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도 되고 지나간 이야기중에 하나 끄집어 내볼까 합니다.


제가 97년 4월부터 근무하던 사무실은 경남 창원 XX리 소재의 육군 종합정비창
이었습니다.


간단히 부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엄청난 규모의 부지내에 6개 정도의
정비단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전차단, 차량단, 총포단, 통신단 등등이 있었구요.

말 그대로 당시로서는 최신형인 K-1(아직 120밀리는 없었습니다) 부터 6.25
당시의 전차까지 오버홀 정비를 수행하였고, 차량단에서는 2와1/2톤 및 덤프
닷지, K-111은 했는지 아닌지 좀 헷갈리고, 총포단은 자주포와 견인포 그리고
소총까지 정비를 했습니다.  통신단에서는 PRC-77부터 99K 같은 각종 휴대 및
대형 통신장비를 정비했습니다.  

부대장은 원스타장군에 차량이 없으면 부대내를 돌아다니는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넓은 최첨단의 부대였습니다.   정문 및 탄약고를 제외하면 외곽경계병이 없이 센서가
설치된 펜스와CCTV로 대부분의 지역을 경비했습니다. (엄청난 성능의 CCTV덕에
밀회를 나누던 불륜커플이 들통난것은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것으로 믿고...^^)



위에 써놓았다시피 전차단과 차량단이 있기 때문에, 차 전체를 해체하여 모든 부속을
신품으로 교환하고 도색까지 마치는 오버홀정비 이후에는 필수적으로 시험주행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부대내에는 세멘트로 포장된 시험주행로가 있었습니다.

제법 오래전 일이라 정확치는 않아도 전장 2킬로미터는 되었지 싶은데요 (K-1전차가
60-70킬로까지 가속할 직선주로가 있었으니까요)  

험로와 등판시험장도 있었구요.

전차나 대형 군용차량들이 늘상 시험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 차량이나 특별한
용무가 없는한 군승용차들도 출입이 제한받는 곳이지만,  저는 부대내 수사부대 파견반
사무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그런 제약에선 자유로운(허나 다른 병사들의 시선은
따가운) 입장이었습니다.


특이하게 사무실에 3-4명 계시던 수사관들이 차에대해 유독 민감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브레이크나 타이어가 이상하다던가 잡소리가 난다건가 할 경우엔 여지없이 저더러 가서
시험주행해보고 오라고는 했는데요, 그때마다 주행시험장에 차를 올려서 엔진아 터져라
하고 밟아댔던 기억이 납니다.


형태는 양쪽 대칭의구조로 마치 P 자를 2개 붙여놓은듯한 형태로서 직선주로의 끝에
헤어핀이 있고 거기서 다시 직선주로를 달린뒤 마찬가지 형태의 헤어핀이 붙어있는
구조였습니다.

대충 밟아도 백수십킬로 정도는 가뿐하게 내볼 수 있는 코스였고,  부대에 새차량이 지급되면
다른차량들하고 드래그를 뛰어주느라 바빴던 모습도 많이 볼수 있었습니다.

부대내에 3-4대 되던 아벨라차량들끼리 원메이크 레이스 비슷하게 달렸던 기억도 있구요
(지금생각하면 미친거 아닌가 싶네요, 영창갈라고...)


제대한 지금엔 두번다시 겪어볼 수 없는 경험이지만,  그때는 정말 아벨라델타(4도어 세단)
1.5  5MT 차량으로 타이어 닳는줄 모르고 거기를 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조금만 더 탐구정신이
있었다면, 더 많은 테크닉을 얻어나왔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끔 군용차량에서 떨어진 볼트나 너트들이 위험하긴했지만,  다른 소통차량이 없기때문에
공간도 확보되고 사용에 따로 허가도 필요치 않은데다 무엇보다 부대내의 많은 다른차들로
맘껏 달려볼 수 있었다는게 즐거웠던 기억입니다.  




대학시절도 그렇고, 군시절도 그랬지만, 요즘워낙에 주차공간이다 생활공간이다 부족하고
인구밀도도 높다보니,  탁트인 부지에 공간이 뻥뻥 남는 그런 시절의 추억이 새삼 새롭네요.

자동차 제작사 연구실에 계신분들도 많을텐데 괜히 재미도 없는 얘기를 쓴것 같네요.
그럼 점점 다가오는 봄시즌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