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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국에서 출장차 오신 손님을 모시고 다니던 중 부에나팍의 어느 스타벅스에
커피 한잔 하기 위해 들렀습니다. 커피 외에 팔고 있던 CD와 서적 중에 The Art of Racing in the Rain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보이는 개의 머리가 반쯤 보이는 표지에서 어떤 Racing을
이야기하는지를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Racing이 자전거 경주일수도 있고 경마일수도 있고 개경주일수도 있었으니까요. 개경주였다면 그레이하운드가
표지에 나왔을텐데 래브라도 리트리버였기에 개경주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들렀을 때 이 책을 봤다면 집어 들고 대충 훑어보기라도 했을 텐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죠. 그때는 ‘나중에 서점 갔다가 보이면 한번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정작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이 책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랬다가 2009년 잠시 귀국했을 때 신문을 보다가 ‘빗속을 질주하는 법’이라는 책의 광고가 실린 것을 보게 되었죠.
광고에 실린 그림에는 빨간 자동차가 작게 나타나 있었고 책소개에서 개가 소설속의 나레이터이며 레이서의
이야기가 주요소재라는 것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 강남 교보문고에 가서 그 책을 한 권 구입했지요.
철학자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는 늙은 개 ‘엔조’가 그의 주인인 카레이서 대니 스위프트의 삶을 보면서 담담하게
이야기해나가는 투의 소설입니다.
작가인 가스 스타인 Garth Stein은 그 스스로도 개를 키우고 있으며 레이서 경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가스 스타인의 홈페이지 http://www.garthstein.com/ 에서 퍼왔습니다.
그는 현역 레이서로 뛰고 있지는 않으나 SCCA의 스펙 미아타 레이스에 4년간 출전했으며 시애틀에서 열린
우중 레이스에서 충돌사고를 낸 후 더 레이스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 사건이 이 소설을 쓰는데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그가 4년간 레이스를 한 경험 덕분에 이 소설 속에서 레이스의 세계에 대해 심도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요.
레이싱에서 차는 눈이 가는 곳으로 간다고들 말한다. 차가 멋대로 스핀할 때 드라이버가 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 차는 벽에 부딪친다. 타이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낄 때 드라이버가 트랙을 내려다보면 차를 제어할 수 있다.
차는 눈이 가는 곳으로 간다. ‘증명할 것이 눈앞에 있다’와 같은 말이다.
레이싱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본문 89~90쪽 중에서
번역은 카매니아의 입장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고 번역문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지만 원작 소설의
재미를 전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동차 레이스 이야기뿐만 아니라 주인공 이외의 개들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도 번역이 조금 어색한 부분이 보인 적도 있기는 하네요. ‘다운언더 지방의 양치기개’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아마 원문에서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를 그렇게 이야기한 것을 직역한 듯 합니다.
얘들이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입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빗속을 질주하는 법’은 개를 좋아하고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제가 읽은 지도 몇 년 지난 소설 이야기를 왜 지금 와서 꺼내는가 하면…
얼마 전 마즈다스피드의 스티브 샌더스씨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에게서 어쩌면 이 소설이 영화화
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배우 패트릭 뎀지가 이 소설의 영화 판권을 샀고 영화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레이스 아나토미로 유명한
패트릭 뎀지는 꽤 오랜 경력을 가진 배우죠. 87년작 ‘Can’t buy me love’에서는 다소 찌질한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91년작 ‘Run’도 제가 재미있게 본 그의 영화 중 하나였네요.
패트릭 뎀지는 배우인 동시에 레이서/팀오너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유명 연예인이면서 레이서인 사람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연예인 특유의
운동신경으로 적응이 빠른 경우도 있고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 트랙 타임을 오래 가질 수 있어서 웬만한
경지에 빨리 다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패트릭 뎀지의 경우 마즈다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모터쇼나
레이스때 마즈다의 홍보대사 비슷하게 활동하기도 합니다. 재작년이었던가 LA 오토쇼 프레스데이때 마즈다 부스
앞을 지나면서 패트릭 뎀지를 보았는데 그때는 설마하며 그냥 지나쳤더랬습니다.
속으로는 ‘패트릭 뎀지랑 꽤 닮았네.’ 하면서 말이죠.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사람이 닮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패트릭 뎀지였다는…
아무튼 영화화되면서 어떤 작품이 나올지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그냥 아무 영화 관계자가 아니라 레이스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패트릭 뎀지가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에서 잘 된 작품들도 있고 완전 망한 작품들도 있는데 The Art of Racing in the Rain 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아래 보너스는 패트릭 뎀지 주연의 91년작 영화 Run입니다.

가스 스타인의 홈페이지를 보니, 바이크 스타 롯시의 출전사진도 있네요.
아마도 레이스를 통해 자서전적인 '인생' 얘기를 했을거 같은데.. 서점에 들르면 권규혁님 번역본이랑 함께.. 저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차와 레이스가 너무 표면에 어필되면, 책의 수요가 확~ 줄어들것도 같습니다. ^^ 차와 개를 좋아하는게..권규혁님이랑도 비슷하네요.ㅋ 저도 개를 무지 좋아해 어렸을때 셰퍼트를 9마리까지 길렀었는데.. 결혼 후 마당없는 집에 살면서 부터 기르지를 못해 안타깝습니다. 아내가 개를 신기해는 하는데.. 털 청소하는걸 너무 싫어해, 포메라니안 몇개월 기르다..제자한테 입양보낸적이..냠.

어라? 제가 가진 책의 표지와는 디자인은 같은데 개가 다르군요! 약간 더 누렁빛나는 개가 (딱 글 중간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개..)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표지인데.
저는 규혁님의 소개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었는데.. 딸래미를 하나 낳아놓고 나니 책의 내용이 더 가슴에 와닿는 느낌입니다.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차나 레이싱에 대해 그렇게 지식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인 듯 합니다.
다만.. 재미있게 읽은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중에는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해서 이영화도 기대도 되지만 내심 걱정도 되네요.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경험있는 저자가 지은 책은 느낌이 정확하지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표지에 차를 그리지 않고 개를 쓴건 참 의외이네요. 미국에선 그게 더 호감있게 느껴지려나요? 소개를 읽기 전까지는 개 경주로 착각할거 같은데요...
참고로, 천리안 바이크 동호회인 "천리마"(제가 초대 시삽이었습니다.)를 만들때 경마동호회로 착각할수 있다는 반대의견이 상당히 많아서, 이름에 고민한적이 있었습니다. 역시 선입견이 가장 무섭죠.

페트릭 엠지..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주연 배우죠 미국 드라마에서 아마 성공 많이 한듯.. 쟤나오는 미드 광팬입니다~
그전에는 누군지도 몰랐어요 ^^;; 드라마가 참.. 인생에 많은 단면들에 되해서 써놨드라구요~
주옥같은 대사가 많이 있습니다. ㅋㅋ
개경주이야긴줄 알고 늘 지나치기만 하던 책인데 (파란색 표지) 이 번에는 확실히 집어들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