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은 1차선으로 추월하면서 찍은... 번호판 안달아서 견인당하는 패라 (농담임) )

테드에서 1차선 추월차선에 관한 많은 이슈가 있었고, 읽는글마다 가슴이 시원해짐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도 공감하면서도 간혹 저 자신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음에 한탄을 하곤 합니다... 뭐 그 상황 얘기는 나중에 하고,

며칠전 친구와 나눈 얘기를 간추려 봅니다. 저의 이 친구는 눈이 무척 나쁘고, 스스로 기계치라고 자칭하는 타입입니다.;;;; 시력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화두가 옮겨가게 되었었죠.

그 : 넌 다른건 몰라도 눈 좋은거 하나는 정말 부러워. 니차 타고 갈때에 그걸 확실히 느낄때가 비올때랑 밤길 갈 때인데, 나는 비오면 와이퍼 돌려도 안닦인 순간엔 시야에 자신이 없어서 소심운전하게되거든. 그리고 너 전조등 각도를 약간 멀리 잡은 것도 너는 멀리보는게 낫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 같으면 그러면 어두워져서 안보이거든.

나 : 그런 차이야 뭐, 어느 부분에선가는 있는거지. 너는 그만큼 안전운전하니까 안전할게고.

그 : 그렇지만도 않지. 눈이 완전 나쁜 나는 아무리 조심해도 눈 좋은 사람보다 위험해.

나 : 자책 하지마셔. 누구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과 세상이 있다고 생각해. 그대신 1차선 저속주행만 제발 안해주면 되 - -;;;

그 : 1차선에서 저속주행하면 안되지. 가끔 1차선 저속주행하는 아줌마들 보면 콱 열받아. 1차선을 가겠다면 제한속도까지는 밟아줘야지 말야.

나 : 1차선에서 제한속도로 가고 있는 것도 큰문제야. 고속도로 효율 저하의 주범이지. 내가 말한 1차선 저속주행은 제한속도로 가는것도 포함될 수가 있어.

그 :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나 : 내말은...

이렇게 시작된 논쟁은 약 30분정도 질질 끌렸습니다. 저번주초에도 회사의 상사분과 비슷한 논쟁을 한 적이 있었는데 (테드에 리플남긴 내용이었음), 그때보다 더더욱 힘든 설득과 대화의 과정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끝내 설득해내지 못했습니다.

제 친구의 요지 한마디는 "그래 너 잘났다."는 식의 결론으로 치닫고 있었지요. 그런 뜻으로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 마음만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의 얘기는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추월이니 뭐니해도, 과속을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의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으로 차 있고, 모두에게 무난히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상식이자 법이어야 한다. 제한속도가 지정된 도로에서 능력껏 제한속도로 가며 안전운행을 꾀하고 있는 사람한테 비키라는 말은 법을 어기는 것에 협조해달라는 얘기냐? 과속을 한다는것, 할수있다는 것이 당연하거나 잘난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저는 다른차의 오른쪽으로 추월하는 오히려 위험한 상황과, 위급하거나 빨리 가야하는 사람들의 입장, 상대적 저속차량이 비켜줌으로써 같이 도모할 수 있는 안전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누구나 운전이 그렇게 익숙하고 자신 있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의 초고속(110을 말함 - -) 상황에서 차선을 바꾸고 차 사이로 끼어들고 하는 것도 큰 부담일 수 있는데, 운전실력이 좋은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그걸 강요하는건 이기적이다. 게다가 뒤에서 더 빠른차가 오는지 백미러도 항상 신경을 쓰고 하는 것이 아무나 쉽게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해도 눈이 나쁘고 하기 때문에 100키로로 달리면 전방시야에만 집중해야 안전운행이 가능하다. 나는 너보다 운전을 오래했다. 백미러를 잘 못본다는 이유로 초보소리를 들어야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백미러 접고 다니는 김여사님들 얘기와, 앞뒤옆옆 도로 상황을 되도록 다 파악하려는 자세와 간혹 백밀러를 확인하는 습관 등은 자신의 안전운행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와 왼쪽 차선 신경쓸일 없어서 1차선을 좋아하는 저속주행자들에 대한 얘기를 했더니;;

[눈 잘보이고 운전 좀 한다는 식의 니 입장이니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거지만, 남에게 당연하다는 듯 강요할 수는 없다. 눈 잘 안보이는 사람도 있고 차를 잘 못다루거나 고속상황이 겁나는 사람들도 있다. 2~3차선 고속도로에서 대형트럭이 득시글한 2차선과 3차선에 들어가서 주행하고싶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 가뜩이나 눈도 안좋은데 시야확보도 안되고 겁도나서 오히려 더 사고난다. 그래서 1차선으로 가겠다는 것이 욕먹을 행위냐? 제한속도까지 가속할테니 그 이상은 뭐라 하지 마라. 스스로 개선불가능한 어쩔수 없는 부분에 대해 강요하거나 차별대우(욕먹기)를 받아야한다는 얘기라면 절대 참고 넘어갈 수 없다.] 는군요 - -;;;

그래서 제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며, '차가 이미 많이 차 있는 도로에서 그러자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하고, 나란히 같은 속도로 가는 두~세 차량이 길을 막아 정체가 발생하는 상황, 고속도로의 효율, 선진국에서의 실제 예를 말했더니,

[그게 다 눈 좋은 니 입장에서만 그런 사실들을 접하고 생각해서 그런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100km이상에서 빨리가면 얼마나 빨리 간다는거냐, 고속용으로 차를 개조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에서 무척 희박하지 않느냐]라고 하더군요...

답답함을 금치 못하며, 속도와 도착 시간에 대한 얘기, 스포츠 드라이빙 얘기, 튜닝 전혀 안해도 180은 다 나온다는 얘기 등을 했더니.

[그래 너 잘났다. 눈 잘보이고 과속 잘해서 좋겠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IQ가 60이던 시력이 안경벗고 마이너스던 뭐던, 모든 국민이 함께 써야하는 공용 시설이다. 잘났다고해서 모든이에게 잘난 수준을 강요하겠다는 것은, 정말로 그걸 원하는거냐 아니면 잘난척을 하고 싶은데 돌려서 잘난척을 하고 있는 것이냐]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잘 참다가 저도 여기서 열받기 시작했습니다. - -;;;;; 그래서 몇마디 서로 싸우다보니까는 이런 말도 들었습니다.

[넌 분명히 과속 교통사고로 죽을게다. 어느날 갑자기 그런 소식이 들려와도 난 하나도 안 놀랄거다]

이런 소리까지 듣고나니, 친구와 싸워서 뭐하겠나 싶기도 하고 해서 딴얘기하자며, 연예계 얘기, 대학교 때 술먹고 토 잘하던 친구 얘기, 정치인 뒷다마... 뭐 그런 얘기 하면서 화해하고... 뒤끝은 없었습니다만...

테드에서 위로받고 싶은지 이렇게 길게 글을 끄적이게 되는군요.

그런데, 솔직히 저도 1차선 추월차선 캠패인을 함께 하지 못하는 상황이 간혹 있습니다. 자주는 아닙니다만, 곰곰히 생각해서 정리해보니 두가지정도의 케이스입니다.

1. 차선 바꾸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여자분이 조수석에 탔을 때 -> 나는 추월직후 2차선으로 빠지는 패턴으로 운전하고 싶은데 (심지어 저는 1차선기피증까지 가진 사람이라서;; ) 그랬다가 바람둥이 소리까지 듣는 경험이 있었기에.. 간혹 1차선을 지키다가 초고속 추월차량께 미안하다는 비상등을 켜주는 상황이 있지요.

2. 동행한 상사분이 1차선 정속주행을 원하실 때 -> 제한속도를 넘는 것도 싫어하고, 2차선 등에서 대형 차량 사이에 끼어 가는 것도 싫어하고, 차선 자주 넘나드는 것도 싫어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1차선에서 제한속도로 주욱 가는것이 가장 안정적이고 안전한 운전이라고들 하며 그렇게 하도록 지시합니다. 게다가 제가 운전하는 차량이 그분들의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생기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이유로 초고속 차량들에게 우측 추월을 당하면서 그냥 미안한듯 웃고 있어야 했던 상황들도 있었습니다. 제 짐작으론 그렇게 저를 추월하신 분들 중에 태드분들도 계셨을것 같습니다 ^^;;;;; (이 기회에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암튼간에 제가 제 친구와의 대화에서 얻은 큰 깨달음 하나는,
1차선에서 제한속도로 주행하는 분들이 나에게 방해될 때가 있을지언정,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을 욕하거나 감정적으로 치이지는 말자. 도로도 하나의 세상이고 세상은 백인백색이다... 라는 점이었습니다. 그거 하나만해도 가치가 큰 깨달음 같아서, 곰곰히 생각하고 나니 친구에게 고맙다는 생각까지 드는군요.

가을 밤바람이 마후라를 스치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