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도시 외곽으로 빠지는 도로에서, 화려한 스포티카들이 그룹을 이루어 드라이빙 하는 모습을 보면.. 눈과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갑갑한 일상에 찌들어 지내는 일반 운전자들이 보기에.. 한켠으론 부럽고, 한켠으론 팔자 좋게 여겨질 수도 있을겁니다.

 

저는 컴퓨터에 취약한 세대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동호회, 클럽 활동은 99 년 부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필기와 노트에 익숙한 업무처리와 도화지가 더 친근한 일을 하다보니.. 가끔 레이싱게임 용도로만 사용하던 컴퓨터와 친해지기 위해 그제서야 온라인 동호회란곳에 가입한것이죠.  지금 삼사십대 매니아분들은 주로, 천리안이나 하이텔 달구지등 초기 온라인 동호회부터 활동했던 분들도 많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그룹드라이빙을 92 년 레이싱 팀 활동을 시작하면서 접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달구지 동호회 등이 '아마추어 햄'을 통해 슬슬 활성화 되는 시점이였던걸로 기억됩니다. 레이싱 팀은 보통.. 선수회원과 클럽회원으로 암암리에 구분되어, 그냥 주말이면 강원도 등지의 와인딩을 달리면서 즐기는 수준의 회원들과,  뚜렷한 목적에 의해 트레이닝 하는 선수회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단장이 선두에서면, 선수회원들은 바로뒤에 따라붙고.. 클럽개념 회원들은 그보다 뒤에서 완만한 페이스로 달리곤 했었지요.

 

당시는 제나이가 스물아홉 서른 무렵이였고, 단장님은 국내 레이서중 가장 고령이였던 46세의 조기택 단장님이셨는데.. 그룹 드라이빙 중, 자신을 추월하면 꽤 기분 나빠 하셨지요. 물론 후미에서 추월할때 그차보다 느려서가 아니라,  완급 조절을 하는 것 조차도 필요에 따른 모션이였기 때문에..자신의 지도에 따라줄것을 표현하는 방식이였습니다.   제 경우는 스타트때 포지션이 주어지면, 둘째자리나 셋째자리..어디서든 끝날때까지 포지션을 지켰습니다.   보통의 그룹 드라이빙은 다른 클럽에서도 이러한 불문율을 잘 지켰던것 같습니다.

 

 

 

3년  후에 다른팀으로 소속을 옮기면서 그곳도 크게 다를바 없이, 이동시에는 그룹 드라이빙을 했는데, 당시엔 드물게 비싼 무전기를 사용했습니다. 유연성 있게 선두가 바뀌기도 하고.. 교통신호에 의해 서로 벌어지더라도 이동시간의 지체없이 무전을 통해 금방 합류할 수 있었죠. 그러나.. 일사분란한 이동은 대체로 영종도나 몽산포등..경기장으로 이동할때였고, 평상시에는 가능한 그룹이동을 하지 않기로 규정했습니다. 

 

하드코어한 레이싱 팀이다보니.. A부터 B 지점까지의 이동은 항상 맥시멈 드라이브로 이어지고,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후미차량은 연비에도 안좋을 뿐더러, 고속주행 중에 앞차와의 추돌사고도 공공연히 일어나기 때문에, 가능하면 각자이동 원칙으로 바뀌어 간것이죠.  이때가 95 년 무렵이였습니다.  96년 시리즈를 끝으로 레이스를 쉬게 되었는데.. 이유는, 개인적인 지병때문이였지요.  (너도알고 나도 아는 엉덩이 병 ㅋ) 더이상 딱딱한 버킷시트에 궁둥이를 문질러댈 수가 없어서..^^;;

 

99년 자동차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스포츠드라이빙 컴백 같은 계기였는데,  그곳서 쿠페모임의 그룹 스포츠드라이빙 번개를 자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시각에서 볼때, 보통.. 레이싱팀에서의 활동이 동호회 활동과의 갭(?)을 이루는 인터벌은 3~4 년 정도 되는걸로 인식되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경험과 지식이 실시간으로 전달되지만, 당시엔.. 동호회의 이벤트와 마인드는 레이싱 팀에 비해 낙후된게 사실이였지요.

 

해서.. 그룹 스포츠 드라이빙에 나서면 보통.. 새로운 튜닝 아이템을 적용한 '호기넘치는' 회원이 제 뒤에 서서 추격하듯 드라이빙을 하곤 했는데,  SS 구간에 다다르면.. CB 무전기를 통해 여러번 자기페이스를 유지할것을 당부했지만,  뒤에 바짝 붙어 오다가 와인딩 코너에서 스핀사고 나는 일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한때.. "이익렬이 일부러 뒤에 따라오는 회원을 유도해 사고나게 만든다." 는 오명까지 쓴적이 있었지요.  어떻게 유도하면 뒷차가 사고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ㅋ  하긴.. 경기때도 유난히 제 뒷차가 뒤집히거나 날아가는 사고가 많았던걸로 보면, 뭔가 마가 꼈던것도 같습니다. 냠..

 

 

 

암튼 이전의 첫 동호회는 운전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는 분위기라..  2000 년 새로운 스포츠드라이빙 클럽을 만들어,  순수 스피드매니아들만 뭉쳐보기로 마음먹고 시작을 했는데,  이때부턴 거의 그룹 드라이빙때 선두의 개념을 없앴습니다.  한동안 함께 달렸던 친구들의 스킬이 많이 늘기도 하고, 레이스 경험을 쌓게된 후배들이 늘어나면서,  그룹 이동땐 거의 앞뒤 상관없이 자유배틀(?)모드로 달리게 되었죠.   오히려 이렇게 하니까 각자 페이스를 유지하게 되고,  사고도 줄었던것 같습니다. 앞에서 리드하는 입장에선 수시로 후미의 차량댓수를 세야하는 부담도 없어지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예전 팀활동때엔 동료의식을 앞세워, 한대가 사고나면 직접 견인해 천천이 함께 돌아오곤 했지만.. 제가 운영하는 클럽때부턴 사고가 나면, 사람만 다치지 않았으면 버리고 출발.. 그친구는 견인차를 불러 직접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좀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그룹 드라이빙 중 사고가 나면 본인의 책임이고.. 다른 회원드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관례로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엔 거의 차들마다 내비를 장착하고 있어, 중거리 이동시 굳이 그룹을 이루어 달릴 필요가 없는것 같습니다.  일반 운전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게 분명하고요. 물론 함께 달리면서 경쾌하게 칼질하거나 뭉쳐달리는 동질감을 일부러 느끼고 싶은 드라이버들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단지 제 시각에선.. 가능하면 강한 룰이 적용되는 그룹 드라이빙은, 안전에 크게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도 길~다란 CB 안테나를 드리우고 서로를 '국장님'으로 부르면서 그룹 드라이빙을 즐기는 클럽, 동호회가 꽤 많은것 같더군요.  함께 서행할때 지루함을 달랠 수는 있겠지만, 집중 운전 면에선..조금 후진적인 마인드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좀 궁금하군요.. 선진국의 여러 자동차 이벤트에도 함께들 위세있게 길다란 줄을 만들어 달리는 그룹드라이빙을 즐기는 경우가 많긴 한것 같습니다. ^^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