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오는 왜건이나 SUV의 루프랙은 실용성을 떠나 스타일링에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크롬도금으로 되어있는 차량이 대다수이다보니..

 

사실 실내 공간이 넉넉한 차에, 지붕 위에까지 짐을 얹는 건 좀 오바다 싶기도 하지만

독일로 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독일인이 성실하고 시간 개념이 철저하다는  편견, 다 지워버리십시요 ㅎㅎ

그런거 없습니다.

 

융통성이 없어서 자신들이 정해놓은 체계를 그대로 밟아가고

그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모델 체인지 주기가 유난히 길었던 독일차를 떠올리시면 쉬울 듯)

무엇보다 현실 가능성과 실용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스타일링만 좇는 아시아 국적의 디자이너 지망생들은 애를 많이 먹습니다.

(페라리타고 슈퍼마켓가면 이상한데 포르셰타고 장보러 가면 어색하지 않죠)

 

 

 

이번 여름에 유럽 날씨가 미쳤는가봅니다.

특히 독일은 날씨가 저주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종잡을 수가 없네요.

5, 6월에도 춥다가 이번달에는 35도가 넘는 기온으로 사람 잡습니다.

길거리를 보면 그 더운날, 창문을 열고 다니는 차들이 많습니다.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는 얘기죠.. (대단들 하십니다)

 

아직도 중형급 이하의 신차는 파워 윈도우와 에어컨이 선택 사양으로 분류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대중 교통(버스나 지하철)에도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요즘같은 날, 대중교통을 타면 기절합니다. 찜질방에 앉아있는 기분에다가 땀냄새와 암내.. 와우~~

 

 

 

 

원래 쓰려던 내용으로 돌아오자면 ㅎㅎ

정작 험로에 잘 들어가지 않는 SUV가 대부분이고, 루프랙이 스타일링의 요소로 자리잡은 요즈음에

본연에 충실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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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계열 미대에 있다보니 그림만 그리는게 아니라 제품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학기말인 요즘은 대다수의 학생들이 극도의 피곤함과 초예민함으로 가득차 있죠. 건들면 의 상합니다 ㅠ.ㅠ

저 친구는 MDF를 구입했는지 차 위에 루프랙에 얹어서 학교에 왔습니다.

 

누군가는 물어보겠죠.

"왜 배달 안 시키고 직접 저 고생을 해?"

생각처럼 쉽게 배달이 된다면 저렇게 하지도 않습니다 ㅎㅎ

 

인건비가 비싸서 왠만한 건 직접 들고 옵니다.

한국은 다 배달이고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죠 ㅋㅋㅋ

아마 저 친구가 저 합판을 배달시켰더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왔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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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도 제대로 고정시키지 않으면 순찰 중이던 경찰차에 바로 걸립니다.

화물에 대한 부분은 좀 가혹한 편이라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는데, 덕분에 앞 차에서 떨어진 화물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는 어이없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실내 화물칸에 짐을 적재했을 때에도 제대로 고정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립니다.

급제동시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인거죠.

(애완견도 별도의 벨트 따위로 고정시키지 않으면 경찰이 바로 세웁니다 ㅎㅎ)

 

 

그러다보니 화물칸에 천막을 씌운 트럭은 거의 볼 수가 없고

렌터카 업체에서도 '고객의 이동 경로 중에 고속도로를 이용한다(타도시 이동)'는 짐작을 하면

무조건 캡 형태의(화물칸 자체가 아예 봉인된 형식) 차량을 내어주곤 합니다.

 

갑자기 단속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

5년여 전에 MINI를 빌려서 야간에 사진 찍겠다고 차 세워놓고 모든 램프를 점등하고

결국엔 후방 안개등까지 켰었는데 순찰 중이던 경찰이 와서 딱지를 끊으려고 하더라구요..

'너 왜 뜬금없이 후방 안개등켰어?'라면서 말이죠..

매우 순한 얼굴로 '제가 MINI를 너무 좋아하는데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사진찍다보니 그렇게됐어요. 죄송합니다'

이랬더니 옆에 있던 다른 경찰이 그냥 가자며 보내줬습니다.

 

 

 

재미있는 광경을 핸드폰으로 찍었다가 사진 한 장만 올리려고 했었는데

이게 본의 아니게 공익적인 글로 이어졌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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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필요없고 이 녀석으로 차를 바꾸고 싶습니다.. kia venga..

하지만 그저 바램일 뿐, 지금 있는 녀석에 감지덕지하며 살고 있죠..

 

 

 

그에 대한 반성의 댓가(?)일까요..

어제 아침에 갑자기 소포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보낸 이는 Fiat Germany..

응? 이건 도대체 뭐?

 

박스를 열어본 순간 알았습니다.

한 달 전에 이메일로 날아온 뉴스레터에서 피아트 500C(지붕과 뒷부분이 컨버스탑으로 열리는 반 컨버터블 모델)의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당첨이 되었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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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의자를 꼭 가져야 하는 이유롤 적어라'고 하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끄적끄적대서 보냈더니

'이 의자를 가져야 한다는 너의 의견이 우리에겐 매우 감명깊었다. 그러니 보내주마'라는 식으로

편지를 동봉해서 친절하게도 의자를 보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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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서 기분은 참 좋지만

그렇다고 저 의자를 펴놓고 룰루랄라 일광욕을 하기엔 날씨가 너무 덥습니다.

조금 선선해지면, 국도를 돌아다니다가 어디든지 펼쳐놓고 앉아서 책이라도 읽을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