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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독일의 여러 자동차 박물관 중에서 이 곳에 심도있게 소개된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아우토 슈탓(Autostadt)이 아닐까 싶다.
마스터님께서 독일에 계셨던 동안 이 곳에 대한 소개를 다뤄주셨기 때문에 '또 올려도 되나?'라는 의문을 몇 번 품었다.
사실 5년 전에 방문한 이후 다시 찾아간 것은 처음이었다.
뭔가 바뀌었을까? 설마 모든 것이 그대로이진 않겠지. 명색이 테마파크인데..
당시에는 한겨울이었고 관람객도 별로 없었다. 별도로 돈을 지불하고 안전(방어)운전 트레이닝도 받았지만
그 때보단 개인적인 흥미도 떨어졌고 지갑이 넉넉치 못했다.
이번에는 투아렉 오프로드 체험을 해볼까 말까 상당히 고민했는데 결국 그냥 집으로 오고 말았다.
사실 몇 만원 안되는 돈이지만 유학생 지갑에서는 돈이 잘 나오지 않는다 ㅠ.ㅠ
독일 내에서 제대로 된 테마 파크는 VW의 아우토 슈탓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사실 폭스바겐의 본사는 히틀러의 지휘아래 생겨난 곳이다. 각종 물류의 접근성이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고
중앙역조차 코 앞에 있다. 공장과 본사를 중심으로 도시가 커져나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은 아우토 슈탓의 10주년이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방문 때에는 5주년이라 했다.
별 뜻이 있어서 갔던 건 아니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약 2시간)에 있는데다 겸사겸사 뭐 좀 알아볼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VW 그룹이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브랜드가 별도의 건물을 갖고 홍보 시설을 갖추었다.
포르셰가 왜 빠졌느냐는 질문에는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 어느 부지를 새로 만들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사실 그 쪽에서 별로 원치 않는 분위기다. 급이 다르기 때문에 괜히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폭스바겐, 아우디, 세아트, 슈코다, 람보르기니의 파빌리온(별도의 전시관)이 있으며
'프리미엄 클럽하우스'관에는 벤틀리 혹은 부가티 차종이 전시되어있다.
5년 전에는 벤틀리 아르나쥐였지만, 이번에 찾아가보니 부가티 베이롱이 있었다. 잠깐만.. 포르셰는 안되고 벤틀리나 부가티는 돼?
이건 무슨 경우인데? '그건 사실 독일 차가 아니잖아'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이 돌아왔다 ㅋ
어? 근데 일반 베이롱이 아니다. 베를린 쇼룸에서 워낙 자주 봤던터라 왠만해서는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도색이 처음 보는 녀석이었다. 너무 궁금해서 직원에게 물어봤다. 은색 도장이 아니라 정말 '은'으로 차를 뒤덮었단다.
아.. 인터넷에서 얼핏 봤던 그거구나..
두바이에 사는 어떤 사람이라면 집에 이 차를 다이캐스팅 모델처럼 그냥 세워만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왠만한 국가에서는 인증도 나지 않겠지만(독일은 절대 안된다) 아무리 번호판을 달고 주행할 수 있다고 한들,
나같아도 거실에 세워놓고 시동만 걸어놓고 이 예술품을 음미만 할 것 같다.
차를 이 곳에서 인도받는 고객들을 유난히 관찰했다. 사실 이번에, 두 번째 방문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일 평균 300-500대 정도 신차 인수 인계를 한다고 하는데 연금 생활자들은 친구들이나 부인을 많이 데려오는 편이었고,
폴로, 골프, 시로코를 구매한 젊은 고객은 미세한 흠집이나 결점을 찾으려 애썼다.
하긴.. 여기까지 새 차를 받으러왔는데 그렇게까지 꼼꼼히 안보면 그것도 이상하겠다..
다.. 같은 섀시를 쓰는 형제들? ㅎㅎ
인도할 차를 내놓기 직전에 번호판을 장착하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차의 외관상 흠집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믿고 받아도 될 듯 싶다. 사실 완벽한 신차를 받기 원한다면 이렇게 공장까지 직접 와서 받아야만 한다.
이렇게까지 마지막 점검하는데, 왠만하면 믿고 인수합시다
필자의 예를 들자면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피아트 500을 탁송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받을 방법이 없었다.
차를 받을 때보니 각 모서리 부분에 고정시켰던 흠집이 남아있어 딜러와 실갱이를 벌였던 적이 있다.
폭스바겐의 모든 모델이 본사가 위치한 이 볼프스부르크(Wolfsburg)에서 생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탁송시에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생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뒤에 계신 분이 어머니가 맞습니까? 맞습니다! 고향 앞으로~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장 견학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사전에 예약이 필요없고 주기적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탑승하면 45분 동안 그 차 안에서 구경할 수 있다. 이건 지난 번에 해봤으므로 패~스..
관람객 수에 따라 배차 주기가 달라지는 듯 싶다. 코끼리차라고 하기엔 너무 세련됐다
짜이트하우스(Zeithaus- 英: Time House)에는 벤츠 1호차와 포드 모델 T부터 80년대에 생산된 차량까지
다양한 차종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부가키 57SC 아틀란틱은 보이지 않았다.
워낙 희귀한 차량이라 기억에 오래 남아 그 차만 보길 원했는데.. 지나가는 직원을 잡고 물어봐도 모른댄다.
기밀인건지 아니면 직원이 초짜인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 곳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쌍둥이 타워는 한 건물에 400대씩, 총 800대를 보관할 수 있다.
공장에서 찍어나온 차 중에, 이 곳에서 차를 인도받는 고객의 차만 이 곳에 보관해 두었다가 바로 내어놓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실외에 차를 세워두어야만 했을텐데 여러모로 좋은 아이디어같았다.
예전과 바뀐 점이 있다면, 3년 전부터 고객이 실제로 이 곳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 예약을 하고 돈을 지불하면 1시간 당 3회 운행하는 박스에 6명이 탑승하여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싶어 오전에 입장권을 끊으며 이 곳도 예약했다.
그 땐 몰랐다. 어떤 방식이었는지 ㅎㅎㅎ
나오던 길에, 주차장에서 오백이 인증 샷 ㅎㅎ
임산부, 심장병 질환자, 휠체어를 탑승한 장애인은 관람할 수 없다고 했다.
왜 그런 전제조건을 달아놓았는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냥 설레임에 티켓을 들고 정해진 시간에 짜잔~하고 달려갔다.
직원이 유리 문을 열더니 의자에 앉으란다. 멀티밴에서 쓰이던 것 같은 가죽 의자에 앉았다. 안전 벨트를 메라고 한다.
이미 습관이 되어버려 그 말이 무색해졌다. 그리고 옆을 둘러보았다. 아뿔싸..
1톤이 넘는 자동차들이 360도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무인화 기계가 매우 재빠른 속도로 그걸 아래 위로,
가끔씩 9시 방향에서 3시 방향으로 틀면서 왔다갔다 한다.
설마.. 나도 저 자동차들처럼 움직이는거야?
참고로 저 빨간색 폴로는 독일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고소 공포증이 있다. 비행기타는 데에는 문제 없지만 2년 전에 케이블 카를 탔다가 기어나왔다.
63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한 번 탔다가, 그 이후에 **층까지 걸어서 올라간 적도 있었다.
의자에 달려있는 팔걸이를 꽉 움켜쥐고 앞사람 뒤통수만 쳐다봤다.
탑승하기 전에 농담 주고 받았던 안내 데스크 직원이 자꾸 쳐다보며 윙크한다. 이상한 관심 따위 필요없고 나 좀 꺼내주세요!!
내가 이걸 왜 탔을까 왜 탔을까 왜 탔을까.. 후회는 이미 늦었다. 유리 박스로 뒤덮인 이 상자는 3시, 9시 왔다갔다 하며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내 옆에 남자 안내원이 앉아서 뭐라뭐라고 설명을 했는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꽤 유용한 정보였을텐데 다 허공속으로 날아가버렸다.
맨 꼭대기 층에서 멈췄다. 아.. 전혀 반갑지 않다. 24m라고 한다.
괜찮아. 잠시 뒤면 늬들 주인 만날꺼야.. 조금만 참아..
다행히 바닥 부분은 다 메꿔놔서 발 아래로 아찔한 광경이 펼쳐지진 않지만,
관람객의 안전보다는 차량에 뭐가 떨어져서 흠집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인 것으로 생각된다.
탑 1개당 400대를 보관할 수 있는데 3년 전에 관람객 투어를 만들면서 10대의 공간이 줄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사진 찍을 정신은 또 생겨갖고.. ㅉㅉ
공장 부지의 길이만 4km에 달하고 저 쪽이 시내이고 어쩌고 저쩌고..
아 그러니까 좀 내려가자고 이젠.. ㅠ.ㅠ
왼쪽에 굴뚝 두 개 있는 공장은 현재 쓰지 않는다고 한다. 건물에 금이 갔데나 어쨌데나..
정신차리고 내려와서 보니까 역시 독일이다.
자동차만 있어도 각 층에 소화기가 구비되어 있고, 내부에 관람객이 있는 공간에는 정수기와 cctv, 응급 처치함이 있었다.
모두 눈에 잘 띄도록 해놓았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런 걸 보면 한국과 비교하게 되어 씁쓸하다.
나오기 전에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었다. 커리 부르스트(Currywurst)..
구운 소세지에 별도의 양념이 된 케찹과 카레 가루를 뿌린, 이 커리 부르스트의 원조는 사실 베를린인데
폭스바겐 본사 구내 식당에서 직접 개발한 재료법을 갖고 만들어 메뉴화시킨 것도 꽤 유명해졌다.
그 맛은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먹어봤으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기념품(?)으로 구매했다.
이 곳에 와서 손수 구입하는 방법 외에는 구할 수 없다. 그래서 궁금해서 사봤다. 아직 먹어보진 못했으므로 맛은 평가할 수 없다.
소세지 포장 비닐에 '폭스바겐 정품'이라고 써있는게 무척 재밌다.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질문도 많이 던졌는데, 신차 고객 인수 담당 직원이
'5년 만에 방문했으니 5년 뒤에 또 봐요'라고 했다.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뭔가 알 수 없는,
나 혼자 괜한 명분을 붙이고만 싶었다. 그게 뭐였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팁 1.
음식 값이 생각보다 비싸다.
외주 업체 3군데에 '뷔페식, 이태리식, 일식'을 맡겼는데 일식은 비추천.. 차라리 이태리식에서 피자를 먹는게..
팁 2.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
해당 주에서는 정해진 곳에서만 흡연 가능하게 해놓았는데 유리 우산으로 만들어진 Rauchbereich라고 써있는 곳에서만!!!
담배피우던 사람이 '왜 내 사진 찍어'라고 시비를 거는 바람에 사진은 지웠지만.. 꼭 유념해야 한다
팁 3.
자동차로 이 곳에 가면 아우토반 A2를 이용하게 되는데,
동, 서유럽의 왕래가 많은 도로라 독일이 아닌 국가의 차량과 대형 화물차가 유난히 많은 편.
유유자적 1차로를 100km/h로 달리며 뒤 따라오는 20여대의 차를 무시하는 이들도 종종 있으니 흥분하면 안됨.
1차로에서 하이빔, 경적을 울릴 수 없는 독일의 법규상 어찌할 방도가 없음. 차 간격 1m를 유지하며 압박하는 이들과 동조할 뿐..
기차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수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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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혼자 다녀온겁니까?
비머도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차를 직접 가지러오는 투어 옵션이 있다고 하는데
전 나중에 미국에서 차 결제하고 독일갈 일을 만들어봐야 겠어요...

휴우... 저도 고소공포증이 있습니다. 비행기나 헬기는 아무리타도 괜찮은데,
케이블카, 막타워, 아파트고층 이런건 아주 쥐약입니다.
지금까지 태어나 3층 위로 제 방을 가져본적이 없는데, 처가는 아파트 11층이라
가끔가서 자려면 정말 죽음입니다 ㅎㅎㅎ
포르쉐에 이은 폭스바겐 박물관? 테마파크? 방문기 잘 봤습니다.
아직 다녀오셔서 글쓰실곳이 좀 남아있죠? 벤츠, 비엠...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