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급발진의 원인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 하나는 ABC 페달에 있습니다. 아, C는 빼고.

 

A페달과 B페달이 붙어 있는 것은 백년 가까이 지켜져온 자동차 디자인의 전통(이라고 쓰고 dogma라고 읽는다)입니다. 이 디자인은 운전자에게 과실을 떠넘기는 제조사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디자인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껏해야 급발진 관련 제조사의 책임이 인정되었던 케이스 중 하나인 아우디에서 A페달의 높이를 몇 센티 낮추는 것이 제일 많이 바뀐 디자인 아닌가 싶습니다. 우습게도, 가장 큰 피해자(?)들인 소비자들이 이 디자인의 변경을 원치 않는 가장 많은 개체수의 집단입니다.

 

A페달과 B페달을 다른 발로 밟도록 설계되기만 했어도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선 차라리 한세기 전 동력마차의 핸드브레이크나 핸드악셀 디자인이 훨씬 우월합니다.

 

 

2.

(A페달의 힘을 B페달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급발진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그 원흉은 바로 브레이크 부스터입니다.

 

 

최근의 값비싼 자동차들에는 심지어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어시스트 기능까지 들어있긴 합니다만 이 역시 전자회로와 버그프리일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제어되는 놈이라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갑자기 차가 가속하기 시작해서 순정의 출력마저 넘어선 듯한 굉음의 폭발적 가속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펌핑브레이크를 해서 얼마남지 않은 진공을 소모시켜버리는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을, 차가운 얼음장같은 심장을 소유하고 있는 운전자는 별로 없을 겁니다. (마스터님은 할 수 있다에 한 표 걸어 봅니다)

 

결국 딱딱해진 브레이크를 평소의 힘으로 밟는 운전자는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계쟁이들은 당연히 "최대한의 힘으로 밟으면 브레이크를 듣게 만들 수 있다"고 할 것이구요. 할 수 있는 것과, 실제 상황에 맞딱뜨렸을 때 하게 되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회로의 힘에 길들여진 것이 아니고... 단지 공기의 힘에 길들여진 운전자들은 전력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역시, 이 문제 또한 가장 큰 피해자 집단인 소비자들이 그 해결을 원치 않고 있습니다. 16팟 캘리퍼를 기본 장착하고 부스터를 없애는 것 말이지요.

 

 

 

분위기 전환(?)좀 해보려고 농담처럼 끄적여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