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에 한독 상공회의소 창립 25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서울의 모 호텔에서 있었습니다.

금요일에는 서울 모 호텔의 옥상을 통째로 빌려 바베큐 파티를 했었고, 한국 소재 독일 기업인들을 비롯해 각종 분야의 독일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저희 독일인 부사장과 독일에서 온 트레이너와 함께 독일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부사장님이 진짜 차에 미친 사람 한사람 소개시켜주겠다며 소개시켜준 사람은 한국 일리스 엔지니어링 대표이사 Mr. Michael Hennig(미하엘 헤니히)였습니다.

제가 전해듣기로는 예전에 포르쉐 964 스피드스터를 타다가 사고가나서 병원에 6개월 입원해있었는데, 의식을 회복한지 2일만에 다음에 사야할 차를 고르며, 퇴원하면 바로 차를 산다며 부산을 떨었을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정도를 사전에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소개를 받고 악수를 하는데 저보다 두배 큰 손으로 제 손을 감아쥐는데 솔직히 아파서 혼났습니다.

저희 부사장님도 저를 그분에게 좋게 소개시켜주었고, 곧바로 자신이 가졌던 스피드스터 이야기를 꺼냅니다.

짧은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난 스피드스터 탔었습니다.'
'아 964요? 저도 잘 아는 찹니다.'
'하하하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네요... 지금은 스피드스터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포르쉐 엔진을 올린 올드 비틀을 독일에 가지고 있답니다.'
'비틀에 포르쉐 엔진을 올렸다면 드래그 용도로 사용하시나 보지요?

헤니히씨는 다시한번 크게 웃으며,
'내가 이제야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을 만났군요.'(우리 부사장님께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이렇게 몇마디로 서로의 내공을 확인한 후 그분과 전 행사장에서 40분 그리고 그 호텔 일층의 바로 이동해서 50분동안 신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속도와 레이스 그리고 차를 경량화시키는 것 특히 카본 파이버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한국에서는 회사차로 체어맨을 타고 취미로 할리 데이비슨 개조한 것을 차고에서 고치고 주말에 드라이브를 간답니다.

독일에 있는 비틀은  포르쉐 914 공냉 4기통 수평대향 엔진을 올렸고, 200마력 정도를 마크합니다.
제가 드래그 세팅이 아니냐고 물어보았던 것은 964나 993 엔진을 올렸을 것을 감안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사실은 친구차가 914 4기통 수평대향 엔진에 웨버 트윈 캬브레터와 하이캠을 올려 2.9리터 보어업된 엔진에서 350마력(7500rpm)을 뿜어내 신형 911터보와 드래그 레이스를 붙어도 이긴다고 합니다.

이밖에 요즘 독일차들의 전자제어화로 인한 운전이 재미없어졌다는 공감 자신이 튜닝 제품과 타이어에 대한 의견 (PSS9, H&R 코일오버, 각종 고성능 타이어), 빠른 차를 좋아하는 열정, 서킷에서 차의 코일오버를 세팅하는 노하우, 전 그동안 제가 타보았던 진귀한 차량들과 최근 타본 수퍼카나 수퍼세단등에 대한 이야기, 기타등등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MK3 VR6와 E34 M5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아주 재미있는 컴비네이션이라며, 두차 모두 잘 안다고 했습니다.
이번주 화요일에 통화를 하고 제가 그분 사시는 성북동에 방문에서 차도 보여주고 할리 데이비슨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다시한번 깜짝 놀란 것은 그분이 걸을 때 다리가 불편하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45세의 헤니히씨는 과거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를 약간 저셨고, 식구들 입장에서 보면 그놈의 빠른차 때문에 차라면 지긋지긋할텐데, 열정이 식지 않고, 침을 튀기며 자동차 이야기를 하는 헤니히는 불의의 사고가 자신의 열정을 뺏어갈만큼 크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공감대만 형성이 되면 국적 나이 불문으로 친구가 되고, 단지 취미로서뿐 아니라 특이한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사업적으로도 아주 큰 이점이 됩니다.
그냥 가식적으로 너의 세계를 존중하니까 관심만 가지고 들어줄 수만 있는 그런 공감이 아니라 서로가 공유하고 비슷한 레벨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역시 헤니히씨는 제가 만난 독일인중에서 제가 관심이 많은 분야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었고, 그분의 할리 데이비슨뒤에 타보는 영광도 누려보고 싶습니다.

자동차가 제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한번 깨닫는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