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일 눈 동그랗게 뜨고 글만 읽고 가는 김용훈이라고 합니다.


요 밑에 서대현님께서도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하신 글을 쓰셨는데요,

저는 비오는 금요일 밤 주행 중 음주운전 차량에 후방 추돌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당시 동승자도 있었는데 다행히도 아무런 부상은 없습니다.

가해차량은 구형 산타페이고, 제 엘리사 운전석쪽 후방 범퍼를 추돌하고는 

그대로 밀고 나가서 테일램프 깨트리고 뒷쪽 팬더를 누르는 것도 부족해서 고이 접어놓으셨습니다.


사고 순간 왼쪽 후방 카메라 통해 거동상태를 보고서 음주운전 차량임을 직감했습니다.

차량을 나란히 갓길에 대고나서, 가해자가 다가옵니다.

다가오더니 '자기가 잘못했으니까, 한 번 봐달라!'하고는 팔을 부여잡습니다.

비가 갑자기 더 퍼붓고 알콜향기는 진동을 합니다.

트렁크에서 장우산을 꺼내 씌워드렸습니다.

수리비+20을 주신답니다. 쓴 웃음이 나옵니다.

수리비+100 주신답니다. 또 한번 웃으니 수리비+200을 제시하네요.

그러면서 자신이 장안동에 아는 공업사 있으니, '야매'로 수리 싹다 해주고 나머지 주신답니다.

"야매..야매..야매.."

머릿속에서 그 단어만 메아리칩니다.

그렇습니다. 그분께는 제 차가 X차로 보였나 봅니다.

심기가 불편해져서 가해자께 말씀드렸습니다.

"뒷팬더는 교환시 사고차로 분류됩니다. 

보시다시피 이 차량은 사고차로 분류되면 진짜 X값 됩니다.

아저씨가 그에 대한 것을 부담해주시면 저도 신고 않겠습니다."

가해자가 차값이 얼마냐고 묻습니다. 

대충 시세 말씀드렸더니, 웃기지 말랍니다.

순간 '그래도 2.7이예요~!!' 간곡히 설득하고 싶어집니다.

차량 시세는 뭐 당연히 기대 안하고 말했던 것입니다.

끝까지 수리비에 200 밖에 못 주신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이체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냥 가고 내일 주신답니다. 수리도 나중에 해주신답니다.

저는 사람 잘 못 믿고, 지금 당장 주시지 않으면 경찰서 연락한다고 했습니다.

젊은 사람이 참 빡빡하게 군다면서, 왜 그렇게 사람을 못 믿냐고..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고 합니다.

음주운전 사고 내신 분이 자기를 믿어달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보험사에 사고 접수도 안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위에 적어놓은 대화를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비는 그칠줄을 모릅니다. 가해자는 휴대폰을 든 제 손을 잡고 놓지를 않습니다.

딱하긴 하지만 112에 전화를 하고 상황 설명을 했습니다.

전화 끊고 나니 가해자가 짠하기도 하고 몹시 후회가 됩니다.

가해자가 어디에 전화한거냐고 묻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니 아까까지 그 간절했던 태도가 싹 바뀝니다.

젊은 사람 -> 젊은 놈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때리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차량 동승석 근처로 가더니 다량의 방뇨를 하시고, 

생수통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을 보니, 내리는 빗물을 모조리 다 마셔버릴 기세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희석'을 원리를 제대로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는 왔다갔다 하면서 많은 말씀을 하시고, 저는 가끔씩 대꾸해드렸습니다.

제 보험회사 연락하고, 자차 안넣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좀 있다 경찰차량이 도착했습니다.

경찰분 창문만 빼꼼히 열더니, 접촉사고면 둘이 알아서 끝내고 그냥 가랍니다.

그래서 쩌 아저씨가 운전하는게 이상하더라 했더니 경찰분도 알아차리고 내릴려는 시늉을 합니다.

그러면서 나보고 우산 잘 받히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십니다.

'뭐 나보다 어른이시니깐~' 그냥 잘 삭힙니다. 

우산 잘 받혀드리고 네명이서 원을 그리며 섰습니다.

경찰분들 인근 도난 사건때메 막 바쁘다면서 현장 합의를 강력히 권고합니다.

음주 측정기 대지 않는 이상 음주 운전으로 처리할 수 없으니 빨리 합의보랍니다.

대한민국 경찰에겐 수사권이라는 권리가 있었나 잠시 의아해합니다.

경찰도 도둑놈 보면 무조건 잡아가야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가해자가 +200을 다시 제시하고 +300까지 올라갑니다.

순간 혹해져서 그럼 '당장 이체'를 강력하게 외치니,

그건 어렵고 여기 경찰분들이 증인일테니 반드시 내일 준답니다.

경찰분들 손사례를 칩니다. 자기들은 모른다고...

몇번 말이 더 오가고 그 분은 경찰차에 태워져(음주측정도 안했는데) 경찰서로 가셨습니다.

경찰서에서 음주 측정을 하니 혈중알코올농도 0.122로 현장 체포됐습니다.

소주 반병을 드셨으며, 집에는 절대 연락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지금 사정이 있으니 보험 사고 접수도 내일 하겠다 하고..

경찰분들 친절하게도 그분 부탁을 다 들어드립니다.

당장 사고 접수 하게 하시라고 강력히 외쳐도, 경찰분들 밤이 늦었으니 양해를 하라는 말만 합니다.

가해자분은 흘깃흘깃 저를 쳐다보면서 그거 먹고 떨어졌으면 나도 좋았을거 아니냐는 말을 계속 합니다.

진술서 다 작성하고 보니 한시간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가해자는 월요일 방문조사 받게 될 것이라면서 귀가조치되었습니다.


집에 오니 새벽 2시가 다 되어갑니다.

찌그러진 제 차의 왼쪽 엉덩이를 보니 머리속이 복잡해집니다.

다음날(어제 토요일) 가해자에게 전화를 해서 사고접수 했냐고 물어보니 

부인 명의로 보험을 들어놓아서 나중에 한다고 합니다.

현재 종합보험 가입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자차도 안들어서 제 보험사에서 보상받기도 불가능할테고...

접힌 팬더를 교환하게되면 사고차로 분류될 것인데, 

판금을 할 수는 있을지, 판금하면 모양이 잘 나올지...

한 주 후면 추석연휴인데..참 복잡하기만 합니다.

이상 후방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한 사람의 넑두리였습니다.

회원 여러분은 이런 경험 부디 하시지 말기를..2010091118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