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깡통 YF' 글을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몇가지 생각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원래의 글은 '깡통'이라도 충분히 좋다는 글인데 대다수 댓글은 '수동'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는 듯 하군요. 저도 사라져가는 수동 변속기 '공룡'에 속하지만요. ^^ 자동차 문화가 짧은 편이다 보니까 '고급차=자동 변속기'라는 인식이 변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고급여부에 관계없이 퓨어스포츠 계열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차에서 전통적인 수동 변속은 DSG같은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요.


대세는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수단'이라는 목적외에는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 분들이 많아서 '어떻게'에 해당하는 자동, 수동 변속기 문제는 결국 소수자의 관심 부분이 되는듯 합니다. 제가 운전하는 차를 처음 타는 사람들중 적지 않은 사람이 이 차는 왜 평지에서도 엔진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느냐고 묻습니다. (거의 대부분 가, 감속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데 엔진 소리만 변하니까 또는 엔진 소리가 커지면 가속이 되는게 당연한데(?) 안 그러니까지요...) 기본적으로 정지시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정도로 엔진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쓰고 도로 상황별로 적극적인 예측 업/다운 쉬프트를 쓰니까 일반적인 자동 변속기 차량에 익숙한 사람은 이해가 되지 않겠지요.rev 매칭 쉬프트를 하니 변속 충격도 보통 거의 안느껴질거고요.

요즘의 일반인은 평소에 변속기의 존재를 거의 잊고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변속기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단수 조작도 필요없고 아마 '파워 모드', '경제 주행 모드'같은 버튼만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인은 단순히 A/B/C 페달에서 C페달을 없앤다는 의미가 아닌 '선택(Choice)'이 불필요한 것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것이지요. 자동 네이게이션 같은 기술도 결국은 운전자가 선택을 위한 고민을 줄여주는 것이니까요. 언젠가는 정말 운전자라는 개념이 없어지며 목적지 알려주고 '빨리 가', 아니면 '그냥 천천히 가'수준만 결정하고 차 안에서는 휴식을 취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감성적인 이유에서라도 그런 미래에 반발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래도 제 가족은 수동 변속기 차량이 진리인줄 압니다. 21개월된 딸은 차 운전이 '스티어링 휠과 변속기를 조작하는 것'이라 알고 있고요. (시동꺼놓고 운전석에 앉혀주면 아이가 운전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주 전부터는 운전은 깜빡이도 조작하고 카 오디오도 가끔 틀어주는 것이라는 것도 깨우쳤더군요. 아직 와이퍼는 잘 모릅니다. ^^)

아내는 자동이 역시 편한것 같다고 몇 번 말하다가 얼마전 친척의 자동 변속기차 몰다가 가속 페달이 플로어매트에 걸리는 일을 겪고는 역시 수동이 반응이 훨씬 빠르고 안전하다고 쑥 들어갔습니다. 덤으로 제가 특히 운전석은 플로어매트 함부로 바꾸면 안된다고 잔소리했던 것도 이해하는 성과가 있었지요. 그 전에 아내가 실내 청소하기 쉽게 매트를 바꿨는데 플라스틱 재질이라 청소는 쉬운데 고정도 안되고 페달 감각도 너무 이상해져서 운전석쪽은 제가 불평을 하면서 빼버렸기 때문에 맘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씁니다만 가속 페달이 매트에 걸리는 사고는 제가 그 차를 미리 잠시 점검하면서 위험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토요타 플로어 매트 리콜 사건이 시작되던 때였고요. 제가 조수석에 있을거라서 혹시 일나면 어떻게 해야 하겠다하고 시나리오를 다 준비한 상태에서 탑승했습니다. 아내 혼자 차를 탔으면 일이 커졌을 수도 있었겠지요.

아내가 면허따고 1년동안 사고 직전까지 간 상황이 수십번이라 -.-; 웬만한 일은 놀랍지 않다는 무감증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이론적 설명을 했었으나 거의 대부분은 직접 겪어봐야 이해를 했기에 일단 겪고 설명을 해 주는게 훨씬 효율적이더군요. 전방 교통 흐름 파악, 제동거리 확보 모두 목숨을 담보로 한 실습(?)을 토대로 실력을 늘립니다. 쉬프트 다운시 회전수 보상을 시도하기 시작하는데 1년 걸렸습니다... 그전엔 왜 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고, 지금도 이론은 잘 모르지만 하는게 안하는거 보단 훨씬 낫다는 것은 깨달아가는 중이지요.

푸념이지만... 아내가 운전 시작하면서 한참 싸웠지만 위험상황 2-3초전 제가 신호를 줘서 몇 번 사고를 모면한 뒤부터는 겨우 자기가 보는 것과 제가 보는 게 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정하더군요. 그 다음부터 좀 고분고분해지더라는...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아내가 운전하면 저는 '조기 경보기'가 되어야 하기에(아내가 길치에 방향치라 20번쯤은 가야 길을 좀 압니다...) 와인딩하러 또는 장거리 운전해도 안아픈 어께가 첫 1년 동안은 아내차에 30분남짓 탑승하다 내리는데도 엄청나게 쑤시더군요.


이 고생하면서 운전 가르치는 이유는... 저 술먹으면 운전시키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