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주에서 유학중인 조휘동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차에 관해 전문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읽을거리 '잡설'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Brisbane019.jpg

 

제가 사는 곳은 호주의 관광도시인 골드코스트 입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처럼 저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보조 하는데요,

청소일이나 주방일 보다는 낫겠지 싶어 작년 겨울 방학 전부터 준비하여 택시면허를 발급받고 약 5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호주는 주 마다 관련법이 약간씩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제가 있는 퀸즈랜드주 에서 택시 면허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1. 호주 면허증 - Car Class로 2종 보통에서 1종 보통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토면허도 상관없구요.

2. 호주 면허 1년 이상의 경력, 혹은 해외에서 풀면허로 3년 이상의 경력 증명.

3. 호주내 범죄 기록 증명서.

4. 상업운수종사자용 의료진단서.

5. 택시 회사에서 주관하는 영어,지리,산수(!) 시험 통과.

6. 2주간의 교육 이수.


등등이 필요합니다. 소요경비는 한화로 약 50만원 정도가 들어가구요.

그 중 가장 어려운건 아무래도 호주면허증을 발급받는 것이었습니다.ㅎ 실기기험보는게 조금 까다로운데 나중에 시간내서 따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반응없으면 통과..^^)


rs_004.jpg 

* 노는 시간이 많아 가끔은 사진 찍고 놀지요.^^ 아이폰으로 찍은 거라 좀 구려도 이해해 주시길...;;;


제가 주로 타는 차는 2세대 프리우스 입니다. (그날 그날 랜덤으로 정해집니다만)

다른 회사들이 LPG개조한 캠리를 운용하는데 비해 제가 일하는 회사는 상당한 수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호주 퀸즈랜드 주에서는 택시회사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운용할시 초기 구입자금을 일부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새차는 아니고 약 3~4만 키로 정도된 중고차량을 도색하고 내부 시스템을 설치해서 운용하지요.


간단하게 차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면

모터만 구동될때는 한없이 조용합니다. 극단적으로 정차시에는 모터까지 멈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구요.

(배터리 잔량이 약 20% 이하로 떨어지면 정차중에도 엔진이 돌아서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아무생각없이 P에 놓고 있는데 엔진이 돌면 상당히 크게 차가 움찔합니다. 처음에 이걸 경험할때는 꽤 놀랬지요. 조용하던차가 시동걸리면서 튀어나갈라고 하니...)


단 가속할때는 작은 엔진을 쥐어짜기 때문인지 상당한 소음이 납니다. 마치 예전 티코 엔진의 느낌입니다.

그리고 차체 방음이 부족해서인지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상당부분 실내로 들어오구요.


승차감은 살짝 튕기는 듯한 가벼움입니다. 예전 90년대 초에 한석규씨가 광고하던 엑셀 광고기억하시나요? 한석규씨 옆으로 하늘에서 엑셀이 퉁하고 떨어지던 장면...그정도의 느낌입니다.

(제가 많은 차를 타보지 않아서 순 제 주관적인 느낌만 쓰려다보니 여기까지가 제 표현의 한계인것 같네요. 죄송합니다.ㅡ.ㅡ)


핸들링은 약 반의반박자 늦게 돈다는 느낌입니다. 스티어링에 유격이 있다는것이 아니고 1만큼 돌렸을때 0.8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고나 할까요. 기준은 제 91년식 e34 입니다.(이 기준으로 캠리가 약 0.9정도, 예전 클릭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은 0.95)

물론 일반적인 드라이빙에서 문제될 만큼은 전혀 아니고 연속코너에서 막 돌렸을때(?) 얘기입니다.^^


bm_004.jpg 

*게임기 조이스틱처럼 생긴 프리우스 변속스틱입니다.

 기계적으로 물리는게 아니고 말 그대로 스위치 입니다. 조작감도 매우 가볍구요.

 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D를 찍어주면 되고 리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뉴트럴은 오른쪽으로 2초정도 눌러주고 있음 되구요, B는 로우기어스위치 입니다. 주차브레이크도 스위치로...이거 익숙해지면 일반 변속기도 조작하기 귀찮아 집니다.^^ㅋ


bm_005.jpg 

*에너지 모니터 창으로 충전상황이나 배터리 잔량을 실시간 체크할수 있습니다.

 주행중에는 각 파트 사이로 화살표가 흐르면서 상태를 표시해 줍니다. 정차중이므로 엔진,모터 둘다 돌지 않고 있고 기름소비량도 0 입니다.


연비는 평균적으로 리터당 15km 정도 나오구요, 정말 살살 다니면 20km까지도 기록한적이 있습니다.

(시속 60km 이하에선 모터와 엔진이 따로 또 같이 돌고, 그 이상에선 엔진만 돌아갑니다. 60km 이하에서 가속시 모터의 힘만으로 가속하기 위해서는 말그대로 깃털 악셀링과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고 손님한테도 눈치보입니다.^^)


연비 측정 방식은 근무 시작시 풀탱크로 시작해서 차량 반납시 다시 풀탱크로 채운 기름을 달린 총 키로수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연비왕 대회 등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 근무 종료시 마다 얼마나 벌었는지 리포트 하는게 있는데 이때 주유소 영수증에 찍힌 0.1단위의 양까지 입력하고 연비를 계산하기 때문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매일매일 연비 체크를 하게 되지요.


트렁크 용량은 해치백인만큼 평상시엔 좀 작다싶지만 뒷자석을 제끼면 굉장히 넓어집니다. 호텔앞에 벨보이분들이 사용하시는 큰 트롤리 아시죠? 거기 실려 있던 트렁크가 전부 들어갑니다. 실으면서도 놀랬습니다.


rs_005.jpg 


rs_003.jpg

*아침에 일하면 한가하긴 해도 멋진 일출을 볼수 있습니다.



rs_013.jpg

*최근 들어온 하이브리드 캠리입니다.

 보기드물게도 완전 신차상태로 들어왔습니다. 여기도 좋은 차 몰고 있으면 다른 택시기사들이 부러워 합니다.^^


요즘엔 하이브리드 캠리도 종종 타게 되는데요.

엔진힘도 넉넉하고 정숙성이나 안락함은 프리우스에 비해 월등합니다.

rs_014.jpg 

rs_015.jpgrs_017.jpg 

* 항상 엔진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엔진과 함께 벨트로 구동되는 부분은 모두 모터로 돌아갑니다.

  브레이크 부스터도 모터에 의해 작동되구요.



승차감이나 핸들링등은 일반 페트롤 캠리보다는 모터와 배터리등 하이브리드용 장비들이 추가 되어서 그런지 조금 무겁다는 느낌이 듭니다만 크게 위화감이 들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배터리때문에 뒷트렁크가 무척이나 좁아져서 조금 큰 유모차는 집어넣을수도 없었습니다. 기존차량의 공간에 장비를 우겨넣어야 하는데다 무개배분 측면에서도 트렁크 공간이 희생양이 될수 밖에 없었던듯 싶네요.


rs_021.jpg 

*계기판에는 RPM게이지 대신 연비게이지가 있습니다.

트립컴퓨터로는 평균연비,배터리 상태, 등등 여러가지 '연비'에 관련된 정보들을 볼 수 있습니다.



 rs_019.jpg

* 택시 주제에(?) 후방 카메라까지 달려있습니다.^^ 오디오는 음질은 둘째치고 조금 조잡합니다. 터치스크린 처럼 보이지만 양 옆의 숫자 버튼으로 조작하게 되어있어서 손님이나 기사나 애꿎은 액정만 눌러댑니다.



죄송하게도 차 이야기는 크게 할 얘기가 없네요. 아무래도 업무용 차량이다 보니 회사에서 아무리 관리를 해줘도 기사들이 막 몰고 다니면서 상태들이 금방 안좋아 집니다. 브레이크 로터 휘는게 제일 빈번하구요. 급하게 몰다 길가에 턱을 치고 다녀서 얼라이먼트가 틀어지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새차가 들어와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 제가 다 안타깝습니다.^^;


재미있는것은 쌍용 로디우스가 심심찮게 7인승 택시로 돌아다니구요, 최근에는 스타렉스(호주 모델명 i-Load)도 택시로 돌아다니더군요. 기존 토요타 타라고 들이 교환주기가 다가 오는데 그 자리를 스타렉스가 차지할지 기대됩니다.ㅎ


그리고 요즘에는 호주도 시내에 엘피지 충전소(기존 주유소에 주유기가 하나씩)가 많이 보급되었는데 시험적으로 현대에서 택시용 LPI 소나타를 판매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드니나 멜번정도의 규모면 어느 정도 수요가 나올텐데요.



여담으로 택시 일 자체는 지리만 알면 크게 어려운건 없습니다. 가끔 돈 안내고 도망치는 녀석들이 있는데(피해액은 적지만 저도 두번 겪어 봤습니다.ㅠ.ㅠ)

이럴 경우를 대비해 퀸즈랜드주 자체 법에 따라 기사가 예상요금을 합법적으로 선불요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차액은 거슬러 주거나 추가요금은 더 받게 되구요. 문제는 손님들이 별로 안좋아 하지요.ㅎㅎ 그래서 그냥 갔다가 낭패보는 일이 생기는데 그럴땐 경찰에 신고해도 되지만 조서쓰고 하는데 서너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그냥 그시간에 일해서 메꾸는게 낫습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술취한 넘들이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일도 있는데 이런경우 차에 잘 안보이는 곳에 비상스위치가 있습니다. (주로 브레이크 페달 근처에 있어서 발로 밟게 되있거나 기타 두세군데 있습니다.) 이 스위치를 누르면 곧바로 콜센터 상황실에 비상이 걸리고 동시에 경찰에도 연락이 되어서 제 택시가 위치한 곳으로 출동하게 되어있습니다. 택시안의 소리또한 자동으로 상황실에 중계(!)되어서 택시안의 상황을 모니터 할수 있게 됩니다.

(모든 택시에는 상시 GPS 위치추적장치가 되어있어서 어디를 가든 상황실에서 차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고 무선통신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rs_020.jpg 

*택시 내외부에 한대씩 있는 보안카메라. 야간에는 적외선 방식으로 촬영됩니다.

 비상상황시에는 모든 택시기사에게 어느 위치에서 누가 위험해 쳐해 있으니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보통 주말엔 한두번정도의 비상이 걸리는데 대부분이 뚱뚱한 할아버지들이 운전석에서 뒤척이다가 비상버튼을 건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호주에 2년 가까이 살면서 느끼는 점은 한국에 비해 모터스포츠 문화가 상당히 발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정도 이지만 매년 열리는 V8 슈퍼카 시리즈를 비롯해서 미니, 포르쉐 등 여러가지 컵 대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고 미디어 에서도 생중계 해주는 식의 인프라가 아주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똑같이 F1 대회를 개최하고 손가락 안에 드는 완성차 메이커가 있음에도 이런 차이가 나는건 아무래도 모터스포츠나 자동차문화 자체에 대한 인식자체가 아직은 인색해서 생기는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꾸준히 인식의 개선이 이루어 진다면 언젠간 우리나라에도 도시마다 크고 작은 서킷 한개씩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bm_011.jpg 

*동네 중고차상에 진열되어 있는 'Turbo' 쿠페'입니다. 동네가 좁다보니 멋진 차를 볼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페라리나 포르쉐는 흔하게 돌아다니고 전에는 레벤톤도 공도에서 한번 본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