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우리 집사람을 위한 차가 필요했습니다. 집사람은 도시를 가로질러 일을 다니기 때문에 차가 필요합니다. 저도 제 일을 원할하게 하기 위해서는 영업사원 만큼은 아니더라도, 뭔가 자주 출장을 다녀야 합니다. 


귀국한 직후에 구매한 장인어른의 도움으로 구매한 쎄라토 1 .6 SLX도 있었지만, 중간에 사정이 있어서 중고로 처남에게 넘기고,  제 차인 쏘나타 트랜스폼 F24S를 집사람에게 넘기고, 그 사이에 저는 뚜벅이 생활을 했습니다.  일종의 시위였죠. 제발 자신의 눈높이만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심지어 차까지 팔면서 말이죠. 어찌되었건, 지난 3년 내내 저희 부부를 괴롭혀 왔던 (세상물정 모르는 집사람이 우겨서 진행했던) 문제를 zzz 수준에서 손해보는 것으로 지난 두어달을 거의 밤잠을 설쳐가며 매일밤 설득해서 완전히 결정을 본 후에, 뒷말이 없도록 바로 차량 구매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번 달 안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저희에게는 좋습니다.


제 집사람이 요구하는 사양은 이렇습니다.

1. 준중형 사이즈일 것. 크면 마트 등에서 주차하기 힘들다.

2. 집사람이 레슨을 하면서 길거리에서 어린 학생들을 간혹 태우고 다니기 때문에, 4DR 세단일 것.

3. 집사람의 운전스타일은 "내 차앞에서 평균 교통흐름 보다 느리게 다니면 일단 추월하고 본다." 따라서, 여기에 걸맞는 파워가 있을 것.

4. 단, 트랜스미션은 오토여야 한다. (쓰ㅂ.... 면허가 수동이면 뭐하냐?)

5. 디자인이 (집사람 눈에) 이뻐야 한다.


세라토가 있었을 당시에 다른 것은 제가 길을 잘 들여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조금 가파른 언덕에서 에어컨을 꺼야 한다는 것이 큰 불만 이었죠.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 차는 가격을 제외하고, 위의 기준에 맞는 자동차는 MB C250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3년을 설득하여 일단 Jetta 까지는 내려 왔는데, 제타도 맘에 안든다는 겁니다. 럭셔리한 생활을 하다가, 나같은 월급쟁이에게 온 집사람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무척이나 어렵더군요. 저도 만만한 월급은 아닌데도요. 그렇다고, 제 집사람이 막무가네 럭셔리는 아니고, 평생을 돈 걱정 없이 살다보니, 저와는 뭔가 애매하게 제 기준에는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더군요. 하여간 집사람이 못생겼다고 평하는 제타까지 눈높이를 낮추고 나서, 두어달 있다가 먼저 몰던 쎄라토를 팔았습니다.


돈은 없고, 현재 가정의 재정상황과 우리의 미래 등에 대해 다시 1년을 설득했습니다. 결국 몇일 전에 드디어 집사람이 자신이 생활하고있는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후 무려 6년에 걸친 설득작업이었습니다. 드디어, 국산 2.0 준중형 수준까지 낮췄습니다.,


조건 1과 2는 맞추기가 쉽습니다. 아반떼, 라세티 프리미어, 포르테, SM3 에서 골라야 하는데, 조건 3에서 SM3는 애초에 논의 대상이 아니었고, 아반떼는 5번의 기준에서 탈락했습니다. 라세티 프리미어와 포르테가 남는데, 조건 3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차종이 셋이 남습니다.


a. 포르테 2.0

b. 라프 1.8

c. 라프 2.0 디젤


여기에, 저희 부부의 선호 색상인 하늘색은 없어졌습니다. 부부 모두 썬 루프는 거부합니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을 꼭 좀 넣어달라는 조건 6이 추가됩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것은 포르테 2.0밖에 없습니다. 이제 기아자동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모저모 옵션을 넣는데, 

"safety에 관한 옵션은 아무리 가격이 올라가도 무조건 넣는다. 그러다가  예산 범위를 지나치게 올라가면 차라리 차를 포기하든가, 한 급 아래의 차로 간다."

가 저희 부부의 모토이기 때문에 모조리 붙였죠. 인터넷 견적을 본 후에 한 숨을 쉬고나서, 오늘 기아자동차 대리점에 갔습니다. 영업사원은 싹싹하고 똘망해 보이는 주부(?) 사원 이었습니다. 


우리의 주문은 그래서 간단합니다.

"이러저러한 사양의 차량을 원한다 내 놔라."

영업사원의 말 "xxx 및 yyy 해서 별로 권하지는 않는데요. 중고차로 내놓기도 힘들고요."

우리 부부는 "중고차 문제는 우리 문제고, 우리는 원하는 사양이 이것이다."고 했고,

영업사원이야 비싼차 팔면 좋고, 다만

"특별 주문이 들어가야 해서 3주 이상 기다리셔야 하는데요."

우리 부부는 "3개월도 기다려 줄테니 원하는 차 내놔라."

영업사원은 "저희 대리점에서 포르테 2.0 나간 것은 처음일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영업사원이 이모저모 알아보더니, 기아자동차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는 할인 및 할부 조건보다 실제 영업소에서 받는 조건이 제가 생각한 것 보다 꽤나 많더군요. 덕분에 부담을 좀 덜었죠. 우리는 특별히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보통하는 썬팅이나 언더코팅도 넣어주겠다고 합니다.  이 말에 저는 

"만약에 썬바이저 달면 인수거부 사항에 해당하니 절대 달지 마라. 그리고 썬팅은 야간 시야 확보 문제가 있으니 최대한 엷게 하라."

고 단단히 밖아두었습니다.


명의 및 계약은 집사람 이름으로 하고, 인수 전에 미리 지불하는 금액은 집사람에게 모두 넘기고 저는 할부금을 내기로 했지요. 이렇게 처리하고 저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자주 만드는 차량이 아니라 제대로 조립할 지에 대한 약간의 의구심은 있지만, 하여간 일단 믿어보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계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제가 차량 길들이기에 대해 신신 당부를 하고나서 고속도로 올릴 시점에 당일 치기로 고속도로 길들이기 용 드라이빙 겸 여행을 한번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