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앨범 란에 글을 올리고 나서...

눈팅만 하는 게 죄송해서 보드에 잡글 하나 올립니다.

발단은 이렇습니다.

 

며칠 전 여행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첫 차였던 마티즈(정말 초대 딱 그 앙증맞은 마티즈입니다)랑

미국에서 지낼 때 타던 크라운 빅토리아

그리고 간간이 놀러 다닐 때 렌트했던 시빅과 인피니티 등등의 사진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슬슬 문제가 시작됩니다.

 

갑자기 사진들이 너무 이뻐 보였습니다.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마티즈의 깜찍한 외관과 경쾌한 않았던 몸놀림(물론 전 그때나 지금이나 과속은 자제합니다.^^).

경운기 소리를 내던 크라운 빅토리아로 후진하다가 시동이 꺼져서 사람들에게 휘파람과 함께 격려 받던 일.

소형차라도 잘 달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해준 시빅.. 결국 플로리다에서 사고가 나긴 했지만요.

RV처럼 생겨서 무식하게 빠르던 인티니티 FX...

 

갑자기 "사진을 복원해서 파일로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됐습니다.

집사람에게는 그냥 앞 뒤 자르고 "옛날 사진들  복원해 주는 기계가 있다고 그러네. 16 만 원 정도인데 살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해 승락을 받았습니다.

 

두둥~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다 보니 ion audio 사의 film2sd라는 제품이 있더군요.

35mm 필름과 슬라이드를 sd 카드에 저장해 주고 lcd 화면이 달려서 어쩌구...

결국 옥션 -> 이베이 쇼핑 통해서 바로 질렀습니다.

거금(?) 15 만 어쩌구 원이 들었고, 오후 주문하니 저녁 때 바로 미국 내 배송이 이뤄지고 마음이 두근 거렸습니다.

 

문제는...

 

"근데, 우리 집 필름들 다 어디 보관해 뒀지?"

 

제가 집에 오자마자 집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심드렁~)  오빠가 알겠지, 내가 어떻게 알아? 지난 번에 다 버린 거 아니었어 이사 왔을 때?"

 

이때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ㅅ설마. 다 ㅂ버렸을까? 어디 ㅇ있지지 않을까?"

 

"에이~ 오빠 성격에 싹 다 버렸겠지."

 

"아앗, ㄱ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서 감정이 격앙되며 자초 지종을 집사람에게 설명했습니다.

그 기계가 실은 필름만 되는데... 이미 샀고... 이베이는 선불제라 취소는 안 되고... 

 

집사람 화났습니다. 

 

"지난 번 찾은 자동차 사진 때문에 산 거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딴 사진들은 관심도 없더만 차에 미쳐서..."

"아, 이사람아(<- 집사람 흥분하면 급 노인 말투가 됩니다) 필름부터 찾았어야지, 그런 물건을 덜렁 사 버리면 어떻게 해? 주식이라도 팔던가, 알아서 보전 해!"

 

이후 그동안 여기 저기서 구한 사운드 레이서, 다이캐스트, 잡지, 자동차 용품들이 줄줄이(아, 집사람 뇌용량이 테라바이트입니다.-_-; 한 번 기억해 내기 시작하면 책 두 권은 나옵니다ㅠㅠ). 어제도 먼저 자고 있는 절 깨워서 훈계+응징을 했습니다.

 

결국, 물건은 한국에 도착하기도 전 중고 시장에 내기로 합의 봤습니다.ㅠㅠ

 

과외 선생님인 집사람은 어제 무리 후 오늘은 늦잠 중인데요...

 

저만 아침부터 일어나서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사정을 해 봐도 역시 취소는 불가하다고 하고(<- 아마 진상 고객으로 찍혔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옥션에서 물건을 팔려다 보니 아직 물건도 안 받고 뭐 하는 짓인가 싶더군요.

어차피 월, 화 중국 출장이라 어찌 하지도 못할 건데... (그래도 출장 가 있는 동안은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겠군요^^;).

 

집사람의 서슬에 놀라 아침부터 설치다가 울적해져서 글 남깁니다.

 

물건을 사기만 했지 팔아 본 적도 없고...

한국에는 없는 물건인 듯 하니 국내에서 제대로 팔 수 있을지도 벌써 걱정이네요.ㅜㅜ

 

think twice before you buy~

 

어디 적어 놔야겠습니다.

어디 가서 세차라도 힘차게 한 번 하고 정신 차리렵니다.

 

긴 잡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