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부터 세컨카를 찾다가 어제 드디어 엘리사 수동을 입양했습니다.

 

아기가 3살로 접어들면서 낮에 얘를 데리고 이리저리 유아교실을 다녀야하는

와이프의 고충이 심해져 왔고, 시기의 문제일 뿐 집에 차 한대가 더 있어야 했습니다.

 

세컨카를 고르면서 조건을 몇개 생각해 봤습니다.

 

1. 적정한 연식의 중고차

: 세컨카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는 좀 그랬습니다. 지금 있는 차가 패밀리카 역할은 충분히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출퇴근+가끔 심야 드라이빙)용으로 새차를 구입하기는 좀 그랬지요

 

2. 펀카일 것

: 혼자 타고다닐 차이기 때문에 승차감보다는 어느 정도 운전재미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 하고

가급적이면 수동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동이 점점 멸종되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이 아니면 수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예산을 2000만원 한도로 잡으니 시야에 들어오는 차들이 그리 많지는 않더군요.

국산으로는 엘리사(수동), 젠쿱2.0(수동) 정도 외산으로는 e46, TT, IS200, 사브 9-3 정도가 가능해 보였습니다.

 

성능만 보자면 젠쿱과 e46 325나 330이 좋아 보였습니다만

젠쿱은 사이즈가 너무 크다는 것, e46은 메인터넌스 비용문제가 걸리더군요.

 

결국 엘리사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4개월 정도 중고차싸이트와 투스카니 동호회를 기웃거리다

연식 대비 주행거리가 좋은 05년식 엘리사를 어제 끌고 왔습니다.

 

01년에 리오 수동을 떠나보낸 후 8년만에 손맛을 느끼니 처음에는 엄청 어색하더군요.

마음은 바로 힐앤토를 구사하려 하지만 현실은 시동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는...

어제 퇴근길에 영등포, 여의도 근처에서 버벅거리던 은색 투스카니를 보셨다면 그게 바로 접니다 -_-;;

 

집에 와서 저녁 먹고 한숨 잔 후에 길이 한산해진 새벽에 차를 끌고 나왔습니다.

30분 정도 돌아다니니 다행스럽게도 다리가 예전의 감각을 기억해 내더군요

강변북로, 북악스카이웨이를 돌고나니 새삼스레 운전재미가 쏠쏠하더군요

낮은 무게중심에 적절한 출력, 무엇보다 차와 내가 한몸이 된 듯한 변속 느낌...

 

8년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었습니다 ^^

 

날씨 좋아지면 차 사진 한번 올리겠습니다.

다음 번개에는 꼭 참석해서 수동 고수님들께 한수 배우고 싶습니다.

 

ps. 차에 담배냄새가 좀 심하게 배어 있습니다. 저 역시 담배를 피기에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정도가 좀 심해서요...

패브리즈를 잔뜩 뿌려주고 주차장에 세워 두었는데, 혹시 담배냄새를 순화시킬 방법이나 실내 냄새를 잘

잡아주는 샵을 알고 계신다면 도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