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A 에도 비슷한 '수입차 거품' 얘기가 있었는데 여기에 또 이런 류의 질문이 있네요.

일단은 기본적으로 이해하셔야 할 부분은 모든 물건의 가격은 '원가 + 적정마진' 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통상 제조업 쪽에 종사하셨던 분들이 이런 마인드를 가지신 분들이 많던데.. 원가가 얼마건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마진률은 나중에 계산되어야 더 맞다고나 할까요? 팔고 나서 계산되는 게 맞겠죠.

거의 2배의 가격차이가 종종 언급하신 것 처럼 Dealer 의 탐욕으로 비쳐지곤 하는데 가끔은 (한 1년에 한번씩은) 자동차신문이나 4대 일간지의 기자들도 번갈아가면서 마치 새로운 비밀을 찾아낸 양 거의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올려서 이젠 별로 댓글도 달기도 귀찮은 시점인데 테드에는 안 올라왔던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시험삼아 언급하신 USA 에서 Audi A6 3.2Q 를 대충 옵션을 한국처럼 넣어서 뽑아보겠습니다. MSRP 51500 $ 나왔습니다. 미국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차를 싸게 공급받는 나라일 것입니다. Volume 이 엄청나기 때문에 각종 다양한 할인과 혜택을 누립니다. 독일에서 생산되는 벤츠, BMW, Audi 등이 독일에서 미국보다 비쌉니다. 그 할인이 얼마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딜러의 영업이익은  under 5% 로 봅니다. A6 3.2Q 를 아우디코리아에서 5000만원에 한국까지 가져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를 CIF 가격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수입을 하면 A6 3.2Q 는 8%의 관세를 물고 난후 10% 의 특소세와 특소세의 30%의 교육세를 물어야 합니다. 따라서 아우디코리아가 그 차를 독일에서 가져와서 통관하기까지 비용은

5000만원 X 1.08 X 1.13 = 6120 만원

아우디코리아는 각종 런칭행사와 고객대상 행사 그리고 광고등에 비용을 쓰고 직원들에게 급여도 주고 빌딩 임대료도 내야 하니 10% 의 마진을 갖기로 하고 딜러에 마진 10% + 부가세 10%의 가격에 공급합니다.

6120 X 1.1 X 1.1 = 7450 만원이군요.

딜러는 7450만원에 공급된 A6 3.2Q 를 10%의 마진을 책정하여 팔기로 했습니다. 판매직원에게 1~2% 의 수당을 약속하고 개당 1-2만원하는 카탈로그도 수천개 제작하고 전시장 임대료도 내야하고 다른 임직원에게 급여도 줘야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우디코리아는 추가적인 전시장을 인접지역에 내기로 하였다면서 빠른 시일내에 투자를 더 하라고 종용하고 있습니다. 투자에 필요한 자금도 마련해야 겠습니다. 빨리 투자하지 않으면 다른 딜러사에 인접지역 전시장을 운영할 권리를 넘기겠다고 합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현재의 전시장에서의 판매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7450만원 X 1.1 (마진 10%) X 1.1 (VAT) = 9015 만원이군요.

750만원 남짓한 마진에서 차 떼고 포 떼면 얼마나 벌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넉넉치 않게 느껴지는데 이번엔 모델체인지를 앞두고 기존모델을 할인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아우디코리아에서 200만원을 아우디딜러에서 200만원을 각각 출혈하여 400만원의 할인을 해주고 판매직원에게는 특별수당도 100만원 책정했습니다. 후우.. 이렇게까지 팔아야 하나? 싶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기왕 시작한 사업..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해봅니다. 많이 팔리면 이 사업도 안정화 될거야.. 하지만 딜러사장의 바램과는 달리 볼륨이 늘어나면 대당 마진을 줄여나가는 플랜이 이미 서 있습니다.  

현재 A6 3.2Q 가 8천중반대인 걸 보면 제가 위에서 쓴 시나리오보다 싸게 공급받거나.. 혹은 아우디코리아나 아우디 딜러사에서 마진을 더 적게 받거나 하는 걸 겁니다. 하지만 관세, 특소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입니다. 게다가 누적세라는 우리나라의 특성이 가격을 부풀리는 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가격이 틀린 데에는 더 많은 요소가 개입됩니다. 만일 1년에 롤스로이스 매장에서 롤스로이스가 6대 팔린다고 가정해봅시다. 전시장 운영비용은 (임대료가 절대 싸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바) 직원의 임금과 임대료, 관리비등이 월 5000만원이 들었다면 6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겠습니다. 즉 대당 1억원의 마진을 붙여서 팔아도 겨우 똔똔? 인 겁니다.
어떤 한심한 기자가 이걸 지나가다 들으면 신문기사에 '수입 고급차 대당 1억 마진 ! 수입차 2만대 판매임에도 거품 여전 !' 이렇게 나오지요. ^^ 내용을 알만한 전문지 기자에게서는 이런 터무니 없는 말 안나오는데 꼭 사회, 정치면 기사 쓰다가 짬 내서 자동차 기사 쓰는 사람들한테서 돌아가면서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첨에 몇 번은 그 사람들한테 email 도 보내서 사실을 알려주곤 하다가 나중엔 계속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서 써대는 통에 포기입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 물건의 원가가 얼마가 들었나는 별로 관심 갖을 필요가 사실은 없습니다. 다만 내가 들인 값에 비해 충분히 Value를 누릴 것인가? 만 고민하면 됩니다.

책정된 값에 비해 만족스러운 이용을 할 수 있다면 구매하는 것이고 지불하는 값에 비해 적절하게 운행을 하여 누리지 못하겠다면 안사면 됩니다. 그게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입니다. 원가에 비해 마진을 적게 책정하면 살만한 경우입니까? 아니면 그 반대로 아주 좋은 물건인데 마진이 많으면 남 배부르게 하는 게 억울해서 안사는 것이 자기에게 유리한 행동입니까? 둘 다 이해가 안갑니다.

만일 아주 마음에 드는 10년된 올드카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차의 희소성을 감안하여 중고업자는 이 것을 3000만원에 매입하였습니다. 그리고 리스토어를 한 후 5000만원에 팔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법이 바뀌어 배기개스 허용치가 낮아져서 정기검사에 통과가 어려운 이유로 이제는 공로에서 주행이 어렵게 되었다면 ... 이 차를 들어간 비용이 아까와서 3000만원 이하로는 안팔겠다고 강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옳을까요?
- 당근 팔릴 수 있는 가장 높은 값까지 가격을 낮춰야죠. 들인 비용이 3000만원이지만 1000만원에라도 팔아야 합니다. 안그러면 영원히 못팔고 3000만원이 소모되고 말테니까요. 그러니까 가격이란 들인 비용에 대한 적당한 비율의 마진으로 책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경우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뒤집어 보면 소시쩍 부터 마음에 두었던 멋진 올드카를 중고차 시장에서 만났습니다. 색깔이나 상태 옵션등이 바로 마음에 두던 그 녀석입니다. 값이 얼마건 사고 싶습니다. 최근에 주식에서 재미를 봐서 아내 몰래 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업자는 5000만원을 부릅니다. 가뜩이나 가족용 차로 두리뭉실한 오토매틱의 SUV 만 타던 차라 이걸 사서 타면 인생이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얼마냐고 물어보고 정말 좋은 차라고 칭찬도 하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하며 이제나 저제나 기회만 노리는데 .. 어느날 갑자기 법이 바뀌었답니다. 그 드림카는 만약 구매한다면 차고에서 그냥 묵히다가 자동차박물관에 기증이나 해야할 판입니다. 이런 상황이면 ... 더 낮은 값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까? 아니면 들어간 원가 만큼은 주고 사야 맞는 건가요? - 이전에는 5000만원을 주고 사더라도 후회 없을 것 같았지만 자신의 활용에 제한이 걸린 관계로 지불하고 싶은 값은 1000만원도 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대안을 찾거나 구매하지 않는다.가 정답이지요. 값이 비싸다고 비난할 때에는 원가를 따지지만 값이 낮아질 때에는 사용성을 따지는 태도는 일관성이 없지 않습니까?

장황한 글을 썼습니다. 일단 국내 수입차 가격이 왜 그렇게 비싼 거냐? 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도 '비싸긴 비싸다' 입니다. 하지만 드리고 싶은 말씀의 핵심은 '딜러가 다 먹는 거냐?' 는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수입차 가격 거품(?)을 가장 탐욕적으로 먹고 있는 사람은 정부입니다. 임포터는 마케팅이라도 하고 딜러는 고객을 대상으로 전시장이라도 운영하고 서비스센터도 운영하지만 정부는 이 업에 대해 하고 있는 일이 없습니다. (딴지는 종종 겁니다만) 가장 많은 거품을 만들어 먹지만 기여도는 가장 낮은 구성원입니다. 그러니 이런 류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종종 나오겠지만) 나온다면 테드회원분들만큼은 표면으로만 받아들이시지 마시고 기사를 쓴 기자의 역량을 알아보시거나 논제를 꺼낸 사람의 수준을 판단하실 만한 사람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현명한 소비자들이 되셔서 즐거운 자동차생활들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