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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미국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갈 준비를 하는 와중에
"자동차를 들고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이야 뭐, 없는게 없는곳 아니겠습니까?
희귀 슈퍼카는 물론이가 90살된 자동차도 살 수 있는 곳이죠.
이런 좋은 조건 속에
만약 제가 클래식 자동차를 사서 한국에 들고간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상대적이고 절대적으로 클래식 카에 대한 수요가 적고
부품 수급이 어려운 곳인것이 사실입니다.
비록 전세계적으로 부품이 넘쳐난다는 비틀을 들고 간다 하더라도
그 클래식카를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십년간 가진다는것은
어지간한 사랑과 애정이 아니라면 불가능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갓 스무살의 중반을 바라보는 제가 클래식카를 한국에 들여간다는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일 수도 있겠군요.
제가 그간 자동차를 소유한 경력을 봐도
아무리 오래되어봤자 88년도 즉, 저랑 동갑입니다.
이러한 차들도 어지간히 말썽을 부렸는데,
1970년도에 만들어진 BMW 2002는 어떻게 감당을 할까요?
제아무리 튼튼하다 하더라도 200마력과 300마력 게다가 XJR을 타보면서 적응된 400마력의 힘에
익숙해진 저의 입맛을 어떻게 달랠까요?
아무튼 잡담이 너무 길어진것 같습니다만,
테드 여러분들중에 클래식 카를 소유한다는건 일상에 어떤 좋고 나쁜 상황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질문일지도 모르나
1970년도 BMW 2002에 관해 아시는분이 있으시다면(터보아닌 모델)
클래식 카로서의 가치를 평가해 주실 수 있을런지요.

클래식카로 별로 치지 않는 올드비틀을 주변에 가지고 있는 경험으로 볼떄, 차종에 따라 관리하기 많이 틀릴것 같습니다.
올드비틀은 생각보다 관리하기가 참 쉬운것 같더라고요.

김민식님께서 자세히 설명해주셨네요. 저도 오래된 차들을 좋아하는 취향이고 저와 동갑인 차도 한대 가지고 있습니다만 클래식한 차들이 주는 출력과 상관없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분명 있습니다. 특히 전자장비가 도입되기 전세대의 차들이라면 차종별로 캐릭터도 분명하고 유지관리도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습니다.

2002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들여오신다면 국내유일이 되겠네요. 더 오래된 카뷰레이터 엔진의 알파 줄리아 스프린트를 들여오신 분도 계시는데 인증과 등록은 상당히 힘은 들겠지만 불가능은 아니어보입니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복원입니다. 차대 부식이 있을 경우 상당히 힘겨운 작업이 될 겁니다. 아마 2002는 해외에서도 부속 구하기 어려운 추세에 접어들었을 겁니다. 절충안으로 E30을 구해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이미 E30은 국내에서도 구하기 조금 어려워졌습니다. 그나마 전자제어 엔진이라 연비와 출력면에서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으실꺼고, 부속수급도 아직은 원할한 편입니다. 일부 하체 부속은 E36과 호환도 됩니다. 그리고 복원 후에는 클래식 카에 맞는 품격의 유지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와 인식의 변화의 필요성과도 결부됩니다. 부디 멋진 클래식카를 손에넣으셔서 타의 모범이 되시고 부러움을 받으시길.
미국생활하셨으면,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류 구하시는 건 미국 부품사이트를 통하면 되니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정품 BMW 부품은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루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솜씨 좋은 미케닉들도 충분하구요. 실제로 동 시대에 만들어진 비머들이 상당히 많이 "굴러" 다니고 있습니다.
2002 라면, BMW 3시리즈의 모태가 되었다는 상징성과 독특한 쿠페라인(이라고 하기엔 C필러가 너무 뚝 떨어지고 3박스 스타일이죠.. 요즘 1시리즈가 바로 2002의 오마쥬라고나 할까..) 전통적인 BMW의 디자인 요소들 때문에, 주목할 만 하지만....
기본적인 2002를 들여오시면 출력때문에 목마를 수 있으니, 구하실수 있으면 2002 ti 혹은... 정말 구하기 어렵겠지만 알피나 버젼의 2002를 구해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그정도면 적당한 출력, 가벼운 무게와 작은 차체 때문에 드라이빙도 상당히 재밌을 것 같은데요..
만약, 2002 이외에 모델이 괜찮으시면... e30 m3 evo, e34 m5 3.8리터 후기형, e24 635 csi(혹은 M.. 구하기 어려울 듯..) 추천 드립니다. 아직 클래식카 대열에 합류하기에는 젊은 모델들이지만 충분히 클래식컬 하고 달리기 능력은 요즘 나오는 차들하고 맞짱 떠도 될 정도로 출중합니다. 위 세 모델은 국내의 올드비엠 매니아들이 실제 운용중인 차량입니다.
오래된 차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분명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일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는 주로 어린왕자에 나오는 "길들여진다"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 엉망친창 일보 직전인 차를 하나 구해와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하나하나 복원해 나아가며 내 손 때가 묻은 쓸만한 차로 완성시켜 나아가는 즐거움이 상당합니다. 그렇게 제 스스로가 차에 길들여지고 차 역시 저에게 길들여진 후 여유롭게 한가로운 국도를 달리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요즘차들과 달리 전자장비가 배제된 오래된 차들의 너무나 솔직한 반응은 차에 올라타 있다는 느낌보다는 차를 컨트롤 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습니다.. 상태가 안 좋은 오래된 차들은 가격이 정말 폐차값이니까요.
단,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하십니다. 이것이 가장 큰 제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