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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스쿨에 와서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어제는 '운전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면.. 오늘은 '운전이 이렇게 위험한 일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한계상황 (물론 현재 제 자신의 한계죠..)에서의 공포와 싸우는 것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요.. 레이스를 하시는 모든 분들이 참 존경스러워집니다.
이틀째로 접어든 오늘, 오전 강의는 다운쉬프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몇 가지 새로운 사실.. '다운쉬프트로 인한 엔진브레이크는 단지 byproduct일 뿐, 브레이킹은 전적으로 브레이크에 의존해라'. '엔진 브레이크가 목적이 아니니, 시퀜셜 시프터가 아닌 이상 5단 -> 2단 등 스킵 쉬프트를 해도 무방하다. 다만, 그럴 경우 변속 실수를 하면 큰일 날 수가 있으니 알아서 주의해라'... 뭐 이런 얘기와 오른발의 위치, 무릎 사용법 등에 대해 설명한 후 학생들을 소몰이 하듯이 트랙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오전 오픈랩 세션은 프론트 스트레이트에 Stop Box를 설치해 놓고, 1랩 주행한 후 Stop Box에 정지해서 2번, 6번, 8번, 9번, 11번 코너에 위치한 인스트럭터들의 피드백을 무전으로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오후 세션이 정말 무섭더군요.
오후 강의는 트레일 브레이킹과 그로 인해 차를 회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말로만 들어본 트레일 브레이킹. 오늘 연습 중 어쩌다가 성공했던 경험을 되짚어보면.. 뭐랄까.. 뒤가 흐르는 듯 하면서도 오버스티어까지는 아닌.. 엉덩이가 간질간질한 그런 느낌이었네요.
역시 1시간의 오후 강의 후 곧바로 트랙으로 나갔습니다. 이제부터는 1랩을 주행한 후 10번 코너에 설치된 Stop Box에 완전 정지해서 인스트럭터의 피드백을 받고 다시 1랩을 도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트레일 브레이킹 테크닉이 특히 필요한 11번 코너와 2번 코너에 인스트럭터들이 상주하면서 학생들의 운전을 살피고, 트랙을 한바퀴 돌아서 10번 코너의 Stop Box에서 무전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끔 트랙 세팅을 해놓았습니다. 또 다른 점은 전 코스에 걸쳐 4단 4500rpm 최고속도로 봉인되어 있던 어제 및 오전과는 달리, 오후 세션은 11번 코너에서 2번으로 이어지는 프론트 스트레이트에서는 무제한 (4단 플랫아웃)으로 달려야만 했습니다.
11번 코너에서 2번까지 플랫아웃. 이것이 지금까지 운전하면서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미아타가 이정도면.. 다른 더 빠른 차들은 도데체 어쩐다는 것인지?? 11번 코너를 탈출해서 1번코너를 향해 약간의 블라인드 업힐을 올라가면 크레스트 직후에 또다시 블라인드 에이펙스가 나옵니다. 크레스트 직후부터 이미 마음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집니다. '아.. 이러다가 무슨 일 나는거 아닌가?' 이런생각이 스멀스멀 밀려오면서.. 2번코너 브레이킹 포인트를 표시해 놓은 초록색 파일런을 향해 계속 질주합니다. 처음에 저는 너무 무서워서 브레이킹 포인트 한참 전에서 브레이킹을 시작했습니다. 두려운 나머지 시선처리도 잘 되지 않아 턴인포인트도 놓치고.. 그나마 브레이크를 세게 잡았기에 다행히 코스아웃은 면했고요.
약 6-7 랩을 돌았는데.. 트레일 브레이킹을 성공시키고 코너를 공략해도, 무서움이 가시지 않더군요. 두려움을 꾹 참고 2번 코너로 질주하는 것이 정말 오늘 머리 속에 남은 모든 것이었네요. 내일 아침부터는 Stop Box도 없고 전 코스에 걸쳐 최고속도가 해제되는데, 11개의 코너에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착찹합니다.
-_-; .. 캘리포니아에 와보니 선글라스는 패션아이템이 아닌 생필품!!!
본인과 함께하고 있는 "Big Guy Special" No. 2. 본인이 허리가 길어 -_-; 앉은 키가 큰 만큼 운전석 의자가 밑으로 푹 꺼져 있는 차량입니다. (옆차와 운전석 높이가 비교되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헬멧이 롤바 위로 튀어나온 답니다...
Big Guy Special의 실내. 운전대는 탈착식이고.. 5점식 하네스.. 창문 네트.. 달릴 것은 다 달려있습니다. 문은 열리지만 롤케이지 때문에 타고 내리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그래도 미러는 자동이고^^. 라디오는 달려있지만 스피커가 없으니 말짱 헛거..
Danny 형님. Dinan이 대박 튜닝한 E60 M5를 가지고 계십니다. 부럽삼.
또다른 Danny인 Dan 형님.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오신 말수가 적고 조용하신 분. 그 뒤에는 19살 Erica양. 그리고 인스트럭터 중 한 명인 Greg. 세션이 끝나고 이렇게 전체적인 평을 한 명 한 명에게 해줍니다.
에리카양과 그의 아버지인 Mark씨. 저들이 입고 있는 고릴라표 본드의 정체는??? 알고보니 Mark씨가 고릴라표 본드 주인이시랍니다. 유명회사 포스에 걸맞지 않는 소탈하고 맘씨 좋은 시골아저씨 마크씨.. 저들이 타고 온 차는 CL63.. 간지 대박. 그 옆에 덩어리 아저씨는 Wayne 형님. 초 레어 아이템인 2004년형 순정 터보미아타를 소유하고 계심. 그리고 인스트럭터 Rene. 르네는 ALMS 현역 드라이버..
노란옷의 Roger씨. 지난 8년간 오픈로드 레이싱(!)에 참가해오신 역전의 노장. 올해 오픈로드 레이싱에서 은퇴하셨답니다. 자신의 차는 GT3로, 아리조나 오픈로드 레이스에서 190mph으로 도로를 질주하셨다는... 스킵바버 스쿨은 bucket list의 하나로 참석하셨답니다. 가운데 파란 옷은 호주에서 온 Andy군. 전문 파도타기 선수. 다들 뭐 한가닥씩 하는군요. 그에 반해 본인은 그저 MBA candidate일뿐...
스킵바버 스쿨의 미캐닉인 Abe의 전용 포뮬러 마즈다. 제일 위에 있는 사진 속 "I drive flat out!"은 바로 이 차 리어윙에 붙어 있는 글귀. 차의 별명은 Double Deuce.
마지막으로.. 6번 코너 탈출 장면을 마샬 포스트에서 찍었습니다. 6번 코너는 고속코너로, 에이펙스 이후 급경사가 이어집니다.

6번 탈출 연석구간에 있는 파일런은 탈출시 지향해야 할 지점으로 표시한 것인가보아요? 계속해서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myth)과는 달리 타이어의 그립과 브레이크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엔진브레이크의 역할이 거의 미미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그러한 점을 재확인할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예.. 대부분의 코너에 턴인 포인트랑 에이펙스, 그리고 트랙아웃 포인트를 저렇게 표시를 해놓았습니다. 4번과 6번코너에는 턴인 포인트 전에 maintenance throttle 적용 지점도 표시를 해놓았고요. 특히 사진의 6번코너는 상당히 위험한 코너라 인스트럭터가 언제나 상주하고 있는 코너입니다. 저 많은 스키드 마크는 대부분이 턴인 포인트가 너무 빨라서 생기는 거라는데, 앞 쪽에 있는 마크 들은 에이펙스 직후 가속페달에서 발을 때면서 생기는 트레일링 스로틀 오버스티어 때문에 생기는 거라하고.. 트랙아웃 포인트 보다 뒤쪽에 있는 스키드 마크는 그라벨 피트에 바퀴가 빠져서 당황한 나머지 급격한 스티어링조작 때문에 미끄러지는거라 하네요. 어느 쪽이든 인필드쪽 타이어덩어리들과의 미팅은 확정...

그란투리스모에서 6번코너 오르막과 7~8로 이어지는 내리막코너..
너무 어려웠습니다.
실제론 더 하겠죠. ^-^
소중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유명세로는 cockscrew가 제일이지만, 실제로는 다들 1번 코너를 제일 무서워 하더군요. 1번 코너 언덕을 넘은 직후부터 슬슬 2번 헤어핀 선회를 준비해야 하는데, 일단 언덕이다 보니 보이지도 않는데다 헤어핀 코너를 준비하는 딱 그부분부터 언덕이 내리막으로 바뀌다 보니 앞바퀴 하중이 많이 빨려서 조향도 제대로 되지 않고... 아직까지 시뮬레이터에서는 이런 부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1번 코너는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됐었습니다. 차간 간격도 상당히 벌어져 있고, 미아타 스펙 레이서로는 폭풍치는 날에 플랫아웃으로 지나가도 전혀 문제없는 곳이라고 말하더군요. (물론.. 몸으로 느끼는 바는 그게 아니던데..^^;) 저는 가장 힘들었던 것이.. 1번코너 에이펙스를 지난 후 2번코너 브레이킹 숫자판 (3..2..1 이거) 직전에 redirection point라는 파일런이 있었습니다. 1번 에이펙스에서 파일런이 있는 커브까지 직선으로 (아니면 약간 곡선) 돌진하다가, 그 지점에서 2번코너 첫번째 에이펙스에서 차 폭 하나 벗어난 곳을 향하도록 차를 선회시키고 3번 숫자판을 지난 직후 threshold braking으로 돌입하는 것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김한준님께서 정확히 표현해 주셨다 싶이 저도 정말 1번 코너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ㅎ
코크 스크루의 경우 '쫄지 말고' 스로틀을 열어서 후륜에 하중을 꾸준히 실어 나가면 딱히 무서울게 없는 "재미있는" 코너인데 반해, 코너 같지도 않은 1번 턴은 말그대로 ㅎㄷㄷ 이었습니다.
'혹시 언덕 넘어 스핀한 채 마주보고 있는 차는 없을까?'에 대한 걱정도 있고, 꽤 높은 종속에서 내리막을 내달리며 헤어핀을 준비하며 브레이크를 물고 턴인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엄청났던걸로 기억합니다 ~ㅎ
몬터레이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 근사한 트랙, 알찬 교육내용 모두 부럽습니다! ㅎ
참가하신 분들 전부 열정도 대단하고, 다 부자이신 것 같네요!
인스트럭터도 현직 레이서라니 진짜 한번 참가 해보고 싶습니다~~!
수동 5년 넘게 몰면서 주변에 수동 모는 사람도 없고, 드라이빙에 열정이 있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제대로 수동을 다루고 있는건지, 제대도 된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고 있는건지 배울겸 라구나스쿨 알아봤는게.. 학생신분인 저에겐 엄청난 가격.. 하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가격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밤에 잠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보면..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단 차량 유지비 걱정을 안해도 되고요.. 스킵바버 3-day 스쿨이 $3,500인데 반해, 다른 곳에서는 자신의 차량으로 하는 하루짜리 스쿨이 (제가 알아 본 것은) 약 $700에서 $900 정도 였습니다. 그러면.. 거기에다가 타이어 값, 브레이크 패드, 차량의 감가상각 등등등 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쪽이 경제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인스트럭터들의 경험과 수준이 아주 높았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많았습니다.

첨 그란 즐기기 시작할 때 맨날 5번 6번 코너에서 우측 모래밭으로 빠졌던 기억이... ㅋㅋ
1번 코너에서는 언더나서 쭈~~욱 밀리고... ㅡ.ㅡ;;
(첨 그란 할 때 너무 신나서 막 밟고 그랬었거든요... ㅋㅋ)
사진으로보니 더 실감나네요...
부럽습니다... ^^
그란 투리스모 게임할 때에도 느꼈었지만, 참 변화무쌍한 트랙입니다.
좋은 경험하고 계셔서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