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포르셰 라이프찌히(Leipzig) 공장이 있습니다.

언젠가 견학을 해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단체 관람이 아니면 쉽지 않더군요..

 

다행히도 학교에서 주관하는 견학 프로그램 담당자를 1년 전부터 조르고 졸라서

올해 겨우 예약을 잡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온갖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온 터라 정신줄 놓고 있는데

그 담당자와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너 오늘 포르셰 가는거 알고 있지? 꼭 가야돼 넌!!'

 

아 맞다.. 완전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생각없이 지나가다가 뒤통수를 후려맞은 기분이랄까..

 

그런 얼얼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샌가 저는 버스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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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전경입니다.

왼쪽 상단에 수풀은 오프로드 구간이고,

좌측에 보이는 트랙은 '신차 테스트 구간' 또는 '드라이빙 체험 코스'라고 합니다.

중간 이후로 오른쪽에 있는 박스형은 짐작하시다시피 공장인데 증설된 구역마다의 지붕 색상이 다릅니다

(가장 우측에, 짙은 색으로 된 부분이 파나메라 때문에 증설된 구간이라 합니다).

 

 

아시다시피 포르셰의 본사는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 있고 독일 사람들은 쭈펜하우젠(Zuffenhausern)이라고도 합니다.

그 곳에서는 911을 비롯한 박스터와 케이먼이 생산되고, 라이프찌히에서는 까이옌과 파나메라가 생산됩니다.

사실 구 동독지역인 라이프찌히에 왜 서독업체인 포르셰가 들어와있을까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통독 이후, 경제력의 격차를 줄이고자 정책적으로 동독 지역에 공장이나 생산 업체의 유치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 이유로 라이프찌히에만 BMW와 포르셰 공장이 있죠.

(BMW 라이프찌히 공장에서는 1시리즈와 X1이 생산됩니다)

 

 

 

입지적인 조건도 좋습니다.

고속도로와, 철도, 그리고 라이프찌히 할레(Leipzig/Halle)공항이 근접해 있어서 물류의 진출입이 용이합니다.

특히 파나메라의 경우는 차체를 하노버(Hannover)에서 생산하여 기차를 이용, 라이프찌히까지 이동합니다.

 

가운데 있는 돔 형태의 탑은 근처 아우토반을 지날 때마다 눈에 들어왔죠..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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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서 예전에 봤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맞습니다. 까레라 GT 또한 라이프찌히 공장에서 생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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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였습니다.. 어렴풋이 기억 속에만 있던 그 탑이..

가방에서 잽싸게 카메라를 꺼내보니 28-75mm렌즈..

아.. 매일같이 끼우고 다니던 10-22mm 렌즈가 이럴 때 꼭 없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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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내부에는 레스토랑, 회의실, 포르셰 디자인 상품 판매, 고객 센터가 있고 이렇게 작게나마 박물관이 있습니다.

새빨갛고 포르셰의 로고가 양각으로 박힌 저 트랙터는 몇 해 전에 다이캐스트 모델로 구입할 정도로

애착이 가던 모델이었는데 이렇게 실물로 보니 마냥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IMG_1955.jpg

모델 별로 차를 세워놨는데 911 GT2가 가장 눈에 띕니다.

색상 탓이기도 했지만 안내를 담당하던 직원은 '가장 비싼 차를 한 눈에 알아본다'며 웃었습니다.

본네트 밑에 뚫린 에어아웃테이크(?) 구멍이 핵심 포인트로 911 디자인 중에 가장 매혹적이라 생각됩니다.

딱딱한 레이싱 시트에 앉자마자 뭔가 말하려는 안내 직원의 입을 막고 말했습니다.

"열쇠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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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을 내려다보니 공장에서 갓 나온 신형 까이옌이 테스트 주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혹 하이브리드 모델도 보였지만 색상은 전반적으로 검은색이나 짙은 회색이,

휠은 빼곡한 핀 타입이 주류였죠.IMG_1965.jpg

 

신차 테스트는 아닌 것 같고.. 오프로드 체험용 차량인 것 같았습니다.

안내를 담당하던 직원은 작은 박물관 안의 다른 차량을 열심히 설명중이라 감히 방해할 수 없더라구요 ㅋ

고장난 거 하나만 줘도 참 행복할텐데..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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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지나가던 테스트 차량 중 하나인 것 같았는데..

달려가서 '나도 옆에 좀 태워주면 안될까'라고 묻고 싶었습니다.

물론 옆에 동승하거나 직접 운전대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전에 예약을 해야하고 상당한 액수의 참가비가 필요하다는거 ㅇ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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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스부르크(Wolfsburg)에 있는 VW 공장도 2005년도에 견학했었지만

이 곳 역시 공장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그저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각 모델마다 생산되는 시간은 까이옌은 평균 12시간, 파나메라는 24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 때 제가 갖고 있던 이어폰의 주파수가 잘 안맞아서 잘 못 들었는데

하루에 120대 혹은 250대가 이 곳 라이프찌히 공장에서 생산된다고 얼핏 기억이 나네요..

조립 라인의 근로자는 사진과 달리 평균 연령이 27세로 굉장히 젊은 편입니다.

 

유럽에서는 주로 무채색 계열의 차량이, 북미와 아시아에서는 밝은 색상이 주로 판매되고

두바이에 판매되는 대수는 적지만 주로 풀 옵션 상태로 나간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국에 수출되는 차량이 가장 많고, 한 달에 영업소 하나씩 생기는 추세라고 하더군요..

 

 

 

정신줄 놓은 상태에서 거의 3시간에 달하는 견학을 끝내고 나니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그 중에서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았습니다.

 

조립 라인에서 가장 마지막에 장착되는 부품은 바로 휠 캡입니다.

포르셰 로고가 박힌..

원래 포르셰 로고는 지금과 같지 않았는데 유럽의 전통을 유달리 좋아하던 북미 시장의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슈투트가르트 로고'를 곁들인 현재의 방패 모양을 넣었다고 합니다.

 

그 휠 캡을 생산라인의 마지막에 부착하면서 가장 아래의 뾰족한 부분은

무조건 타이어 공기 주입구와 맞닿게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그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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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나서 차를 둘러보니, 모든 차량의 휠이 다 그러했습니다.

포르셰 코리아에도 이러한 교육 사항이 전파(?)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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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포르셰의 변종(?) 중의 대형 모델 두 개가 생산되는 곳이지만

모든 모델을 다 보고나니 '도로 위의 차들은 왜 포르셰'가 아닐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만..

 

 

어릴 적부터 드림카는 포르셰 911이었지만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즐겨야 할 다른 재미가, 다른 단계가 저마다 있는 듯 합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수긍해야 하는 걸까요..

 

911보단 케이먼의 운동성능이 더 좋을 것 같고

BMW 1시리즈가 현실적인 답이었지만

눈을 떠보면 피아트 500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견학을 마치고나니 신형 까이옌이 마음에 자리잡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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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제겐 이미 차가 두 대 있으니까요 ㅎㅎㅎ

뒤에 있는 빨간색 저 녀석은 이미 14개월 전에 제 마음 속에 불씨를 지펴주었고

앞에 있는 노란색 (유모차를 위한)택시는 지난 며칠동안 제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낳은 녀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