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s
일요일 밤 열두시에 즈음해..
젠이와 함께.. 남산에 올랐습니다.
매니아 친구들이랑 웃고 떠드는것도 신나는 일이지만..
스스로에게 몰입할 필요를 느끼면, 휴일밤 남산 소월길이 더 없이 좋은 분위기이지요.
휴일동안, 주중엔 긴시간 마주치기 어렵던 가족과 함께 집안일을 정리해놓고,
아내가 차려주는 특별식(?)으로 저녁을 함께하며 다음 주 계획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연애기간까지 25 년을 함께한 아내는 음식을 정말 잘 합니다.
보통 여자들이 두어시간 걸리는 요리를 30분 만에 뚝딱 해치우는 신의손을 가졌지요.ㅋ
동기들 중 가장먼저 결혼한 덕에, 신혼땐 주로 작업실 생활을 하는 녀석들이 거의 매일밤 우리집에 모여 함께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게..처음엔 시대와 예술에 관한 개똥철학으로, 목에 핏발세워 주절거리다.. 수년이 지나다보면 맨날 같은소리에 지겨워 밤새 고스톱을 치거나 포커게임을 즐기게 됩디다. ㅎ 원래 장모님을 닮아 요리솜씨가 좋았던 아내가.. 신혼시절 매일같이 들이닥치는 십수명의 떨거지들을 거두느라, 순식간에 식사를 차리고 안주꺼리를 만드는데 프로가 되었답니다.
십년 이십년을 함께 살다보면.. 입안에 혀같이 자연스럽게, 진정한 친구가 됩니다.
처음 연애 할때같은 설레임은 줄었어도, 매일 두시간 이상씩 대화하다보면.. 거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도 비슷해지지요.
주말이나 휴일밤이 되어 츄리닝 바람에 슬쩍 나갈참이면 의례 드라이빙 가는 줄 알고, " 운전 조심해~ " 하고는 뻗어 잡니다.
매일아침 출근하는 길이지만, 새 애마로 풀스로틀 해보질 못해.. 어젯밤은 줌 달려주기로 했습니다.
남산소월길은 길지 않지만, 차가 없는 밤중엔.. 여느 잘 닦아진 서킷보다 재미있는 코스지요. 고속코너와 헤어핀.. 다운힐과 클라임 코스의 축소판도 구비되어 있고, 라구나세카의 코크스크류를 연상케하는 롤러코스터 코스도 있습니다. 노면만 좀 더 좋다면 이보다 더 나은 서킷이 없을 정도라는 생각. ㅋ
남산을 잘 타는 분들이 테드에도 많지만, 제가본 넘버원은.. E46M3 로 누비던 어령해님과 S2000 으로 맥시멈을 클리어하는 김남균님입니다. 빠른차니 잘타겠지.. 랄수도 있지만, 남균님의 NF 와 제 이엡S 가 95% 페이스로 달릴때 얼추 붙어서 댕기는걸 보면, 저도.. 한 남산 한다고 보는데요.ㅋㅋ 어젯밤 솔로드라이빙 타겟점은, 령해님과 남균님이 모는 박스터S 조수석과 S2000 조수석 기준의 페이스를 젠쿱으로 달려보는 것이였습니다. 또한 ZF 오토밋션으로 달릴때의 감성차이와, 브렘보 브레이크의 내페이드성도 느껴보고 싶었지요.
평소 밤중보다 휴일밤은 조금먼저.. 통행하는 차들이 드물어집니다.
힐튼앞에서 도서관쪽으로 오르닫는 경사로는, 2단으로 쥐어짜며 달리던 이엡과 다르게.. 380 이는 3단으로도 알피앰이 남는군요. 언덕을 넘어 좌로도는 도서관앞 코너에서부터 녀석은 월등한 횡G 버팀력을 보여줍니다. 언더스티어와 타협하듯 조율하며 돌아가던 속도를 넘음에도, '까이꺼~뭐' 하듯이 쉽게 감아줍니다.
힘이 약한 FF 가 라인을 만들때, 머릿속에 아웃인아웃 주행라인을 그리고.. 미리찍어논 꼭지점에 선을 그어나가는 기분이라면.. 힘쎈 FR 의 감성은, 스티어링과 차의 액션에 기대듯이 맡겨두면 속도와 관성에 의해 저절로 라인이 만들어집니다. 꼭지점을 미리 찍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회전 중 꾸준한 액셀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치명적인 매력입니다. VDC 온 상태로 가능한 한계까지 몰아 붙여봤는데, 평소 크루징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션.. 깜박깜박 거리며 쉴새없이 VDC 작동등이 점등되고, 듬직한 브릿지스톤이 부지런히 노면을 움켜 잡아줍니다.
각 코너의 횡G 감이, 박스터S 와 S2000 때의 느낌과 대입되면서 온몸센서도 쉴새없이 점등됩니다.
독일문화원 앞길에 접어들며 풀스로틀과 함께 3단-4단-5단.. 이런줴길.. 정말 빠릅니다. 그냥 내차라 그런지 이전의 수동보다 정확하고 민첩하게 업시프팅이 이루어지고, 좌로도는 삼거리 직전까지 순식간에 150 을 넘어서는 듯.(전 속도를 안봅니다.^^) 두배로 빨라진 가속도에, 트레일 브레이킹은 완전히 접고..집중해서 직진 브레이킹을 정성껏 마치고, 모어 슬로인과 모어 패스트아웃을 시도합니다. 빠른차일수록 패스트인 하면 이후에 절대~ 빠르지 않다는 점.
아뿔싸..크루징과 직진 배틀때 2% 부족했던 노말 써스펜션은.. 속임수였습니다.
중고속의 와인딩에선 녀석의 써스펜션과 타이어 감성이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노면이 별로 좋지못함에도 빠른 진동주파수에서 녀석의 타이어와 무른듯했던 써스펜션은 두얼굴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필립스 코너직전까지 세차게 몰아치다 언덕을 넘기 직전 풀브레이킹.. 득득득 잠시 ABS 작동진동이 전해지고, 다시 자세를 낮춘 녀석이 컴파스로 좌측 중심을 찍듯이, 꽤 육중한 차체를 가볍게 끌어안고 돌아나가 줍니다.
하야트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돌아나와 신호대기에 섰습니다.
좌측에는 번쩍이는 휠을 달고 로워링된 그랜저.. 정면에는 날렵한 쐐기형태를 한, 빨간색 까마로가 서 있네요. 오..이기분은.. 주변의 차가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네요. 수퍼카도 힘 못쓰는걸 익히 알고있는 남산길이라 그런지..더더욱.ㅋ
신호가 열리고, 시종일관 하드 페이스로 달려 나가는 동안.. 순간순간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녀석의 업시프팅 속도와 정확성도 놀랍지만, 다운시프팅과 코너직전 안정된 몸놀림에 탄성이 흘러 나오네요. 레브매칭이 안되어도 다운시프팅 시 엔진블록이 안정적이고 매우 편안합니다. 빠른 힐앤토로 감속하는것 보다, 한결 빠르다는 느낌이네요. 차체 강성감과 타이어의 편평비, 단단한 브릿지스톤의 싸이드월과 펌핑되어 타이트한 수축인장을 보여주는 댐퍼.. 그순간, 어느것 하나 허당스러운 느낌이 없고, 나와 차체를 든든히 잡아 줍니다.
숭의음악당으로 내리오르는 좁은 와인딩에선, 한결 날카롭고 정확한 핸들링에 길이 좁아도.. 인도쪽 연석을 의식하지 않아도 좋을정도로 불안감없이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다운힐은 그렇다 치고.. 업힐동안에도 꾸준히 오버성을 유지해주는 이 맛.. 흐. '중미산에 가야겠다..' 를 어느덧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1차주행때 진한 탄내를 내던 브렘보는 2차때..한결 피치를 올렸는데도 일정한 답력을 보여줍니다.
일반 패드의 니그러지는 답력도 싫지만, 넘 직답적인 꽂히는 브레이크도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적당한 타협점을 아는 브레이크네요. 감동적이진 않지만, 그냥 든든~한 느낌입니다. ZF 의 엔진브록 감성과 좋은 매칭을 보인다는 생각입니다.
쿨다운하며 뽈뽈거림서 힐튼앞길로 내려가는 동안..
어디선가 우수수 떨어진 노오란 꽃잎들이 눈발처럼 흩어지고,
열린 창틈으로 상큼한 봄꽃 향기가 흠씬 들어오네요.
태백서킷과 스피드웨이를 머릿속에 이미지트레이닝 하면서, 녀석의 엔진브레잌 능력이 먼저 염려되었는데.. 짧은 남산 드라이빙 동안 별 문제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일단 상상속에선.. 수동과 별 갭이 없겠구나..라는 결론. ㅋ
커피한잔 뽑아 마시고.. 꽤 선선한 남산의 밤바람을 쐬며, 사진 몇장을 찍어줬습니다.
왜 이렇게 차와 단둘이 대화하다 보면.. 가끔 딴여자 생각이 나는지..
얼마전 30년 만에 날 찾아준, 고딩때 조각하던 여자친구가 생각 나,
암 생각없이 ' 남산 밤공기 좋네..' 하고 문자했더니 잠시 뒤..
' 우리 그때.. 남산순환로 함께 많이 걸었는데..
조심해 들어가..'
인생은.. 모순투성이의 대하드라마인거 같습니다.
깜장독수리..

하하하하..!!!!!!!!!!!!!!!!
' 우리 그때.. 남산순환로 함께 많이 걸었는데..
조심해 들어가..'
저 이 문자 똑같이 받아봤습니다..
한번 돌고 하야트 주차장가서 쉬면서
"남산 오늘 시원하고 좋네.. 데이트 하던 기억나네..? "
하고 고등학교때 여자친구한테 보냈는데
토씨하나 안틀리고 같은 문자가 ^^..

아웅... 연락 주시징... ^^
가끔 혼자 애마에 포커싱 해주시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저도 어제 와이프 내려주고 집에 오면서 남산이나 함 들러볼까(서울역입니다...ㅋ) 했었으나, 해질녁이고 배고파서 집에왔었습니다...
사우나 다녀오고 나서 시간이 남아 책은 펼쳤는데, 한번 더 생각이 나긴 했지만 오늘 출근을 위해 접었었네요...
갔었으면 만났을 지도... ^^
솔직히 저는 남산링을 한번도 제대로 달려본 적도 없네요...
소시적 그냥 꽃놀이, 야경 관람을 위해 올라가보고 내려오고 했던게 다였던 듯 합니다...
동승자가 있으니 달릴 수도 없었고요... ㅋ
이런 글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저도 좀 태우고 달려봐주세용~~~" 입니다...
일요일 밤... 가끔 연락 드려보겠습니다... ^^
무리하지 않는 시간 정도는 괜찮을 듯 합니다... 새벽 2시 이전 귀가한다면... ^^

와, 자세히 써주셔서 옆에 앉아있는 느낌이네요. ^^
담에 남산에서 만나요! 젠쿱 380이 어느정도까지 달릴수 있는지 보고 싶네요.
(전 그렇게 못달리겠어서요;;;;)

마지막 문장... 아드님한테 용돈의 빌미를 제공하는 건 아니신지... ^^;
저도 예전에는 직장이 명동이라 늦은 밤 퇴근길에 한바퀴...
간접적으로나마 기억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에 투카에 비해 느껴지던 든든함이 이런 이유였군요.^^
글로 표현할 능력도 직접 부딪처볼 자신도 없어 익렬님 글로 대리만족 중입니다.
마지막문장은 전혀 공감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마눌과 아주 징하게 결혼했기에...다른 여자와의 추억은 아쉽지만...없군요.~ ~ㅋㅋ
젠쿱 수동으로 생각하고 있던 저에게 이익렬님 글을 보면 오토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ㅎㅎ
그래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다운시프트 때 레브매칭이 안된다는 건 알겠는데, 그에 따른 충격이 거의 없는건가요?
충격이 오는 것으로 인해 차체 거동이 불안정해 진다던지 하는 것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헉!! 이것만 보고 열심히 일하려고 했는데... 업로드중..
젠쿱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