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 녀석과 씨름하면서 적응기간을 가졌습니다.

고출력 차량을 적지않게 몰아봤지만, 내 차로서 받아들이는 과정에선 아무래도 무관심했던 부분들이 클로즈업 되면서 좀 더 섬세하게 들여다 보게 됩니다. 반대로 단지..시승만일때는 다른 오너의 시각을 '상상과 경험' 을 통해 유추하지만, 내차가 되면..철저하게 스스로의 필요충분 조건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네요.

 

닷새간 빡신(?)적응기간 동안.. 야생마를 길들이는 카우보이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당.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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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차주의 기본말소절차를 기다려, 어제 새 번호판을 달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로 5년째 거래하는 등록사 사장이 'Hyundai' 로고가 새겨진 백 플레이트로 달아줘 '어우모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럼 딴브랜드 이름이 새긴걸로 하는거도 웃기네.' 글고 걍 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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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전에 침대에 누우면, 딱 윗모양의 젠쿱 실루엣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디테일은 썩 맘에 들지 않지만, 전체비례만큼은 딴딴한 느낌이 들어 사랑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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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져라~ 예뻐져라..

그리 선호하던 색상이 아니라, 자꾸 마인드 컨트롤 중입니다.ㅋ BMW 의 그레이칼라는 청끼가 없고, 톤 (밝기정도)이 가라앉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젠쿱의 그레이는 다소 설익어 떠있는 톤이라, 같은 그레이임에도 조금 덜 세련되었습니다. 라세티 프리미어 그레이도 이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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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다른 그레이젠쿱을 보면 맘에 안드는데.. 내 젠쿱의 그레이는 이뻐보이는게 사실입니다. ㅋㅋ

 

 

 스트레스의 양면성.

 

드라이빙은 항상..어느정도의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스포츠드라이빙의 경우는, 그 양과 질이 더 깊다 볼 수 있죠. 우리가 드라이빙을 통해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중독되어 가는 이유는.. 긍정적인 스트레스가 적당한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생활의 활력소를 주기 때문인듯 합니다. 드라이빙은 생활 속의 모험과 도전의 연속이여서, 정신을 맑게 해주고 삶의 본질을 체득하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몇일 간 젠쿱 380 과 내몸을 맞추어 가는 동안.. 한켠으론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반대켠에선 스트레스가 늘어났습니다. 이전의 이엡S 는 가속과 라이벌 배틀때, 진로를 모색하고 변속과 핸들링의 정밀성에 대한 긴장감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젠쿱380 의 경우는 이런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가 확~ 줄었습니다.  출력에 대한 기본자신감 때문에, 크루징 하는 동안 마음이 느긋해져, 외려 기를쓰고 달리게 되는 습관이 조금씩 변해감을 느꼈습니다.

 

반대로.. 두배이상의 출력을 다루면서, 급가속에 의해 점진적으로 전방물체에 다가서는 시간이 대폭 줄어드니, 사후대처에 대한 타이밍이 두배로 빨라져야 함에, 감속 컨트롤과 핸들링.. 코너직전과 가속직전 컨트롤에 대한 스트레스가 늘어나더군요. ' 빨리 설 자신이 없으면 빨리 달리지 말라.'  어지간한 고성능 외산차도 따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만큼, 드라이버의 운전 스타일은 '운전의 격'을 올릴 수도 있고 싸구려로 만들 수도 있어 보입니다. 빠른만큼 정확하고 세련된 움직임을 만드는 과정이 새로 다가온 스트레스로 여겨집니다. ^^

 

 

 ZF6 단 오토밋션.

 

차를 받은 월요일 - 주로 막히는 시내도로를 주행하면서 웜업 적응기간을 가졌습니다.

화요일 - 출퇴근 길(강변로/분당수서로)을 이용해, 오토스틱 모드의 적응.. 고속 크루징 감성 적응.

수요일 -  안막히는 시간대의 시내고속로 크루징.

목요일 - 서울->전주->군산 왕복 550 km  고속주행 적응.

 

ZF 의 내구성과 평가가 좋아, fun driving 의 절대요소로 여겨졌던 수동밋션을 포기했습니다.  오토밋션을 즐겨 타지않아 이번 선택이 새로운 익스페리언스가 될것이라는 생각이기도 했죠. ZF 6단 밋션은 소문대로, 시프팅 속도가 빠르고 자연스러워 변속스트레스가 적었습니다. D 모드에서는 변속시점을 의도적으로 설정하기 어려워 별로 기분좋은 감성이 아니지만, 언제든 킥다운만 해주면 원하는 만큼 달려줘 박진감의 마이너스 요소를 상쇄합니다.

 

열린도로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수동모드로 당겨놓는데, 오.. 느낌이 생각보다 좋습니다. 패들시프트가 안달린 모델인데.. 원래 패들시프트가 있는 차도 기어노브조작으로 변속하는게 더 자연스러웠던 터라, 별 아쉬움이 없습니다.  오른팔을 좌석중간 콘솔박스에 얹고 세손가락을 위로올렸다 내렸다 가볍게 해주기만 해도 변속되는게 무지 편하게 느껴집니다. 풀스로틀로 가속할때도 레드존 어귀까지 어김없이 단수를 지켜줘 오토스틱 모드에선 거의 수동차와 차이가 없게 보입니다.

 

담으로 얻은 보너스는.. 변속조작루트가 뻑뻑한 수동스포츠카의 특성에 비해, 아주 간단하게 변속을 행할 수 있다보니, 더 부지런히 변속하게 된다는 점 입니다. 따지고 보면, 편하고 수월하게 할 수 있어 연비와 효율성 면에서도 유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변속 타이밍도 빠르고 변속중에 꾸준히 가속할 수 있어 차의 움직임과 리니어한 하중이동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운시프팅때 레브매칭이 안되는 점이 아쉽지만, 6단에서 5단은 매끄럽게 감속되고.. 4단과의 기어비 차이가 많은지, 4단으로의 다운시프팅땐 턱~하고 걸리는 느낌입니다. 이땐 충분한 감속후 활용하는게 좋아보입니다. 4단에서 3단은 또..위화감이 없습니다.

 

토크와 출력이 높은 차의 수동변속때, 오른손과 클러치 페달을 위해 힘을 주다보면 스티어링을 잡은 왼손이 조금씩 흔들리는 걸 경험하게 되는데, 오토스틱의 경우는 미동없이 라인을 고수하기에 한결 편합니다.  힐앤토가 불가하지만.. 변속타이밍이 빠른 오토스틱이 외려 수동밋션보다 빠른감속이 가능한 면도 보입니다.  드라이버의 복잡한 동작이 줄어들어 전반적인 스트레스가 줄고, 핸들링과 공간반응에 더 주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더군요.  하이패스를 사용하지 않기때문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의 동작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창문열고, 정차해 기어빼고, 정산하는 과정이 브레이크만 밟고있음 돼서 오토의 장점이 부각되더군요. 잔돈 거슬러 받아 지갑에 다시넣는 동안 기어넣고 뒷차를 위해 서서히 움직여야하는 스트레스도 줄었습니다.^^

 

 

 도로위의 계급장.

 

가끔있는 라이벌과의 배틀은 일상드라이빙으로부터 신선한 일탈을 줍니다.

이전 차의 경우는 도로를 달리는 모든 차량이 배틀 대상이였다면,  300 마력짜리 차는.. 첫단계에서 대략 200마력 이상의 차들로 걸러지는게 새로운 변화네요.  최근의 고성능 SUV 들과 세단과 외산차들이 더이상 '버거운 상대가 아님' 도 신선한 점입니다.  이런 부분이 달리는 동안 ' 기름 많이 쓰는 댓가' 로 여겨지더군요.  힘쎈 차로 욕심에 맞는 가속을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이, ' 더 많이 쓰는 값어치로 충분하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비

 

시내도로를 포함한 일상주행 평균연비는 7~8 키로 내외,

연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맘대로 운전' 으로 전주군산을 왕복한 고속주행 연비는 의외로 좋았습니다. 8.8~ 9키로 정도의 연비를 보이는데 이는.. 이전의 이엡S 와 비슷한 연비입니다.  토탈 평균연비는 2.0 이엡에 비해 10% 정도 나쁜 듯 한데.. 이는 무리없는 수준이여서 만족스럽네요. 다행이 회사에서 유류대가 지원되어, 사적인 드라이빙을 위한 유류사용 외에는 부담이 없는게 녀석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어찌보면, 개인적으로는.. 순수 가솔린 차의 마지막 세대로 녀석을 마음껏 즐겨볼 생각입니다.

좀 더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되면, 서킷과 드리프트를 즐겨볼 생각이고요.. ^^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