 달려야 타이밍이 정확했습니다.

턴테이블이 회전하는 특성상 4개의 바퀴가 정확하게 턴테이블에 위치하지 않으면 큰일나기 때문에 턴테이블에 작은 돌출부가 있어서 앞바퀴가 거기 닿으면 정지하면 됩니다.
거기에 무전기로 차가 정차해야하는 순간에 'stop'사인을 받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는 되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항상 실전은 다양한 변수와 워낙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평소 운전하는 실력과 무관하게 심리적으로 초 긴장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어두운 무대에 차를 몰고 나타날 때 전면에서 비추는 강력한 라이트로 인해 시야를 잃게 되기 때문에 여러번 연습을 하기 전에는 시속 2km/h로 무대위에서 운전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운전경력이 어느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없습니다만, 행여라도 내릴 때 기어를 D에 두고 그냥 내린다든지 턴테이블에 차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경우, 무대가 무너지는 경우, 기타등등 상상만해도 끔찍한 장면이 항상 행사를 앞두고 스쳐갑니다.

300km/h이상으로 주행한 적도 여러번, 각종 고성능차로 280km/h이상은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주행경험이 있지만 2km/h로 무대에 차를 몰고나오는 것만큼 긴장되지는 않았습니다.

항상 행사의 차량 등장 장면을 마치고 나면 탄식과 함께 "300km/h보다 무서운 2km/h"를 되새깁니다.

화려한 행사뒤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그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순 없지요.
4월 6일 데뷔할 뉴 제타 런칭행사 역시 행사장에 차는 제가 넣습니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차를 넣어야하기 때문에 호텔측과 벌써 3번이나 미팅을 했고, 모든 것이 순조로우리라 믿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름대로 역사적인 순간에 깊이 관여했던 열정과 노력은 값지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줄 믿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