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개학을 했어도 꿋꿋이 놀러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나스카를 보러 갔다 오고.. 이번 주는 랠리크로스를 보러 갔습죠. 이제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ALMS랑 인디카만 보면 미국에서 열리는 걸죽한 자동차 경주는 제법 다 보게 되는 것 같네요. 아.. 인디카는 시즌 마지막 경기를 TV로 시청했군요^^

 

암튼! 이번에 랠리크로스가 개최된 뉴저지 모터스포츠 파크(줄여서 NJMP)는 저번에 그랜드앰 / 롤렉스 시리즈가 열렸던 바로 그곳입니다. 다만, NJMP에는 트랙이 두 개인데, 롤렉스 시리즈가 열렸던 곳은 Thunderbolt 트랙이었고요. 랠리크로스는 Lightning 트랙에서 열렸습니다. 랠리크로스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겁니다. 유럽 (아니면 영국이라고 해야하나요?)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저는 PS3 게임인 DiRT2를 통해 조금이나마 익숙하다면 익숙한 경기.. 인가..?

 

저에게 있어서 이번 랠리크로스 최대 뉴스이자 관전포인트는 리스 밀란 레이싱의 현대 엑센트였죠. 과거 WRC에서 사용하던 엑센트를 그대로 가져와서 이번에 출전하게 되었다는데요. 올해는 그 차로 랠리크로스에 대한 감을 잡고 내년에 완전 신차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랠리크로스에는 으례 컴팩트 해치백이 등장을 하니, 아반떼보다는 i30가 아닐지 나름대로 짐작을 해봅니다. 아니면 베르나일려나요?

 

경기는 토, 일요일 양일간에 걸쳐 열렸는데, 저는 일요일 본선을 보러갔습니다. 도착해보니 랠리크로스가 아직은 미국에서는 생소해서인지, 나스카나 롤렉스시리즈에 비하면 정말 한산했습니다. 인필드가 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포뮬러d보다도 관객이 더 적은 듯 하더군요.

 

                 인필드에 장을 친 벤더들의 모습. 가판대 숫자를 보면 레이스의 인기를 얼추 어림잡을만 한데.. 보시는 이게 다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레이스의 주인공은 드라이버를 포함한 그 팀들이겠지요. 그들이 경주를 함으로써 뭔가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마는.. 요즘 세상에 sustainability를 생각한다면 관중 동원능력이 중요한 요소니까요. 경영을 공부하는 학생이라 그런지 레이스 시리즈의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보수적인 미국에서는 레이스 시작 전에 언제나 애국가를 부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벌떡벌떡 일어나 경건한 자세를 취하지요. 위의 사진 역시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인데.. 아주 한산합니다.

 

같은 시각, 애국가를 부르는 바로 건너편 스바루 부스입니다. Travis Pastrana가 사인을 해주고 있는 터라 애국가 부르는 곳 보다 사람들이 더 북적입니다. 물론.. 외국인인 저는 바로 사인 받으러 갔습니다. 스바루가 거의 랠리크로스를 밥 먹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들 정도로 온통 스바루 판입니다. 부스도 가장 크고, 서포트 크루도 많고.. 패스트라나와 같은 스바루 랠리팀 소속인 Dave Mirra의 WRX는 한 세 대쯤 왔더군요.

 

유명 드라이버 트래비스 패스트라나입니다. DiRT2를 즐기면서 알게된 켄블락, 데이브 미라, 트래비스 패스트라나 중에 켄 블락은 이번에 참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락에서는 제 발끝만치도 못 오던 것들이.. 이렇게 실물을 보니 눈을 못마주칠 정도의 포스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 참고로 트래비스 패스트라나는 랠리 아메리카 4년연속 챔피언이고.. X게임도 여러번 우승을 차지했더랬습니다.

 

제가 보기에 규모 면에서 스바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판을 벌려놓은 리스밀란 레이싱입니다. 밀란 부스 앞에는 현대가 텐트를 쳐 놓고 제네시스 쿱 홍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얼른 티셔츠 한장을 받아놓고..

 

밀란 부스 옆에 주차되어 있는 말쑥한 제네시스. 레이싱팀 관계자 소유인지 현대 관계자 소유 차량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범퍼도 RMR제인것이 참 멋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있습니다!! WRC 엑센트. 옛날 자동차 잡지에서 캐스트롤 라이버리를 하고 달리던 모습을 본 기억이 납니다. 권규혁님과 통화하다가 이 엑센트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 경기 참가하기 불과 며칠 전에 영국에서 부터 공수해 왔다고 합니다.

 

2002년식이지만 나름 자세가 죽입니다.

 

"나 중립이오!!" 하고 소리치는 듯한 계기판.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Rhys Millen. 숫기가 없고 인간 친화력이 좀 부족한 저로서는 멀찍이서.. 흐흐.

 

한 켠에서는 누군가가 타이어를 커터칼로 죽죽 긋고 있었습니다. 일순간에 다른팀에서 온 프락치라고 판단,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습니다. "뭐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걸죽한 영국발음이 멋진 그의 말에 따르면, 커터칼로 칼집을 내는 이유는 고무를 부드럽게 하고 서로를 마찰시키게 해서 레이스 초반부터 발열을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날씨는 화씨 60도 중반 (섭씨 16-20 도?)로 약간 쌀쌀했었죠. 통성명은 하지 못했지만.. 그는 영국에서 랠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으잉? 6분짜리 랠리크로스에도 스페어타이어를? 혹시 전/후 무게배분 조절용이 아닐려나? 해골바가지 옷 아저씨는 아까 그 커터칼 아저씨.

 

자.. 이제 다른 팀도 구경을 좀 가볼까하고 길을 나서는데, 아이들이 범퍼 쪼가리를 들고 좋아라 하면서 가고 있네요. 지금은 좋겠지만.. 저런거 들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한테 매 맞습니다.

 

Citroen C4가 눈에 들어옵니다. 엑센트처럼 WRC 차량이 아닌 본격적인 랠리크로스 차량인 것 같습니다. 라디에이터도 트렁크로 옮겨져 있고요.. 무게 배분 때문?

 

열심히 본선 경기 준비 중이십니다. 그런데.. 엔진이 좀 이상해 보입니다.

 

얼씨구야.. 엔진이 세로배치입니다. 라디에이터가 뒤로 간건 이것 때문인가?

 

아무리 옆구리에 큰 공기흡입구가 있다고 해도.. 바람이 라디에이터로 잘 들어갈까 괜히 노파심이 생깁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Tanner Foust의 Ford Fiesta입니다. 역시 라디에이터가 뒤에.. 그러면 이놈도 세로배치 엔진?? 사진은 못 찍었지만 역시 그랬습니다. 뭐.. 라디에이터의 위치와 세로배치 엔진의 상관관계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랠리크로스 차량들은 대부분 이런 셋업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유럽 랠리크로스에서 3번 챔피언을 해먹은 적 있으신 Jussi Pinomäki의 06년식 포드 피에스타입니다. 역시 엔진은..

 

세로배치군요.. 그러면 라디에이터는...

 

역시... 그런데 범퍼를 보니까 완전 새거입니다. 아까 자전거 타고가던 아이들이 들고가던 범퍼는 이차 것인 듯 하네요.

 

Andrew Comrie-Picard의 에보 IX입니다. ACP라는 별명이 붙으신 이 분은 랠리 아메리카 챔피언이고.. X게임에도 출전한다고 합니다. 메인 레이스에서는 한 바퀴 돌고 바로 들어오시던데.. 오늘은 일진이 안 좋으신듯.

 

Dave Mirra의 WRX를 손 보고 있는 중입니다. 차 앞뒤에 무슨 알루미늄 샤시 같은 것을 설치해 놓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봤더니 알루미늄 샤시에다가 저렇게 와이어를 걸어놓고 서스펜션 세팅을 체크하나 봅니다. 토인 / 아웃 각을 확인하는지, 연신 자를 들이대고 휠 앞뒤를 재고 있더군요. 

 

물론, 랠리크로스 역시 전문 레이서들만이 출전하는 대회는 아닙니다. 80년대 미국산 왜건에서부터 미아타 (얘는 레이스라고 하면 어디든 안 빠지는 것 같습니다), BMW, 아우디 등등을 타고 열정을 가진 일반인들이 2WD 부문에 많이 출전했습니다.

 

BMW 525i.. 소리를 들어보니 오토매틱 차량입니다.

 

날아라 센트라!

 

오른쪽의 240SX는 "Joker Lap"이라 불리는 코스로 더 멀리 돌아 나오고 있습니다. 랠리크로스는 6분동안 코스를 도는데, 그 중 한 번은 반드시 이 조커랩을 거쳐야 한답니다.

 

Dave Mirra의 점프.

 

리스 밀란의 조커랩.

 

정말로 '뻐지직~!"하는 소리가 나더군요. 소싯적 A4를 소유하던 저로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분은 연습주행 때도 범퍼 말아드시더니 본선에서도 해먹으셨습니다.

 

태너 파우스트와 트래비스 패스트라나의 주행.

 

데이브 미라와 리스 밀란.

 

데이브 미라와 리스 밀란 (조커랩)

 

태너 파우스트와 트래비스 패스트라나

 

이건.. 랠리크로스 보고 나도 필 받아서 고속도로 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