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녀석을 입양해온 때가 아마도 2005년 9월 쯤으로 기억합니다.

 

 

그동안 저와 60000km정도를 달렸고 E36중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보라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남들에게 제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해주는 아이콘이 되어버렸죠...그래서인지 어느때 인가부터 저는 이넘에게 카라이프 생활중 처음으로 보라돌이 라는

애칭을 붙여주기 시작합니다.처음대면하게 된 계기는 이전 E36 318을 1년정도 타고 있었는데 그때당시 BMW의 감성적인 매력에

빠져서 누구나 그렇듯이 M3를 갈망하게 되버립니다.출력에대한..그리고 기계적인 그러나 감동적인 소리에 이끌려서 E36 M3매물을 찾던중 귀하디 귀했던 유로M3는 포기하게 되고 모 중고차 사이트에서 개인이 내놓은 보라돌이와 처음 대면하게 됩니다.US버전

이지만 차량 기다리기에 지친 저는 독립스로틀의 유로버전을 포기하고 이놈을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당시 시세보다 싸게나온 가격적인 매리트가 가장 크기도 했습니다. 물론 가격이 싼 이유중에 하나는 22만km에 달하는 주행거리가 있었죠....그렇게 인연을 맺은후 기나긴 히스토리가 시작이 되었으니....

 

처음 가져온 요넘은 보기보다 상태가 상당히 골골한 넘이었더군요...각종 경고등에 수시로 점등되는 체크엔진과 가속불량등등....전차주에게 항의하고 물러버리고 싶을 정도의 컨디션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아....차 잘못샀다...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날벼락같은 생각보다 많은 사고 부위.....좌측부분이 상당히 먹었던 차더군요...무사고라 생각하지는 않았었지만 그래도 사람 힘빠지게 만드는 결과임은 확실했지요...똥밟은샘 치고 차를 싼값에 다시 날려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이때 차를 팔았어야 했는데 말이죠...ㅎㅎ) 단지 위안을 삼은것이라곤 수리가 깔끔하게 된지라 얼라이먼트도 잘나오고 차량의 움직이는 거동도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그냥저냥 차를 타고 있는데...첫번째 어부바 신세를 지게 되더군요...그것도 설날 연휴 바로 이틀전인가 그랬던것 같습니다. 서초 코롱에 입고시키고 나온 진단은 연료펌프 사망...그리고 케니스터 사망....50여만원의 견적을 받고 휘청...하면서 수리를 하게

됩니다.다행히도 수리후 이전에 불안했던 가속불량같은 증상은 말끔하게 사라지고 편안한 주행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러나... ㅡ,.ㅡ;

 

어느날 갑자기 제차에서 변속시에 배기가스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주위 몇분들의 예기를 듣고 찝찝한 나머지 엔진을 오버홀 하기로 결정합니다. 아무나 맏겨서 진행하기는 찝찝하고...그렇다고 말도안되는 견적이 나올 센터도 이용하기 힘들었지요...그래서 결정한게 BMW엔진을 잘만지시는 용인의 모 레이싱캠프에서 오버홀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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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홀이 시작되고 엔진을 열어보니 22만 km라는 마일리지답게 엔진블럭은 몇군데가 턱이진 상태였고 피스톤에 스크레치도 생긴 상태였습니다. 나머지는 대체로 깨끝했구요...일반적으로는 흔히 말하는 링구갈이 정도만 해서 출고해도 될법한 상태였지만.....기왕 엔진을 연김에 풀 오버홀을 계획하게 됩니다. 상태가 좋았던 크랭크,헤드,컨로드,메탈베어링 정도만 사용하고 블럭은 세컨드 오버피스톤 사이즈인 0.5mm 오버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아시겠지만 부품값만 상당한 금액이 소요되었죠....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으니...이베이에서 구매한 피스톤이 도착했는데 사이즈가 세컨사이즈인 0.5mm가 아니라 맥시멈 오버사이즈인 1mm오버더군요....ㅡ,.ㅡ;

교환이고 어쩌고 할 여지도 없고...미케닉분과 상의를 해보니 1mm오버도 전혀 문제가 없겠다 싶어서 본의 아니게 국내 E36최초의 1mm오버를 감행하게 됩니다. 오버홀하는 동안 빌려서타고 다녔던 누나의 세피아 트렁크에 블럭과 컨로드,피스톤을 실고 보링집을 왔다갔다 했습죠...그렇게 두달이 걸린 오버홀을 마치고 엔진은 다시 숨통을 열고 부활하게 됩니다. 작업은 퍼팩트하게 끝났고 이후로 달린 40000km의 주행을 일반적은 차들과는 상대가 되지않을정도로 가혹 주행이 대부분 이었지만 현재까지도 아무 이상도 없고 이상징후도 없이 잘 버티고 있습니다.

 

보라돌이의 심장을 부활시킨후...엔진이 완성이 되었으니 이제 실내를 복원해야 겠다는 일념하에...경기차를 만들고 남은 98년식 차량의 내장제를 전부 사오게 됩니다.시트는 기본이고 데쉬보드 바닥카펫까지 차량 두대에 나눠서 전부 싫어온후 저희집 지하주차장에서 이틀밤을 꼬박 지새다시피 하면서 실내를 새차처럼 복원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다시하라면 절대 하지못할 일일것 같네요.....

그렇게 차량을 새로 만들다시피 한후에...어느날 처음으로 이녀석으로 서킷을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은 없어진 안산이었죠...그곳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고 지금도 그곳에서 처음만나서 연락하고 지내고 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워낙에 직진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지 서킷과 산길만 골라서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차에 생겼던 소소한 문제들과 그에대한 해결은 글로 다 쓸수도 없고 모두 기억할수도 없을만큼 방대합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즐기던 어느날....보라돌이는 제가 오너가 된이후로 첫번째 사고를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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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서킷을 주행하던 어느날....물구덩이를 밟고 스핀하여 옹벽에 뒤쪽을 들이받는 사고가 나게됩니다. 다행이 차는 크게 망가지지는 않았고 공업사에 입고시킨후 수리와 함께 거의 반전체도색에 가까운 부위의 도색을 마친후 다시한번 부활하게 됩니다. 이후로 보라돌이를 애지중지 아끼고 원복하는 하는 스타일에서 "차는 잘 달리면 그만이다!!! "하는 쿨하게(?)타는 스타일로 마음의 변화가 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2008년 처음으로 가본 태백은 또다른 트랙주행의 세계를 맛보게 해주었습니다.트랙주행을 시작하게 되면서 보라돌이는 다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차대는 하나씩 보강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애써 복원했던 실내는 하나씩 털려 나가기 시작합니다.그 좋아라했던 M시트도 버킷으로 바뀌고...점점 또 다른차가 되어갔던 것이죠....그렇게 트랙주행에 점점 재미를 붙이던 도중에....처음으로 경기에 참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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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참가한 DDGT타임트라이얼 클레스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4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물론 참가 차량중에 제차보다 출력이 낮은차는 단 한대도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스팩상으로만 봐도 적게는 수십마력에서 많게는 100마력 이상 높더군요...그런중에 4위를 하게 되니 기쁘기 그지 없었으나...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생기면서 포디엄에 욕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참가한 경기에서 DDGT 4위,매니아페스티발 두번연속 4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총 3회를 연속 4위를 기록하고 나니 오기가 생기더군요....어떻게든 이 15년된 고배기량 저출력 무거운 차량으로 포디엄에는 올라가 봐야겠다는 악이 발생하더라구요...검증된 튜닝용품은 죄다 공수해서 넣어줘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US M3 출력의 한계는 넘어설수가 없었습니다.그렇게 한계를 느끼고 이녀석으로 정말 싸그리 다 털고 트랙카로 계속 가야하나....차량교체를 해야하나....생각하다가도... 어떻게 해서라도 이차로 빨라지고 내가 이차를 떠나도 트랙에서 숨통이 끊어지게 만들어 주겠다...라는 생각을 하던중....보라돌이는 마지막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지난 일요일....화창하고 기분좋은 일요일 아침의 모 유명한 산길 주행을 하던중..요즘 한참 어줍잖은 드립질에 재미를 붙이터라 그날도 그냥 그렇게 재미나게 주행을 했습니다만....한창 업된 기분으로 간만에 오버페이스 였는지....보라돌이는 컨트롤을 잃고 오른쪽 벽으로 돌진하게 됩니다. 스핀을 감지하는 순간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걸 느꼈고 할수있는건 풀 브레이크....보라돌이는 옹벽을 들이받고 진행방향으로 질질 끌려가다가 180도 회전하면서 뒤를 살짝 받으면서 멈춰섰습니다.개인적으로 겪은 가장 큰 사고라 당황스러울줄 알았는데...의외로 차분하게 정리하고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냥...올것이 왔고 올때가 왔구나...하는 정도의 느낌이랄까요...태연하게 보험 접수를 하고 레카를 기다리는 동안 얼굴은 일그러지고 라디에이터와 오일쿨러가 모두 터져서 바닥에 흥건하게 피(?)를 토하고 있는 보라돌이를 보니 그제서야 짜안....하면서 애처롭더군요...미안하기도 하구요....처음으로 차량에대해서 무언가 상호 교감적인 감정을 느낀게 아니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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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카에 차를 싫고 공업사보다는 일단 제가 캠프로 사용하고 있는 지인의 샵에 차를 내려놨습니다. 충돌시 충격이 적어서 그렇게 많이 망가지지 않았을거라 생각했던 보라돌이의 본넷을 어렵게 열어보니 .....이런.....충격에 비해서 프레임이 많이 틀어졌더군요....하우스까지 양쪽으로 모두 밀린 최악의 상황....상황을 유추해보니 정면 충돌후 옹벽에 차가 딱 붙어버린채로 진행방향이었던 옆으로 밀고 가는 바람에 프레임이 모두 비틀려 버린것입니다. 덕분에 하체는 전혀 손상을 입지않은 상태더군요....일단 차를 살리는것은 거의 포기상태....그러나....또다른 변수가 있었으니....멀쩡한 무사고 차대가 하나 있었다는 것입니다. E36동호회분이 소유하고 계시던 차대가 하나 있었죠....주위분들도 아쉬운 나머지 모든 파트의 이식을 권유하셨고 저도 이런저런 견적도 내보고 잠깐 흔들렸습니다만....그냥...눌러버리기로 결정합니다. 이유는...간단합니다. 이제...이녀석을 그만 타고 싶어서요.....ㅡ,.ㅡ;

 

사고후 몇일만에 무빵 차대를 소유하고 계시는 회원분과 빠르게 딜이 이루워졌고....이제 얼마 있으면 제가타던 보라돌이는 차대만빼고 올분해되어 새옷으로 갈아입는 대공사를 거쳐서 그동안 빡시게 고생시켰던 오너의 품을 떠나 새로운 오너의 품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될것 같습니다.

 

사고후 한동안 다음차를 물색하면서 조금 쉴까도 했는데....너무나 빨리 일이 진행되면서 저도 불과 일주일만에 새로운 차량을 입양하게 됩니다. 바로....이녀석이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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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갈아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고민하던 차량이라 차량에대한 별다른 고민은 없었습니다만...이제 이 깜장돼지와 또 다른일을 도모(?)하려니 앞길이 깜깜합니다. ㅡ,.ㅡ;


생각해보면 모든게 다 이렇게 되려고 했던 것이고 나비효과같은 것을 이번일로 많이 느겼습니다. 약 한달전에 차량교체를 생각하고 있었고 그때 처음으로 알아봤던 차량이 수많은 젠쿱 중에서도 바로 이녀석 이었습니다. 처음 매물로 나왔을때 수동에 썬루프가 없어서 아주 맘에 들어했던 차량이었죠...젠쿱 중고차 썬룹 없는 모델은 하늘에 별따기 이거든요....개인이 내놓았던 매물을 누군가 찍어가게 되고...이후로 약 일주인후에 모사이트에서 업체가 내놓은 매물을 다시 보게 됩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시세보다 많이 싸게 나와서 금방 팔려버릴줄 알았는데 의외로 안팔리고 버티고 있더군요...아무래도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 아이러니 하게도 사고발생 몇주전에 제가활동하는 E36클럽에 보라돌이의 매각에대한 예고를 했었고...구글링 하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E36대파 사진을 평생 사고사진한번 잘 안올리는 제가 올린적도 있구요...트랙 다녀와서 늘 다시 바꿔주던 순정 에어백 핸들도 이상하게 다시 장착하지 않았으며...새로 갈아타게된 젠쿱을 받아보니 우연하게도 번호판 끝자리가 36 으로 끝나더군요.....ㅡ,.ㅡ;주인이 자기를 버리려하면 차가 먼저 알아첸다는 이상한 속설이 있는데...아무래도 젠쿱으로 갈아타야할지 말아야할지 한참 고민을 하던 시기에 보라돌이 스스로 속시원하게 결정하라고 몸을 내던진것같은 이상한 기분마저 듭니다.

 

지난 4년동안 보라돌이를 운행하면서 수많은 즐거움과 그에 상응하는 스트레스도 받았습니다. 이젠 모두 다 추억거리가 될것 같네요...그냥 한가지 걱정되는것은 그래도 보라색 E36 M3하면 김선준 이라는 저만의 아이덴티티가 있었는데...이제 그것이 한방에 사라져버렸다는게 아쉽습니다. 흔하디 흔한 젠쿱으로 이제 다시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야하니 앞날이 깜깜하기만 하네요....암튼...중요한건 앞으로의 새로운 카라이프도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검정 젠쿱에 테드스티커에 요상한 스티커 몇개 붙어있고 오렌지컬러의 롤케이지가 밖혀있고 썬팅도 없고....뭐...이러면 그냥 김선준이란 사람이구나......하는 정도만 알아주세요....^^;

보라돌이 때문에 4년동안 즐겁게 차타는 방법도 알았고 오버스티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도 키웠으며...아직 보잘것 없는 실력이지만 운전도 많이 늘었고...차량의 메커니즘에 대한 부분도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즐겁게 탓던 애증이 교차하던 차량을 다시 만날수 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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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날 찍은 보라돌이의 멀쩡한 마지막 모습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카쇼에 또한번 참가했다면 적었을법한 마지막 스팩보드 하나 적어볼랍니다.

 

 

 

 

--- E36 M3 1995 US ---

 

샤시 : 1995년 E36 M3 US버전 통상적인 E36샤시의 보강부위 전체보강
         (프론트&리어 서브프레임,프론트&리어 쇽마운트,트레일링암 포켓,스테빌라이져 마운트,로워암,프론트,리어,센터

          커스텀  바) 썬루프 제거

 

엔진 : 1mm오버 피스톤,유로 90파이 에어플로우센서 & 퍼포먼스 칩,유로 S50 B30엔진오일팬,유로 S50 B32 엔진 오일쿨러

            킷트, 연료압 레귤레이터

 

트랜스미션 : 숏 쉬프터, 커스텀 밀링가공 쉬프트링크 , 3.15 -> 3.46 종감속 변경,UUC 클러치 호스,UUC트랜스미션 마운트

 

배기 : 이베이표 슈퍼스프린트 룩스 헤더 , 레조네이터제거 중통 , E46용 풀티탄 머플러

 

서스펜션 : 테인 SS 필로우볼 마운트 세트 , 아이박 스테빌라이져 , 우레탄 트레일링암 부싱

 

실내 : 운,조 일체형 버켓시트 , 뒷좌석 탈거 , E36전용 VDO 오일압,오일온,전압 게이지,OMP 350파이 스티어링

 

휠타이어 : 론델 8J 17인치 , AC슈니처 8.5J 17인치 ,어드반 네오바 AD07,한타 RS-2,금호 엑스타 XS,한타 235슬릭 타이어

                    수시로 교체세팅

 

브레이크 : 유로 315mm 플로팅 디스크&커스텀 슬롯,브라스 켈리퍼부싱,전후 호크블루 레이싱패드,UUC 브레이크 호스

 

이외에...일일이 글로 설명할수없는 구석구석 수많은 튜닝 파츠 등등......

 

 

 

 

보라돌이 덕분에 그동안 즐거웠고...행복했습니다. 사요나라.....아디오스.....보라돌이 E36 M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