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안오길래..
4시반쯤 벌떡 일어나, 옷입고 모자 눌러쓰고.. 주차장을 향했습니다.
길고 지루한 장마동안 한번도 둘러보질 않아 행여 방전이 됐을까 염려스러웠는데..
오랜만에 녀석도 돌볼겸 남산이나 함 둘러오자..하고 나섰지요.


근 한달 가까운 장마에도..실내주차장에 단정히 서있는 그녀..
둘러보니 조수석 앞타이어가 조금 내려앉아 있더군요. 다른 세바퀴는 든든하고..

트렁크를 열고 털이개를 꺼내 연한 먼지를 한번 닦아내고는.. 운전석에 들어가 앉아 이그니션키를 돌렸습니다. "버등~버드등~~" 바꾼지 얼마안된 밧데리라 다행이.. 방전은 커녕 기다렸다는듯이 힘차게 시동음이 울려주고, 넓은 지하주차장에 "우르릉~" 거리며 내가 좋아하는 특유의 배기음이 천정과 다른차들에 부딪쳐 메아리를 울려댑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놨어서 다행이 쾌쾌한 냄새도 없고..

주차장에 다른차들이 모두 자고있음에.. 가볍게 액셀을 보다듬다 쭉쭉 밟아주니, 머플러 파이프에 웅크려 있던 습한기운들이 모두 빠져나가버리는 듯, " 쓔우웅~파..쓔우웅~파.." 시원한 소리를 냅니다.  "빠드드득" 우레탄 바닥을 비벼대며 입구를 향해 나가는동안, 몇개의 인도어 출구들에서 빨간경광등이 돌면서 " 삐뽀~삐뽀~" 하며 울리길래.. 영화 에일리언에서 시고니위버와 마이클빈이 탈출하기 전 "잠시후 기지는 자동폭파됩니다. 탈출하세요~" 하는 장면을 엉뚱하게 생각해내곤 결연한 표정으로 출동준비를 합니다.



바람한점 없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새벽..
켜져있던 에어콘을 끄고, 창문을 활짝열었습니다. MP3 볼륨을 높히니.. 마침 닐다이어몬드의 굵직한  목소리.. 'Beautiful noise' 가 강한비트로 차안의 생기를 북돋습니다. " 쿵쾅~ What a beautiful noise.. come on over from the street ~ 쿵쾅~ ♬"

연대앞..세브란스를 지나 금화터널앞을 어슬렁거리며 지나서..서대문으로 우회전.. 잠시 차들이 없는 틈에, 서울역 전의 터널입구까지 풀스로틀.. 엔진음은 매끄러워지고.. 터널에 진입하며 "웅 워웅~"  하는 힐앤토 공명음에 기분 으쓱.. 신호가 열리고 서울역->남대문으로 꺾어지는 가칭 SN코너를 힘차게  돌아나갑니다.

5시가 되가는 시간.. 운동하러 남산에 오르는 몇몇 사람들이 보이고, 도로는 오히려 밤보다 조용합니다.  도서관쪽으로 우회전하는 업힐.. 우코너직전은 전륜그립이 적어져 가볍게 턱인으로 이어준 후..왼쪽으로  이어지는 코너에서 "피비비비~" 하며 나즈막한 휘파람을 붑니다.

식물원앞 잠시 스로틀을 닫는듯하다.. 한껏 열려있는 우측길로 들어서며, 자세를 고쳐앉고 창문을 올렸습니다. 음악소리를 줄이고, 약간 열린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배기음과 타이어의 스퀼음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의 드라이빙이라 그런지.. 액셀 온오프의 피드백이 다소 거칠게 고개를  앞 뒤로 흔듭니다.. 이른 시간이라 온몸의 감성이 예민해져.. 스티어링과 웜기어..드라이브샤프트를 잇는 부속 하나하나의 몸놀림이 조각조각 미세하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가벼운 언더스티어로 타이어 숄더가 살짝 씹혀들어가는 움직임의 크리크까지 알수있었습니다. 도심에선 5천이상 올려도 힘겨워하던듯한 알피엠은 6500까지 쭉쭉 올라가주고.. 브레이크 패드의 미미한 탄내가 열린창 틈으로 들어오기 시작.. 코너마다 습기를 머금은 예쁜 스퀼음이 음정을 가다듬는 소프라노 가수의 리허설처럼 남산중턱에 울려퍼집니다.

필립스 코너앞에서 개념없이 도로로 뛰어드는 프린스 한대..가볍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잠시 속도를 줄였다.. 신호가 열린 하야트앞 삼거리를 지나 내리막으로 치닫습니다. 아직 잠이 덜깬듯한 몇대의 승용차를 추월해 고가에 오르는데.. 한대의 에쿠스가 빠른속도로 따라붙네요.. 룸미러를 보며 슬쩍 비웃듯이 표정을 지어보고는, 로타리 유턴구간을 맥시멈스피드로 돌아나섰습니다. 트렁크에 대충 놓여진 소화기와 헬멧이 떼구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네요.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하야트앞을 지나는 즈음.. 조금 숨차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텅빈 새벽 순환로를 다시달려.. 도서관을 지나 우측으로 내리닫는 숭의음악당 다운힐.. 두대의 바이크가  린 인자세를 취하며 달리고 있는 옆을 조심스레 지나치며 가드레일을 스쳐갑니다. 짧지만 모나코 시가지 트랙을 연상케 하는곳..^^  축대를 끼고도는 좌코너에서 기분좋은 오버스티어가 일어나며 인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느낌..

비상등을 켜고 차를 돌려 다시 올라가는 길.. 연속으로 다가오는 CP에 바싹붙혀 "우르릉~"하는 공명음을 느끼며 달리는데.. 우측의 동까스 기사식당앞에는 밤을새고 꾸벅꾸벅 졸던 삐끼 아저씨가..힘찬 배기음에 고개를 들고.. 풀린눈으로 한쉼하다는 듯이 쳐다보는게 느껴집니다.


거의 비어있는 식물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날은 훤히 밝아졌군요..
자판기 커피를 뽑아들고, 계단에 걸터앉아 있노라니.. 새벽까지 괴롭히던 상념들이..어느새 저편으로  사라져있네요.. 바람한점없이 눅눅한..아침 기운.. 희미한 연기를 피워올리는..앞쪽 휠을 잠시바라보다, 주위를 둘러보니.. 밤새 환자들이 버리고 갔을 종이컵..캔쪼가리 몇개가 굴러 다니고..^^

'어쨌든 아침은 오고.. 선선한 바람도 불겠지..'

한적한 아침도심을 지나 집에 돌아오니..
보충수업하러 등교하려는 아들녀석이 빤쭈만 입고..밥먹음서 쳐다보네요.

" 아빤.. 새벽부터 어딜 그렇게 쏘다녀? 에혀.."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