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중순에 독일,체코,오스트리아로 10일간 렌터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국내에서 예약할 때는 푸조 407이었지만, 현지에서 차가 없어 벤츠 c220 오토 디젤차량을 받았습니다. 독일에서 오토차량이 드물다고 듣긴 했지만 90% 이상이 수동기어 차량인 줄은 몰랐었죠.

예상외로 렌트가격이 급등하여(보험도 다 들고 추가 운전자도 포함했기 때문에...) 잠시 고민했지만 디젤이라 연료비는 좀 적게 들 것으로 위안을 삼고 다녔습니다.

국내에서는 sm520을 타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그래도 국내 중형차들 중에서는 가장 서스펜션이 딱딱하고 단단하게 느껴지는 차량이었습니다만,
벤츠 c 클래스는 서스펜션 뿐 아니라 핸들과 엑셀레이터도 더 무겁더군요.

전체적인 크기는 아반떼보다 크지 않지만 휠베이스는 중형차량급인 2715mm였고,
배기량은 2148cc,
출력 150마력,
토크 340 Nm/2000rpm(아마 국내표기로는 34.7kg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만........)
최대회전수 4750 +_150rpm 이었습니다.

디젤 차량은 국내서 잠깐씩 몰 기회가 있었지만 승용은 처음이라 좀 낯설더군요.
출발할 때 디젤 특유의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핸들과 엑셀이 무거워 좀 답답한 듯 했습니다만 중속 이상의 구간은 시원시원했습니다.

고속도로로 진입할 때의 그 가속감은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밟는 대로 나가준다는 느낌이었죠.
스펙상 제로백이 10.2초였지만 완전 정지했을 때부터의 시간이고, 어느 정도 출발한 후에는 스펙을 무시하는 가속감이 들었습니다.

이 곳 게시판에서 많은 참고를 했습니다만 말로만 듣던 아우토반에서의 주행은 감동이었습니다.
추월한 후 바로 오른쪽 차선으로 자리를 비켜주는 운전문화로 인해 전체적인 교통량은 우리보다 적어 보이지 않는데 차량의 흐름은 훨씬 빠르더군요.
가끔 추월차선을 계속 점유하며 달리는 차들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오른쪽 차선보다 느리거나 비슷하게 달리진 않았습니다.
멀리서 달려오는 차량의 속도를 가늠하지 못하고 추월차선으로 진입하는 차량 때문에 급제동을 하는 경우를 더러 보았는데 제가 200km 정도로 달리다가 한 번 그런 경우를 당하니 식은 땀이 나더군요. 진입하는 차와의 속도 차이가 50km 이상 나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우토반 중에서 속도제한이 있는 구간은 시가지 인접한 곳이나 진입/진출로가 있는 곳, 공사중인 곳 등이었고 나머지 대부분의 구간은 커브가 심한 곳이라도 별로 제한표지를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은 편도 2차로이고 대도시나 넓은 구간은 3차로 였으며 베를린 인근에서 두어번 4차로를 보았습니다.
교통사고가 난 현장에는 고속도로에 헬기가 내려 앉아 있고 그리 심각해보이지 않는 사고인데 엠뷸런스가 7대 정도 와 있고 도로 자체를 아예 막아 버렸더군요.

그리 길지 않은 여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제 차를 몰고 대구로 오면서 참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우선 제 차가 그렇게 출렁거리고 가볍게 느껴지긴 처음이었고(sm을 몰다 NF소나타를 몰 때도 그 출렁거림과 급제동되는 브레이크, 가벼운 핸들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속도가 140을 넘어서고 있었으며(평소엔 130km를 잘 넘지 않습니다. 연료비가 아깝기도 하고 차량도 많이 엉켜서.......),
아우토반보다 훨씬 넓은 도로에서 1,2차선을 느리게 주행하는 차량들을 피해 억지로 오른쪽으로 추월하려니 웬지 교통규칙을 위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왜 저 차들은 추월차선을 비워주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습니다.(아우토반에서는 오른쪽 추월은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도중에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데도 미등이나 전조등을 켠 차는 10대 중 1대 정도밖에 안되는 것에 또 놀라며 남을 배려하는 교통문화는 아직 멀었음을 또 느꼈습니다.

8일간의 주행거리는 2718km, 연비는 15km/l였습니다.
220km까지 달려 보았지만 우리나라 도로보다도 곡선이 많고 차로가 좁아 180km이상은 좀 부담이 되었고, 160km이하는 별 무리없이 달릴 수 있었습니다.
160km로 10분 이상을 계속 주행한 경우도 있었는데 물론 차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추월차선을 비워주는 교통문화 덕분이었습니다.

자바부르크의 드넓은 숲을 지나면서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넓고 평평한 곳에 숲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땅을 그냥 놀리지 않고 뭐라도 할 텐데..........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사람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열한 삶을 사는 우리나라에서 조금만 더 남을 배려한다면 더 안전하면서도 도로에서의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