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밤 매우 늦은 시간, 이천에서 곤지암 올라가는 3번 국도(2차선 넓이)를 달리고 있었습니다.고개 살짝 넘어 내리막에서, 멀리 길에 뭔가 보이길래... 하이빔을 켰죠.

밤길에 가로등도 별로여서 매우 어두웠는데 (제가 약간 시력이 좋아서 ^^v;; )
2차선길 한가운데에 뭔가 큰 짐이 떨궈져 있는 것이 보였고, 저는 그걸 급하게 피하면서 약간 무리한 핸들링을 하는데... 어잌후! 길위의 그 물건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까감따닥 놀라서 바로 풀브레이크 클릭; 갓길에 섰지요.

이걸 어째야하나 잠시 생각하려다가 머리를 스치는 생각! '저분 그대로 두면 다음 차 지나갈 때에 *포된다.' 순간 rotten.com이 뇌리에 스쳐갑니다. 갓길 가드레일 바깥으로는 대충 주차장 비슷한 구조가 있어서 열심히 회차를 해보니 그사람 바로 직전 지점에 도로 나가는 길이 있길래... 원래 의도는 그사람과 거리를 두고 2차선 상에 차를 제대로 세우고 비상등 켜고서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는데,

아놔원 저쪽 고개위에서 두번째 차가 막 오고 있는거였죠! 고속으로;;;;
일단 급한 맘에 제차 대가리를 길에 디밀며 쌍불을 켰습니다. 이게 바로 살짝 역주행 시츄에이션이죠 - -;;; 과속하시던 그분 왈라 많은 욕과 클렉션과 하이빔을 퍼부으며 지나가십니다 (테드 회원이셨다면 죄송합니다). 차를 좀 더 적절한 시츄로 옮겨볼까 하는데, 차 또 몇대 지나가면서 욕을 사발로 추가 사리를 먹었습니다. 아~ 뭐 암튼 간발의 차로 겨우 미션컴플리트. 조금 굼뜨기라도 했다면, 순간에 생명이 없어진 유기체를 바로 눈앞에 두고 망연자실하고 있었겠지요...

다시 지나가는 차가 없길래 제 차를 뒤로 빼서 길과 직각으로 머리만 살짝 내밀어 그 사람 몸만 가려주는 형국을 만들고서는 좀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창밖으로 보니 그 사람 여기저기 피가 보이고 약간씩 꿈틀대더군요 - -;;;;; 일단 경찰에 전화를 했습니다. 뭔가 로고송이 흐르더니 웬 아줌마가 "안녕하십니까, 어디 알려드릴까요?" 하는거 아닙니까.

"아놔원 웨에 아줌마가 받아요?? 경찰에 전화했는데에?"
당황한 상태라 그랬는지 전 버럭 화를 냈었다는 - -;;; 제가 정신이 없어서 112 누른다는걸 114를 누른겁니다;;;;;; (보노보노 버젼 땀 뻘뻘, 아마 그 아줌마는 "경찰은 112에요!"라고 하고서는 안내수수료 부과했을 것 같습니다. 장사 지대로 하는 KT - -+) 다시 제대로 경찰에 전화해서 신고하려는데 그때 갑자기 제차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허헉!! 남량특선의 계절은 아직 조금 이르단 말입니다!

창문을 보니 다른 멀쩡한 사람이 뭐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창문을 살짝만 내렸지요. 그분 왈.. "전화좀 주세요" 제 전화기에선 계속 "무슨 일이십니까? 말씀을 하시죠! 어디십니까?" 하는 경찰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고... 창밖의 사람은 길위에 사람을 친 소형 화물트럭 기사분이셨고, 폰 베터리가 나갔는지 경찰에 전화를 좀 해달라고 하더군요.

신고를 마치고,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서 차에서 내려 길위의 그분을 봤습니다. 거거걱 거거걱하는 거친 소리를 내며 겨우 호흡하고 있었고, 꿈틀대며 으윽 으윽 소리도 가끔 났는데... 호흡곤란 상황에서도 힘을 들여 호흡하는걸 보니, 빨리 실려 가기만 하면 살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는 순간, 앰뷸런스가 왔습니다. 트럭기사분이 앰뷸런스까진 불러놨더군요.

한대 꼬사르면서 퍼뜩 스치는 생각이, '이이상 엮이면 괜히 업무 방해만 받는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뒤도 안돌아보고 내뺐습니다. 다음날 아침, 차타고 연옥을 헤메는 이상한 꿈이 떨쳐지지 않는 느낌에 잠을 깨서 출근하니, 제가 한참 자던 시간에 핸드폰에 웬 모르는 번호가 몇번 전화를 했더군요. 바빠서 전화를 걸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오후에는 형사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여러가지 사건 경황을 상세히 물어보더군요.
심문 끝에 저는 물었습니다. "그분.. 살아났나요?"
대답은 No였습니다. 머리 손상으로 병원 도착후 유문을 달리하셨습니다.

'살아나셨다면 내가 살린거나 마찬가지라는 보람을 느꼈을텐데..' 하는 약간 이기적인 생각과 '부상 장애가 심각하면 사는게 사는것이 아닐수도 있지.'하는 뜬금없는 생각, '육체라도 비교적 온전히 하늘나라로 가게 해드렸으니 다행이다.'라는 또 이기적인 생각... 여러가지 스쳐가는...

"지금 그 트럭 기사분 입장은 좀 어떠신가요?" 라고 물으니, 뭐 많이 곤란하지는 않다고 하던데 정확히는 말을 안해주더군요. '그날 내가 더 속도를 냈다면 사고 차량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었...'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나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사람을 치어본적이 전혀 없지만...
하는 생각이 맴돌더군요.

여러분 모두 밤길 운전 조심하세요. 이상, 운전 생업자 Enzo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