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죄송합니다.... 아직 30대 초중반인데 이런 얘기를..) 느끼는 거지만, 10대 정도였을 때 가졌던 기억이나 감동이 가장 오래가는 듯 합니다. 그래서.. 아마 저 정도 나이가 되시는 많은 분들이 페라리 테스타로사나 쿤타치 LP5000S (아마 저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분들은 LP400을 더 기억하실 듯 합니다)같이 10대 였을 때 보고 감동받았던 차들을 "내 맘 속의 드림카"라고 마음 속에 품고 있는지도 모르죠.

 

차를 좋아했지만 중학교 전에는 차종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 못했던 편입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 때 가지고 있었던 RC카 (본격적인 것이 아니고, 완구 수준의 RC..)들이 Dome-O와 SA22C RX-7 사반나, 페라리 데이토나 스파이더가 생각나는군요. 그리고 핫휠이나 매치박스 미니카들도 저와 형에게 큰 놀거리를 제공했죠. 특히나.. 매치박스의 A60 셀리카가 가장 기억이 남네요. 그 때는 차종을 몰랐지만, 지금까지 모양이 생각날 정도로 제가 아주 좋아하는 미니카였습니다.

 

요즘 시간 때우기로 자주 하는 것이 바로 이베이에서 제가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장난감 자동차를 찾는 일입니다. 꼭 구입을 하려고 찾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에 저의 향수를 자극하는 물건을 이베이에서 우연히 봤고, 과거의 기억에 젖어 바로 구입을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이 물건입니다.

 

 

LEGO Technic 8860입니다. 뭔가 다 조립이 안된 것 같은 모습이지만.. 저게 완성품의 자세입니다. 제가 국민학교 1학년 때인가 (1984년 정도?) 아버님께서 해외출장 중에 선물로 사가지고 오신 물건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로서는 엄청난 디테일에 감동하면서 밤잠을 설치며 조립을 했던 레고입니다. 물론 요즘 레고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도 나오고.. 페라리 F1도 나오니 지금 레고 테크닉 시리즈와 비교하면 엄청 투박한 제품입니다.

생긴 건 이렇게 생겼어도 수평대향 4기통엔진에 3단 트랜스미션, 스윙암 액슬 서스펜션 등이 장비된 녀석이지요.

 

하이라이트인 수평대향 4기통 엔진. RR레이아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스바겐 비틀을 연상시킵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배전반 방식의 점화계통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엔진 위에는 발전기인지 수퍼차저인지 모르는 빨간 박스가 놓여있고요. 그리고 노란색 머플러..

 

엔진 바닥을 뜯어보면 크랭크축과 커넥팅로드가 모두 보입니다. 이렇게 생긴 크랭크축을 flat-pane방식이라고 하던가요? 그런데.. 지금 사진에는 크랭크축이 큰 부하를 받아 휘어 있네요 --;;. 가만보니 아무래도 제가 조립하면서 부싱 하나를 빼먹은 것 같습니다.

 

엔진의 아웃풋 샤프트는 엔진앞에 연결된 3단 트랜스미션으로 이어집니다. 거기서 다시 엔진과 트랜스미션 사이에 위치한 디퍼렌셜로 동력이 전달되는.. 복스바겐이나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에서 사용하는 그것과 같은 설계이지요.

 

위에서 본 트랜스미션의 모습. 현재 1단이 연결되에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은 2단이 연결된 상태. 위 사진과 비교해보면 기어셋이 앞 쪽으로 옮겨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사용하는 싱크로메시 - 콜라 방식의 트랜스미션은 아니고.. 옛날 옛날 사용하던, 기어 자체가 움직이면서 단수를 바꾸는 방식입니다. 완벽한 회전수 매칭 없이는 변속이 불가능하다는..  운전석 의자는 촬영을 위해 최대한 앞으로 밀어 놓은 상태입니다. 이것도 다 레버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변속 레버입니다. 지금은 1단에 들어가 있는 상태지요. 실제 차량이나 레고 차량이나 튜닝하고픈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그래서 나름 튜닝한 것이 변속 레버 앞에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의자의 복잡한 각도조절 시스템이 보이시는지? 1980년 대에 나온 레고 치고는 정말 대단합니다.

 

고속에서 뭣같은 핸들링을 자랑한다는 스윙암 액슬 서스펜션.

 

조향장치 역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특히 스티어링 로드의 세밀한 아티큘레이션이 가능합니다. "계기판" 역시 과거에는 없던 튜닝부품 중 하나. 

 

의자의 조절폭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아래쪽에 있는 작은 기어로는 의자의 앞/뒤 위치조절이 가능하고, 그 위에 있는 약간 큰 기어로는 등받이 각도가 조절됩니다.

 

아무래도 수퍼차저라고 달아 놓은 듯한 정체불명의 빨간박스. 전체적인 색깔 배합은 건담 같기도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볼품없는 모습은 매 한가지입니다만, 기계적인 면에 있어서 그 디테일은 지금 봐도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모델입니다. 요즘 나오는 레고 테크닉 제품은 구입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모델의 구성이 수평대향 4기통 RR레이아웃이다보니 요즈음은 레고 블럭을 사모아서 복스바겐 비틀의 바디를 만들어 씌어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실행에 옮겨질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나이는 들어도.. 마음은 언제나 1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