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s
유사이래 많은 사람(남자)들이 '속도'를 추구 해 왔습니다.
어릴때 보고 놀라웠던 영화 '벤허' 에 나오는 4마력 전차에서, 페라리의 원조인 로마인들의 혈기를 볼 수 있었고, 유일한 이동수단이였던 말의 값어치를 평가할 때 얼마나 빠르냐로 기준 삼는다는 점. 비단 '속도의 미학'은, 이동의 그것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가치일 듯 싶습니다.
차를 빨리 몰 수 있음은, 그만큼의 '여유를 획득'할 수 있음을 의미해.. 임계상황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관건이 됩니다. 일반 드라이빙에선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레이싱에서는 안전과 더불어 빠른 랩타임을 뽑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다른 분야와 연계해서 적용해 보면, 그럴듯한 논리가 성립됩니다.
김연아의 스케이팅이 높게 평가되는 부분을 살펴보면, '빠른 스피드'를 기본으로 높은 점프가 가능하고, 유연하고 미려한 스케이팅의 기본기가 바탕이 된다는 점 입니다. 알파인스키나 스키 점프.. 스피드 스케이팅, 아이스하키등.. 당연히 스피드를 추구하는 동계스포츠 뿐 아니라, 기능을 추구하는 모든 것들에 속도가 적용 되고 일정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많은 일의 양'을 기본으로 하는 일이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입시미술을 가르칠때, 보통 4~5 시간 소요되는 시험시간을 빠른화면(?)으로 보여주기 위해 1~2 시간 내에 완성하는 시범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시범그림을 그리는 동안 지루해 할 수 있음으로 빠른 시간에 깊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일은.. 그림의 과정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효율성과 함께 선생의 능력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됨으로, 플러스 알파의 교육효과를 얻게 됩니다. 또한 아이들도 빠르게 그리는 연습을 함으로써,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한결 더 얻게 됩니다.
테니스나 스쿼시 강사들은 처음 온 수강생에게 첫 볼을 건네줄때,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강하게 쳐서 기선을 잡습니다. 골프 강사들은 드라이브 샷을 강하게 멀리 쳐 보냄으로 시각적인 신뢰감을 한번에 얻게 됩니다. 드라이빙 스쿨의 인스트럭터는 수강생이 동승하는 차량을 가능한 빠른속도로 몰아, '앞으로 배워야 할 길이 멀다.' 는 인상을 강하게 줌으로 긍정적인 교육효과를 얻습니다.
부드럽고 유연한 운전이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지만, 빠른 운전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매니아의 피할 수 없는 과제와도 같다는 생각이네요. 운동신경이 뛰어남에도 도로를 보는 눈과 판단력은 의외인 경우가 있고, 둔하고 미련한 몸치임에도 판단력이 좋은 드라이버를 종종 봅니다. 한 예이지만.. 어느정도의 한계 드라이빙에서 발휘하는 판단력과 유연성을 가만히 살펴보면, 드라이버의 전공이나 특기와도 연관성이 있는 경우를 곧잘 보게됩니다.
보통 음악을 하는 사람은 여성적이고 내성적이라 운전을 과감하게 못할거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의외로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국내 알스타즈에 가수들이 꽤 되는것도 한 예인데.. 음악에서의 리듬감과 강약의 미학은, 운전에서 음율을 만드는데 좋은 영향을 끼치는걸로 생각됩니다. 미술대학을 다니는 선후배 동료들의 군생활을 살펴보면.. 사격을 잘하는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군대 사격훈련 후에 포상휴가를 자주 나오는걸로 알 수 있지요. 이는.. 정확성과 정적인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많아, 정신을 제어하는 힘과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니아 분들 중에 의사가 많은 이유도, 늘~위기상황과 대처하고 정력(정적인 힘)을 다듬지 않으면 안되는 강한 굴레에서 생활하다보니, 카타르시스에 대한 동경이 있기도 하지만.. 고도로 트레이닝 된 절제력과 섬세함이 운전에 적용되면서, 운전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으로 보입니다.
물리학을 전공한 자동차 칼럼니스트 친구와 가까웠던 적이 있는데, 초보레이서 시절..정말 사고가 많이 났습니다. 서킷의 곡률과 차와의 물리적 상관관계를 계산해 스피드웨이 각코너의 임계속도를 뽑아내고, 아주 과학적인 접근으로 차를 분석해 탔는데, 의외로 이친구의 사고 경력을 보면 어이없게도.. 전방주시를 태만하다 교각에 들이받는다든지, 앞차의 페이스를 따라 달리다 굴러버린다든지.. 아주 단순한 실수에서 헛점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이는 전공의 차이라기 보다는 성향의 차이라 봄이 맞겠지요.
물론 위의 예는 아주 작은 단면의 경우이고, 제 경우.. 차를 빠른속도로 컨트롤 하는 힘은, 기본체력이 바탕된 상태에서 집중력과 정적인 힘, 시각정보에 대한 통찰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천적인 자질 보다.. 후천적인 생각의 힘, 도로와 차와 자신과의 함수관계를 설정하는 작은 철학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를 모색하는 과정은 다른 학문이나 취미활동에 비해 결코 만만치 않은 몰입을 요구한다고 봐집니다. 그 과정이 늘~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
깜장독수리..
드라이빙 스쿨 강사 이야기 공감합니다. 드라이빙 스쿨은 아니였지만, 대형 운전면허 취득할때 교관이 버스를 몰고 코스를 한 바퀴 둘러보게 합니다. 어찌나 빨리 운전을 하시던지, 교습용이라 봉대도 많이 없어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리는데 정신이 없어, 정작 중요한 코스 파악을 하기가 참 어렵게 하더군요. 일부러 합격률을 낮추려는 의도가 아닌지 싶습니다.
군대에서 츄레라 운전할 때도 조교가 후진 하이로 무지막지한 속도로 T자 코스를 질주를 왕복 5번 해주더군요. 그 다음, 눈 빛은 '너도 해봐라!'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도록 한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저도 전공이 무용(DANCE)이라 익렬님이 쓰신 내용과 같은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일단, 감각이 크게 필요한 일을 전공으로 삼는 사람들은 드라이빙 능력을 키우는 일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수월한 것이 사실인 듯 싶습니다.
물론,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물론, 깊이 들어갈 수록 빠른 춤을 출 때 냉정하고 빠른 판단력이 필요한 것처럼 도로(와인딩로드)에서
나타날 수있는 많은 변수들에 빠르게 반응하는 능력은 수 많은 경험으로 만들어지더군요.
감각이 아무리 좋아도 한꺼번에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잘 압니다.ㅎㅎ
저에게는 온 몸으로 하중을 느끼며 리듬을 만들어 춤을 추는 행위만큼 차를 타는 일은 매우 매력적인 일로 느껴집니다.
몸이 많이 아파 재활을 하는 저에게는 또 다른 춤이 스포츠드라이빙이었거든요.
돈은 안 되고 끊임 없이 퍼부어야만 하는 것까지... 어찌나 똑같은지...ㅋㅋㅋ
결국 마지막은 그레이 컬러가 블루를 추월하는 듯한 느낌의 사진으로 끝내시네요. ㅋㅋㅋ
여전히 "그레이가 제일 좋아!"로 마인드컨트럴 중이신 듯.. ㅋㅋㅋ

" 골프 강사들은 드라이브 샷을 강하게 멀리 쳐 보냄으로 시각적인 신뢰감을 한번에 얻게 됩니다 "
요즈음엔 그렇게 쳐가지고는 안됩니다....
운전 대역의 초보운전이라면 성립되는 이론인것 같습니다....
요샌 아마추어 골퍼의 눈이 무척 높아져서(인터넷 발달이 주된 요인입니다-물론 눈만 높아짐-)
왠만큼 주행하는 동호회 활동을 할 정도의 드라이버라면 숏게임 능력도 무지 주의깊게 보게 되겠지요^^
"말이 그렇다라는 얘기"인듯 한데요 분야가 분야인지라 양해바랍니다....
언더그라운드 골프티처 올림..

ㅋㅋ 뭐 좀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일렉기타 사러가면 보통 주인장 아저씨들이나 판매원들이 속주등으로 기선을 제압하곤 하죠(전 락 매니아..ㅋㅋ) 그 기타사면 마치 그런 소리가 날 것이다 라는 주문을 거는것같은........

일부 예술 분야와 스포츠 분야에서 기술적 뛰어남이 표현과 연기를 더욱 아름답고 우수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 뛰어남에는 빠른 속도와 이에 대한 통제력과 집중력이 포함되는 듯합니다. 자동차 자체나 이를 운전하는 면에서도 그러한 면이 있겠죠. 제가 전기기타를 취미로 치기시작한 지 25년 정도되었는데 (버린 기타들 빼고도 기타를 6개 갖고 있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연주만 좋아하는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김연아의 우월성은 그녀의 빠른 속도에도 있습니다. 그녀가 개별 점프의 수행평가점수(GOE: Grades Of Execution)에서 2.2까지도 받는 이유가 도입시의 빠른 속도 때문입니다. (GOE에서만 17점대를 받았는데, 느린 아사다 마오는 7~8점 정도를 받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로 인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점프들 사이에 transition이라는 안무요소들을 넣어 점수를 더 벌릴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김연아양의 사인을 두 개 받고 악수도 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자그마한 손이 몹시 곱더군요.

음... 미학적인 글이네요. 회화 쪽 전공이신가 봅니다.
저는 서킷에 얼룩진 레코드 라인을 보며 蘭을 떠올립니다.
난의 필치와 같이 드라이빙에도 섬세하면서도 박력있는 직관이 조작으로 발현되는 것이겠지요?
전 이제 작업보다는 돈벌이에 눈이 멀어버렸습니다만, 그런 모티브를 작업에 옮겨보고 싶네요.

허허 전공이긴 합니다만 순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순수한 사람도 못되고요 허허허
저도 멋진 상상대로 오만하게 살아보고 싶었지만 나이들면서 점점 자뻑(학생들한테 몇년 전에 배웠습니다)만 늘더군요.
기계를 모티브로 두는 걸 좋아했는데 사실, 기계의 감성에 대단한 진리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죠.
기계에 대한 팩트를 겸손하게 배우는 것. 감성의 영역에선 턱없는 수사를 남발치 않는 것. 그게 이제 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나면 스필버그처럼 살 수 있겠죠? 허허허
익렬님 사진 엑박입니다. 수정해 주세요 ^^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