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스핀들이 망가져 주저앉은 GTV6를 고쳐서 5월말 버튼윌로우에서 열리는 알파컵 레이스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스핀들을 주문해 고치는 동안 정승현님은 그때 사귄 사람들의 추천으로 코일오버를 주문해 장착하기로 합니다. RSR이라는 회사의 코일오버로 앞에는 12.5kgf/mm, 뒤에는 7kgf/mm의 스프링 레이트를 가졌고, 앞에 스웨이바가 30mm의 빨간색 스웨이바로 바뀝니다.



RSR사의 코일오버셋은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에서 세팅했다고 하는데요, 앞에 토션빔에 12.5kgf/mm라는 높은 스프링 레이트, 거기다가 스웨이바까지 두꺼워져서 언더스티어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이 GTV6 레이스카가 뒤쪽이 앞쪽보다 굉장히 단단하게 만들어진, 즉 섀시가 오버스티어이고, 후륜구동에 트랜스 액슬 방식인 만큼 언더스티어를 내는 서스펜션 세팅 그대로 가기로 했지요.


△앞에 코일오버 장착 모습입니다. 스프링이 두단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뒤에는 코일오버라고 해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댐퍼와 스프링이 따로 들어갑니다.
다만 스프링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합니다.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뒤 스프링. 은색이 이번에 새로 들어가는 스프링 입니다.


△이왕 서스펜션에 손대는 김에 부싱을 모두 우레탄으로 바꾸었습니다.


△차고가 낮아지는 만큼 범프 스탑(bump stop)은 띄어 냈구요.


△어퍼 A-암(upper A-arm)의 볼조인트와 부싱도 모두 갈았습니다.


△오픈 인테이크를 넣으면서 3인치 짜리 파이프를 구해 인테이크 관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중고 스핀들을 구해 새로 넣고 휠 베어링 또한 새로 넣었습니다.


GTV6의 코일오버를 추천한 친구는 5월말 이벤트를 위해 알파 로메오 밀라노에 3.7리터 엔진을 얹은 레이스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5월초 차를 만들고 처음 시승을 하는 날, 연료 라인의 문제가 생겨 차에 불이 붙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5월말 이벤트에 탈 트랙차가 망가져 버린것이지요. 그러다가 5월 중순, 750불(약 75만원)이라는 가격에 밀라노 한대를 구입하게 됩니다.밀라노는 87년식으로 GTV6와 플랫폼을 같이 써 토션빔, 드디옹, 트랜스 액슬 등의기본 구조가 같습니다. 5월 중순에 차를 구입하긴 했는데, 때마침 자신의 고향인 덴마크에 가게 되어 차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저와 정승현님은 차가 굴러가는 상태라 오일류만 교환하면 될것같아 흔쾌히 차를 만들어 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밀라노를 처음 가져왔을때의 상태.


△ 페인트의 상태가 눈에 거슬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차 전체를 스티커로 싸버리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 밀라노의 포인트인 몰딩이 색이 바래 반무광 검정색으로 다시 도색했습니다.


△ GTV6가 코일오버를 얹으면서GTV6에 있었던 빌스타인 댐퍼와 스프링을 밀라노로 이식시키면서 밀라노의 부싱, 볼조인트 상태가 생각보다 더 엉망인것을 발겼했습니다.

오일류만 갈면 될줄 알았던 밀라노의 부싱, 볼조인트, 타이로드, 브레이크 패드 등등을 갈기 시작하면서 GTV6에 쏟을 시간이 줄어들어 시간에 점점 쫒기게 되었습니다.


△ 차 전체를 스티커로 싸는 작업은 시간 관계상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여유가 있을줄 알았지만 이날 역시 금요일밤 12시에 얼라이먼트를 끝으로 모든 작업이 끝나고 트랙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버튼윌로우 트랙 옆 모텔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3시가 다 되었습니다.


△ 지긋지긋하게 고생한 밀라노 이지만 이렇게 트랙에 와서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트랙용으로 준비한 17인치 휠과 트랙 타이어를 끼었습니다.


△ 우리를 도와주러 오신 제프 할아버지의 RV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 차고가 낮아지니 더욱 레이스카 같습니다.


토요일 아침 드디어 정승현님의 운전으로 GTV6가 트랙에 나갔습니다. 코일오버의 성능과 랩타임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첫 세션엔 2분 13초대의 기록이 나왔지만 차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고 뒤가 불안하다고 하며 피트 인 했습니다. 차를 들어서 살펴보니 예상했던대로 뒤 스웨이바 링크가 배기 파이프에 닿아 우레탄 부싱이 녹아버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는 사이드 브레이크의 연결 부분이 떨어져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 배기 파이프에 부싱이 녹아 붙은 검은 자국이 생겼습니다.


△ 녹아버린 부싱

녹아버린 부싱과 반대쪽 부싱을 빼서 링크 부분의 높이를 낮추어 고쳤습니다. 또한 사이드 브레이크를 아예 빼버렸습니다. 정승현님이 드라이버, 제프 아저씨가 수석 미캐닉, 제가 말단 미캐닉 이렇게 역할이 확실히 분담되자 모두 여유가 있었고 부드럽게 일처리가 되었습니다. 제차도 가져와서 탓더라면 정말 정신 없었겠지요.


△ 앞쪽은 코일오버의 세팅상순정 보다 더 많은 캐스터와 마이너스 캠버 각을 갖게 됩니다.


△ 보기 좋게 낮은 높이의 뒷바퀴.

토요일에는 세번의 세션이 있었는데,코일오버 덕분에 전보다 롤은 많이 줄었지만 차의 뒤가 불안하고 아직도 오버스티어가 나온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특히 뒤 브레이크가 락이 잘되고 긁히는 소리도 난다고 했습니다. 역시 뒤 타이어를 보니 타이어가 락되서 생긴 플랫 스팟이 있었습니다. 뒤쪽 타이어의 공기압을 낮추어 뒤쪽 그립을 더 살려보려고 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 알파 로메오 클럽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지금 GTV6 뒤에 껴논 패드가 레이스용 패드라서 작동 온도가 안되었을시에는 성능이 딸리고, 작동시에는 너무 강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정승현님과 같이 토론을 해보니, 오버스티어가 나는것은 코너를 탈출할때 였습니다. 직선에서 브레이크 잡을 때는 오버스티어가 일어날 일이 없고, 정승현님은 코너에서 트레일 브레이킹을 하는데 이때 뒤가 밖으로 빠져서 액셀레이터를 일찍 밟을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이차는 LSD도 없어서 더욱 불리했지요. 알파 로메오 클럽 사람들의 말을 잘 생각해 보면 코너 마다 틀리겠지만 대부분 트레일 브레이킹이 끝날때쯤이 바로 브레이크의 작동 온도에 다다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었던 긴 직선 끝에 나오는 첫번째 코너가 바로 이런 경우지요. 트레일 브레이킹이 끝날때 쯤에는 드라이버의 조작에 의해 브레이크의 힘이 일정하게 줄어야 하는데, 이때 브레이크가 강해진다면 마치 코너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땡기는것이나 마찬가지 겠지요. 예측하기 힘든 차의 후미는 이처럼 일관되지 않게 작동하는 브레이크 때문이고, 또 오버스티어는 서스펜션이 아니라 브레이크에 의한 오버스티어 였습니다. 마침 새 순정 패드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패드를 줘서 토요일날 저녁, 뒤 브레이크 패드를 순정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알파 로메오 클럽은 이처럼 서로 돕는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 떼어낸 포터필드(porterfield)사의 R4 패드. 잘 살펴보면 패드 전체가 로터에 충분히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 내구레이스 참여를 위해 준비중인 케이터햄 슈퍼 세븐. 포드의 Zetec 엔진을 얹은
차들입니다.

지난해까지 매년 참가했던 내구 레이스에 이번에는 참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알파 로메오 클럽의 5월말 이벤트의 내구 레이스 시간은 2시간 반으로 늘어났습니다.


△ 세븐 하면 생각나는 색깔입니다.




△ 아마츄어 적인 피트의 모습.


△ 사진 촬영을 위해 모인 밀라노들.


△ 사진 촬영을 위해 모였는데 차가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토요일 일정을 마치고 모텔에 돌아와 정승현님께서 내일의 목표는 2분 10초라고 하셨습니다. 토요일날 했던 가장 빠른 랩타임이 2분 12초였으니 2초를 더 땡겨야 하는 것이었지요.  같이 가신 분 모두 밤 10시가 되기도 전에 곯아 떨어졌습니다.


△ 알파 로메오의 네잎 크로버.

잠을 오랫동안 푹 자고 일요일 아침 상쾌하게 트랙으로 향했습니다. 기름을 꽉 채우고 첫 세션을 위해 나갔습니다. 무전기를 연결해 제프 아저씨는 트랙 전체의 상황을 전하고 저는 매 랩마다의 랩타임을 전했습니다. 어제 토요일 매 세션마다 30분 전체를 못돌고 문제가 생겨 피트인 했는데, 이번에는 세션이 끝날때까지 완주 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2분 10초 76의 기록을 낼수 있었지요. 아침 첫 세션이라 트랙과 대기의 온도가 낮고, 브레이크 등 차의 세팅이 안정되어 가능했습니다. 30분 세션 동안 피트 인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차에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드라이버가 운전해 집중 할수 있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드라이버이신 정승현님이 토요일 저녁부터 이미지 트레이닝 등의 노력을 하셨고 숙면을 취할수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일단 목표 달성을 할수 있어서 정말 기뻣습니다.


△ 예선 레이스를 위해 그리드에 정렬했습니다.


△ 결승을 위해 정렬.


△ 녹색기를 받고 출발!

낮 1시 드디어 알파 컵 레이스가 출발합니다. 버튼윌로우 트랙이 큰데다가 참가 댓수가 적고 차들의 성능차이도 꽤 나서 차들 사이의 거리가 벌어져 재미있는 액션은 없었습니다. 위에 사진에서 보이는 흰색 GTV가 리타이어 하는 바람에 예선 레이스 결과와 크게 다름 없이 GTV6는 5등으로 역주하고 있었습니다. 알파컵 레이스에서는 모든 클래스의 차들이 같이 레이스를 하는데, 선두권의 상위 클래스 차들은 24밸브의 엔진 등 파워트레인 부터 서스펜션까지 무시무시하게 튜닝된 차들입니다. 가장 빠른 차들의 랩타임은 2분 4~5초를 내었고, GTV6는 꾸준히 12초대를 냈습니다. 엔진, 트랜스미션이 완전 순정인 차로는 뛰어난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던중 트랙에 뒤쪽 직선에 차가 진입하며 크게 스핀을 했습니다. 그리고선 한랩을 못돌고 결국 리타이어 하게 되었지요. 뒤쪽 직선에 진입하는 오른쪽 코너에서 왼쪽 앞바퀴가 아슬아슬한 그립을 잡고 돌아 나갈때, 갑자기 냉각수가 터지면서 왼쪽 앞바퀴에 쏟아 졌습니다. 이때 차는 바로 쭉 미끌어 나면서 크게 스핀을 하였습니다. 차는 다시 출발 했지만 그때 쏟아낸 냉각수 때문에 냉각수 양이 모잘라 차는 오버히트를 했고, 결국 리타이어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GTV6를 닦으며 이번 주말을 마감했습니다. 비록 알파 컵 레이스를 완주 하지는 못했지만, 새로 장착한 코일오버의 성능이 만족스러웠고 목표로 했던 2분 10초를 달성할수 있어서 기뻣습니다. 제가 운전은 하지 않았지만 제가 공들인 차가 좋은 성능을 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번 이벤트가 학교를 마치게 되어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마지막 트랙이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했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되어 정말 행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