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의 근황인데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외곽순환을 달려 덕양, 일산 램프로 빠지는 그 순간..

제 코 앞으로 파란색 차량 하나가 순간이동을 하듯 휘청거리며 들어왔습니다.

급작스러운 조작으로 무리한 램프 진입 시도 차량을 피한 혼다 피트 우핸들 차량은 많이 놀라보였습니다.

음.. 어택 하겠군. 음..

멀찌감치 지켜보며 따라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피트 왼쪽 창문에서 슬그머니 손목이 나오더니 상하운동을 합니다.

화정, 일산 갈림길까지 다다랐을 때 (제 차량, 피트 모두 일산방향),

화정으로 내달리던 또라이 차량이 전보다 훨씬 과격하게 일산방향으로 꺾어버립니다.

어허.. 피트 내리겠군. 음..

저 역시 두 번이나 움찔했기에 약간 흥분된 상태였습니다.

 

또 한 번 휘청하며 피한 후 차로로 복귀하던 피트 후미를 그 또라이가 결국 밀어버렸습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은 아닙니다(?)만 그저 피트를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사고현장 앞으로 차를 대고 내렸습니다.

또라이께서는 나이가 꽤나 많으신 어르신이고 (깜짝 놀랐음),

왼쪽 창문에서 올라온 손이 운전자의 것인지 알았나 봅니다.

계집애가 말이야, 어쩌구저쩌구 그저 그런 흔한 멘트입니다.

(피트 운전석 남자: 오른쪽, 조수석 여자: 왼쪽) 전혀 중요치 않은 부분입니다만..

이 차는 우핸들 차량이고 내가 운전했수다, 설명은 하지만 못 알아먹는 눈치입니다.

그 뭐 설명하고 안 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내용이구만..

 

옥신각신 오래갈 것 같길래 제 전화번호 주고 목격자가 되어주기로 하고 왔습니다.

30분 후 고속순찰대에서 연락이 왔고,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줬습니다.

출두 명령까지 뜨면 응해주겠다고. 기꺼이.. 저도 한 입 제대로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중요한 건 이게 아닌데..

 

그렇게 마트에 들렀다가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백석 코스트코 부근 외곽순환 진입 전 가장 큰 사거리)

1번으로 신호를 받고 변속하며 나가려는데, 신호 꼬리를 무는 차량들이 쌩~하고 교차로를 빠져 나갑니다.

한 템포 쉬고 2단으로 변속하며 교차로 한가운데 진입, 엑셀레이터에 발을 올리려는 그 순간!!

저와 제 여자친구 눈 앞에 주황색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헉..

풀브레이킹을 치고 순간 잃었던 정신을 차려 왼편으로 스치는 숫자를 보게 됩니다. 9711..

이건 뭐, 함께 코너 빠져나오다 스핀해버린 엔트리 9711번 옆구리도 아니고..

 

그러는동안 신호는 어느새 주황불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제 신호 받은지 한참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차를 돌려 쫓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다가, 저희 둘은 몹시 당황하여 어안이 벙벙한 상태.

잠시 정차하여 9711을 검색합니다. 신성교통..

종점으로 전화를 합니다.

 

야이씹, 'ㅈ'으로 시작하는 단어와 동물을 비하하는 단어가 저도 모르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GPS 띄워서 지금 백석역 통과하는 삐~삐삐삐~삐~(자체 심의 ^^) 전화번호 불러!!

연신, 저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아, 알았으니까 그냥 대라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동응답기와 통화하는 딱 그런 느낌..

전화번호는 드릴 수 없습니다. 전화번호는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 종점에서 다 만나자. 딱 대기..

 

예전에 테드 가입하여 쓴 첫 게시글 때문에 제가 좀 난감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테고~ ㅎㅎㅎ

그래서 꾸~욱 참아봤습니다. (그때 언급됐던 그 여자친구와 동일 인물이기에 ^^)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아니 그럴 수는 없지만 뭐 어쩌겠어..

가만히 앉아 마인드 컨트롤 하는데 정확히 5분이나 걸렸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완전 고분고분하게) 이런 민원은 어떻게 처리하십니까? 대변인이 죄송하다고 하면 끝입니까?

뭐 듣자하니 GPS로 정확히 운전자를 파악했기 때문에 징계위원회에서 패널티를 준답니다.

아.. 그래도 면상대고 한 대 쥐어박고 싶다. 아..

알겠습니다. 그 패널티라도 꼭 주세요. 제발입니다..

그 패널티 효력이 대단하다면 노선마저 폐지되겠죠. 기사 대부분이 이러고 다니니..

 

그렇게 집에 도착하여 드러누웠습니다.

눈을 감으니 그 아찔한 상황이 다시 재현됩니다.

쾅..

정말 그대로 받혔으면 모든 게 끝났겠지..

거실서 엄마와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여자친구 모습이 보입니다.

아..

국산 소형차의 사이드/커튼에어백이 60km/h 이상의 속력으로 꽂히는 버스를 어찌 감당할까요..

아직까지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종점으로 가고픈 맘이 목까지 차오릅니다.

 

 

버스전용 중앙차로제가 시행된 이후 고양시 전역은 아주 살발합니다.

급행좌석이라는 이름의, 그 철로 만든 박스들은 정류장 3~5개 중 하나만 정차하기 때문에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은 기본, 통행량 많은 교차로들을 비상등 하나 올리고 무적 행세를 하며 달립니다.

비상등의 의미는 잃은지 오래입니다. 비켜라~ 말고는 뜻도 없습니다.

하이빔, 경적 따위도 없습니다. 오로지 풀타임 비상등 켜고 도심 곡예 레이스 중입니다.

같은 소속 버스끼리 마주치면 손도 올리고 경적도 울리던 모습 역시 사라진지 오래됐습니다.

약 쳐먹은 듯 눈 풀려서, 혹은 두 눈 부릅뜨고 앞만 보고 달리더군요.

무슨 알 수 없는 목적이라도 쫓는 넋나간 사람처럼..

 

누군가는 당해야만 하는 사고라면, 적어도 테드회원 주변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해낼 재간 없습니다! 주의 운전 꼭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숄더첵도 다 소용없습니다. 인지가 되었더라도 이미 사정권이겠죠.

매번 정차 확인까지는 어려우시겠지만 그래도 거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 무서운 무기에 여러분의 가족, 친구가 타고 있습니다.

그 무서운 무기 주변에서 여러분, 여러분의 가족, 친구가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바로 앞, 옆, 뒤에서..

 

 

2010-10-16 10_53_54.jpg 

2010-10-16 10_54_10.jpg

그래도 마무리는 아름답게~

(스탑퍼를 핥는 두 녀석ㅋ)

 

_Soul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