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해동안 미국 현지에서 시승해본 차들중 가장 인상적인 차는 다지 차저  폴리스

비클이었습니다.  일선배치된 경찰차량이 아니라 Motor Press Guild의 트랙데이에 나온

시승용으로 한 랩이 2.5마일인 윌로우 스프링스 레이스웨이에서 3랩을 몰아본 것이 전부였던

짧은 시승이었지만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차였죠.

고작 3랩만 돌아본 것으로 차의 특성을 다 파악할 수도 없을뿐더러 시간으로 보아도 5분

내외의 시승이었지만 보통 때라면 시승기회를 가질 수 없는 경찰차라서 그런 재미를

느꼈나봅니다.  저같은 일반인이 경찰차를 탄다면 아마도 운전석이 아니라 수갑을 찬 채

뒷좌석에 앉을 것이기 때문이죠. 미국은 주경찰(State Police), 보안관(Sheriff),

지역경찰(Police)로 세분화되는데 주경찰은 주의 전 지역을 관할합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CHP(California Highway Patrol)이 주경찰의 업무를 수행하죠.

보안관은 각 카운티를 관할하며 지역경찰은 각 도시 별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체 경찰력을

갖추지 못한 소도시는 보안관의 관할구역에 포함됩니다.   현재 각 경찰과 보안당국의

주력차종은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입니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크라이슬러가 미국

경찰차와 택시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적이 있었죠.

크라이슬러는 50년대 헤미 엔진을 사용한 풀사이즈 세단을 통해 고성능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경찰차의 경우 추격전을 대비한 고성능뿐만 아니라 권총, 수갑, 경찰봉 등을

허리띠에 매단 경찰관들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승하차성, 그리고 가종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넓은 공간 등을 필요로 합니다. 각 주나 지역 경찰마다 자신들의 기준을 가지고 경찰차를

선정하고 있는데 캘리포니아의 경우 1950년대 중반까지의 CHP 순찰차들은 대부분이

다지였고 간간히 머큐리 차종이 섞여있었으나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카' Cars 에 나온

보안관은 49년형 머큐리였죠) 58년부터 전량을 다지에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1969년 다지 폴라라(Polara)는 90년대 시보레 카마로가 고속추격전용으로 도입되기 전까지

가장 빠른 경찰차량이라는 기록을 지켰을만큼 당시 크라이슬러의 성능에 대한 명성은

탄탄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다지 폴라라 이외에도 플리머드 새틀라이트, 다지 코로넷등의

차종으로 경찰차 시장을 파고들었으며 70년대부터 모나코와 퓨리가 주력차종이 되었죠.





위 동영상은 영화 The Blues Brothers의 추격전 장면으로 주인공의 차는 퇴역한 74년식

다지 모나코 C 바디 입니다.  다지 모나코와 그 형제차인 플리머드 퓨리는 포드 LTD와 함께

경찰차로 인기가 높았죠.  C 바디 모나코는 영화 Blues Brothers 덕분에 Blues mobile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70년대 불어닥친 유류파동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는 경찰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지 모나코는 77년 C 바디보다 조금 작은 미드사이즈급 B 바디로

풀모델체인지 되었습니다.



8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TV 경찰물 T. J. Hooker (우리나라에는 후커와 로마노라는

이름으로 방영) 의 첫시즌 인트로에 등장하는 경찰차는 모두 B 바디의 다지 모나코입니다.

B 바디 모나코는 저 당시를 배경으로 한 액션물에 많이 등장한 차이기도 합니다.

다지 모나코는 80년대 초반까지 주력 경찰차로 애용되었죠.  

다지가 모나코는 디플로매트라는 각진 미드사이즈 세단이에게 바톤을 넘겨주었습니다.



위의 동영상은 영화 Short Time 의 자동차 추격전 장면입니다. 1990년작으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라는 제목으로 국내 상영되었죠.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인 데브니 콜먼은 건겅검진 기록이 바뀌어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고 잘못 알게

됩니다.  평상시 몸사리는 형사였던 그는 업무중 사망일때의 보험료가 가장 많기때문에

시한부로 죽기보다 업무중 사망하고자 일부러 위험한 업무에 제일먼저 뛰어들죠.

나중엔 건강검진 기록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만... 아무튼 그 중간과정에 겪는

카체이스입니다.  여기에 등장한 데브니 콜먼이 모는 자주색 세단과 경찰차들이 다지

디플로매트입니다.  (시보레 카프리스도 두대 보입니다만..)



당시 크라이슬러는 다지 디플로메트와 아스펜의 형제차를 제외하면 후륜구동 승용차를

라인업에 유지하고 있을만한 여유가 없었죠.  풀사이즈급인 St. 리지스를 단종한 이후

M 바디의 차종인 다지 디플로매트/플리머드 그랜드 퓨리/크라이슬러 뉴요커가

크라이슬러에서 생산하는 가장 큰 세단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다지 디플로매트와 그 형제차들을 끝으로 후륜구동 승용차를 단종하고 93년부터

LH 플랫폼의 미드사이즈 전륜구동 승용차를 출시하면서 경찰차와 택시시장을 GM과 포드에게

내주었죠.  크라이슬러는 2002년 다지 인트레피드 폴리스 버전을 출시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4%에 그쳤고 이듬해 단종되었습니다.



위 동영상은 93년작 영화 Striking Distance로 도입부의 추격전에 등장하는 경찰차는 시보레

카프리스, 도주차는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입니다.  영화속의 시보레 카프리스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생산된 2세대 모델이며 크라운 빅토리아는 79년부터 생산된 바디스타일이죠.  

두 차종 모두 91년 풀모델 체인지 되었습니다.






영화 식스티 세컨즈 (Gone in 60 Seconds)의 추격전에 등장하는 경찰차는 91~97년식

크라운 빅토리아입니다.  97년까지의 크라운 빅토리아는 당시 포드의 히트작이었던 토러스와

비슷한 둥글넙적한 스타일링을 가지고 있었으나 98년 외관이 크게 바뀌었죠.

96년 GM이 풀사이즈 후륜구동 승용차인 시보레 카프리스, 뷰익 로드마스터를 단종시키면서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는 이 카테고리에 남아있는 유일한 차가 되었습니다.



위의 동영상은 포드 머스탱 쉘비 GT의 광고입니다.  이 화면에 등장하는 경찰차가 현재

시판중인 형태의 크라운 빅토리아죠. 2002년 포드는 크라운 빅토리아의 외관은 그대로 둔 채

내용을 알차게 다듬었습니다.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는 링컨 타운카와 함께 바디 온 프레임

구조의 승용차인데 2002년 프레임을 새로 손질하면서 제조공법도 일반 프레스 방식에서

하이드로포밍으로 바꾸었죠.  


시보레 카프리스의 단종 이후 경찰차와 택시 시장을 독점해온 포드에게 나타난 강력한

도전자 다지 차저의 행보가 상당히 기대됩니다. 수년전 CHP에서는 볼보를 차세대 경찰차

후보로 올려두고 다방면의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는데 터보차저의 관리문제와 실내공간,

유지비, 그리고 EVOC(Emergency Vehicle Operation Course) 교관들이 전륜구동차를

운전하는 고속추격전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 등으로 인해 채택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지 차저는 유럽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면서 경찰차 시장에 맞는 폴리스 패키지를

준비하여 곧바로 경찰당국이 채택하면 곧바로 탁송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고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 경찰차로 채택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소 험상궂은 차저의 얼굴은 경찰차로

변신한 뒤 그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외관은 경광등, 차체도색, 그리고 휠캡을 씌우지

않은 스틸휠 등을 제외하면 일반형 차저와 별 차이가 없지만 인테리어는 많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라면 변속레버의 위치죠. 무전기와 경광등/사이렌 제어판 등을 센터콘솔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플로어 시프트가 아니라 컬럼시프트를 장비하고 있습니다.  

센터콘솔은 각종 장비를 고정할 수 있는 범용마운트로 마감되어 있는데 시승한 차에는

경광등 컨트롤러만 달려있었습니다.   경찰관이 앉을 앞좌석은 통풍이 잘되고 잘 미끄러지지

않는 직물 소재인 반면 체포된 용의자가 앉을 뒷좌석은 청소가 쉬운 비닐입니다.  

우연히도 다지 차저 폴리스 버전을 타보았을 무렵이 다지 차저 데이토나 R/T 시승차를 타고

있을 때였습니다.  덕분에 같은 조건에서는 아니었지만 일반형 차저의 마일드 고성능 버전과

폴리스 버전을 어렴풋이 비교해 볼 수 있었죠. 다지 차저 이외의 크라이슬러 LX 플랫폼 차들중

시승을 해본 차종은 크라이슬러 300C 일반형과 AWD, 다지 매그넘 SRT8 이었습니다.  

이중 다지 매그넘 SRT8은 420마력을내는 6.2리터 고성능버전으로 강한 출력에 어울리게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도 충분히보강된 차종이므로 SRT버전은 일반형과 성능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열외입니다만......  다지 차저 폴리스 버전은 SRT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탄탄하게 조율된 서스펜션 덕분에 다지 차저 데이토나 R/T에 비해 롤이 적고 언더스티어도

조금 더 억제되어 있습니다.  트랙의 매끈한 노면상태로는 일반도로 주행상황과 비교를 해

볼 수 없기 때문에 승차감의 차이를 확연히 논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언덕구간을 타고 넘을 때의

바운스를 보면 지나치게 단단한 느낌은 아니더군요.  340마력을 내는 5.7리터 HEMI V8엔진을

통해 0->60마일 가속 6초, 최고속도 230Km/h의 동력성능을 자랑합니다.

5단 AT는 수동모드를 지원하는 오토스틱입니다.  수동모드는 컬럼시프트 레버 끝단 가까이

장착된 스위치를 통해 조작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플로어시프트의 오토스틱보다는 오른손의 동선이 확실히 짧기는 해도 스티어링 휠의 뒷면에

패들이 장착된 방식보다는 확실히 불편합니다만 익숙해지면 괜찮을 듯 하네요.

동력성능이나 핸들링에서는 지금껏 경찰차 시장을 독점해온 크라운 빅토리아를 압도합니다.
  
많은 경찰차들이 곧바로 다지 차저로 옮겨가지는 않겠지만 라이프사이클이 다 돼가는

크라운 빅토리아의 후속모델이 어떤 성능과 기능을 보유하느냐에 따라 경찰차 시장이 다시

과거처럼 크라이슬러 독주체제로 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셈이죠.  

짧은 시승이었지만 몇 년 후 개봉될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다지 차저가 도주차를 추격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은 충분히 가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