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스피드페스티발 시리즈 1전이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충분히 준비했다고 믿었는데, 예상치 않은 복병으로 인해 화려한 신고식을 치뤘답니다. 덕분에 추억에 남을 즐거운 레이스가 되었고.. 다음경기 준비에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공도에서 사용해보신 분은 많겠지만, 트랙에서는 전혀 새로운 특성을 보이는데.. 새로 공급되는 SPT 타이어는 그동안 사용했던 수프라와 많이 다른 성격을 보입니다. 컴파운드가 부드러워 세미 레이싱에 가깝지만, 마모는 천천히 진행되고.. 트레드 블럭은 2,3 회 스포츠 주행 후 부터, 손가락 한마디 만큼씩 뚝뚝 떨어져나갑니다. 방향성 패턴이 가혹한 횡G 와 싸우면서 숄더에 가까운 부분들이 점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지요.


준비과정에서 간과한건.. 타이어 대책입니다. 선두권 선수들의 경우.. 새 타이어를 경사진 언덕에 물을 뿌리며 좌우로 골고루 번아웃시켜 전체 지름을 줄이고, 마모가 진행될수록 트레드 블럭의 접지면적이 넓어지게 디자인된 SPT 를 다듬거나, 아예 일반도로에서 열화와 경화를 반복해 접지면이 단단해진 중고타이어를 구해 준비를 합니다. 일부 선수들은, 그냥 새타이어로 출전해 다음경기를 대비하고 랩타임을 양보하기도 하지요. 새타이어와 잘 마모된 타이어는 2초 전후의 랩타임 차이를 보여줍니다.


12년 전 투어링B 에선 금호 빅토레이서라는 세미슬릭을 썼는데, 스피드웨이 주행을 6타임 정도 달리면 마모상태가 적당해 졌었지요. 그 생각만 하고 연습주행으로 타이어를 만들려는 생각이 오산이였습니다. 트레드 블럭들이 떨어져 나가고 그루브를 중심으로 좌우 트레드면이 기울게 닳아져, 어지간히 마모가 되어도 경화된 타이어에 비해 새타이어만 못한 접지력을 보여주게 됩니다. '레이스는 타이어 싸움이다.' 할 정도로 이러한 새타이어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게 핸디캡중의 하나였습니다. 아뭏든.. 이러한 부족함이 있어 좋은 랩타임을 만들진 못했지만.. 결승에서의 노련함(?) 으로 예상 예선순위 4~6 위에서 치고 올라갈수 있다는 생각이였는데...


문제는 경깃날.. 아침 강변북로에서 발생했습니다.^^


오랜만의 출전이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꽃단장(?)하느라 조금 늦어, 7시가 조금 넘어 상암월드컵 근방의 집을 출발해, 강변북로를 쏘는 중.. 엄청나게 밟는 SM7 을 발견.. 이넘에 배틀정신 + 경기전 엔진웜업 차원에서, 바로 뒤에 따라 붙었지요. 서강대교를 조금지나 추월에 성공하고는.. 여유있게 룸미러를 보면서, 거만하게 목 스트렛칭한번 해주고, 5단에서 속도를 줄이며 4단 시프트 다운 하는순간.. "빠각빠각~" 하면서 기어가 들어가질 않는겁니다. " 뭐냐 이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다른 단수로 집어넣어 보지만, 기어노브는 중립위치에서 꿈쩍도 안하는 겁니다.





당황스러움이 밀려왔지만, 일단..달리던 탄력으로 비상등을 켜고 동작대교 진입로 왼쪽 가장자리에 빨간앙마를 바짝 붙혀 세웠습니다. 7시 40분부터 있는 메디컬체크와 드라이버 브리핑.. 경기출전을 포기해야 하는건가..하는 두려움이 일순간에 밀려왔습니다. 황급히 긴급써비스에 전화해 셀프로더를 불러달래고는.. 경기주관처에 연락해, 밋션이 고장나 늦을거 같다고 양해를 구하고는.. 망연자실 담배를 피워 물었지요.(아직도 못끊음.^^;;)








20분쯤 후 도착한 셀프로더에 빨간앙마를 질질끌어 실은 후, "어느 공업사로 갈깝쇼~" 하는 기사분의 주머니에 마넌짜리 두장을 찔러주며, " 무조건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로 갑시다~ 아자씨, 달려~" 를 외쳤지요. 사명감에 스티어링을 불끈 쥔 로더 기사님은, 전력으로 한남대교를 올라 고속도로로 향했지만.. 속도는 90에서 100 사이를 근근히 뽑아내며 달리더군요. 냠.. 담당자와 통화해, 드라이버 브리핑은 양해를 얻었지만.. 검차가 시작되는 9시반까지 빨간앙마를 고쳐야 하는데.. 스피드웨이 도착시간은 9시.. 몇몇 후배선수들과 통화한것만 생각하고, 셀프로더에 차를 싣고가는 제 모습에, 패독의 선수들이 동정할 줄 알았는데..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 엄청 부러워하는 표정들을 짓더군요. 흐.. 가만 생각해보니, GT 카들처럼 경기용차를 로더에 싣고오는줄 알았나봅디다. 남의 속도 모르공.. ㅋㅋ



검차장겸 KMRC 미캐닉 팀애리어에 클러치 케이블과 유압장치를 손봐줄것을 부탁하고, 황급히 메디컬 체크를 받고 돌아와 보니..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부분들은 아무이상이 없다는 겁니다. 으흐..  결론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얘기..

순간.. 지난 12월부터 차곡차곡  계획하고, 준비하고.. 연습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가슴이 텅~ 비어버리는 느낌이 들다가.. '절대 포기할수 없어..' 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는, 용인벌의 아는 인맥을 총 동원하여 수리할곳을 찾았습니다. 그 와중에.. KMSA 미캐닉 담당이랑 기아 인커스 밋션파트 연구원으로 있는 임성근님이 팔을 걷어붙히고 달라붙어 엔진룸과 페달밑을 왕복하며, 자기차처럼 방법을 찾고 있었지요. 감동..

스피드웨이 근처의 모든 팀공장은 전화도 안받고 모두 쉬는 날..
가까스로 이늠저늠한테 전화해서 얻은 전번으로 전화하니, 자기는 쉬는날이고.. 아마도 전대리의 허름한 카센타 하나가 열었을지도 모른다는 멘트만.. 흑흑.. 일단, 검차장에서 타이어마킹을 하고,  외출허가를 받은 뒤.. 예선은 포기하고 후미출발하겠다는 얘기를 하고는.. 여러선수의 도움을 받아 기어 1단을 넣은채 시동을 걸어, 1단으로 뽈뽈거리며 전대리의 허름한 카센타로 찾아내려갔습니다.

셔터가 빼꼼..반쯤만 열려있어 조마조마하면서 차를 세우고 들어가보니, 휴..미캐닉 한분이 있는데.. " 저기요~" 했더니.. " 저기없어요~" 그러는겁니다. "있잖아요~ 밋션 수리좀 할수있을까요..?" 했더니.. " 문 닫으려는 참인뎁쇼~" 그러더군요..  비굴모드로 급전환.. 생글생글 웃으면서 다가가 말했지요. " 저..오늘경기 꼭~ 출전해야거든요.. 흑흑 도와주삼.."

알고보니 이친구가, 유머감각이 출중해 장난으로 그랬던거였습니다.
얘기하다보니 마침 또 동갑이길래, 나중엔 어깨까지 툭툭치며 장난치면서, 장장 세시간에 걸친 밋션 수술에 들어갔지요. 클러치판이 아주..타서 바스러져있더군요..   경기장에 있던 클럽후배 선수들과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치더군요. " 어디계세요~ 경기장에 안보이고.." ㅡ,.ㅡ;;;



한시가 다되어 작업이 끝나고, 경기장 피트로 돌아갔더니.. 응원와준 많은 친구들이 와글와글 북적북적~   진심으로 걱정해줘서 정말 푸근하더군요. 피트 맨 가장자리에 빨간앙마를 세워놓고, 후배가 받아놔준 도시락응 꾸역꾸역 먹는데.. 잠시 서러움이..ㅎㅎ

그런데.. 제 차가 예뻐서인지, 엄청난 기자들이 제차옆에 레이싱걸을 세워놓고 정신없이 사진들 찍더군요. 속으로.. '좌식들.. 보는눈은 있어가지고..' 했지요. ^^ 잠시후 경기 준비를 하고, 빨간앙마에 올랐습니다. 예선 기록들을 보니, 3~5위 사이는 할수 있었는데...하고 아쉬운 마음이 조금 들었지요.



결승시간이 시작되고.. 트랙 인 하여, 한바퀴를 돌아 맨 뒤에 서기위해 마지막 코너에서 대기중인데.. 무섭게 생긴 썬그라스 오피셜 한명이 성큼 성큼 걸어오더니.. " 64번 선수분~ 트랜스폰더 안다셨죠?"  (계측장치)  헉... " 네..넘 황급히 준비하느라요.." 모기새끼같은 목소리로 대답하니, " 규정위반으로 결승 못뛰십니다.." 윽.. 숨이 콱~ 막히더군요.

" 오전 내내..밖에서 수리하고 왔습니다. 검차장의 싸인을 받았는데, 못 뛴다니요.. ? 조치좀 부탁 드립니다.."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소연했지요. ㅎㅎ 무전을 사무국과 주고받더니, 오피셜이 외치네요. " 피트로 가서 대기하세요. 모두 출발 후 피트 출발하시랍니다."  휴..

"네에~~~~" 하고 외치고는 뽈뽈거리며 피트로 들어갔습니다.
피트옆에서 쳐다보는 관중들.. 넘 챙피하더군요. ㅋㅋ 다른클라스 선수한명이 달려와 트랜스폰더 장착해주고.. 호흡을 다다듬었습니다. 벽때문에 스타트라인은 보이지도 않고 부릉부릉~ 시동을 거는 차들의 배기음이, 들려옵니다. 33 대의 클릭알이 모두 스타트 한뒤.. 피트쪽에 깃발이 올려지길래, 널럴하게 튀어 나갔지요.


3코너쯤 뽈뽈거리며 달려나가니, 후미그룹이 한무데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길래.. 요리조리 빠져들어갔습니다. 챌린지전은 신규 출전자가 많아, 아주 조심스럽게.. 울트라 초매너로 아무런 부담주지않고 추월해 나갔지요. 이렇게 배려심많은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자랑스러웠습니다. 중간에 룸미러에 제얼굴도 한번 비춰본거 같아요. ' 깜독.. 제법이야.. 너 멋져~'

마음은 마구 푸쉬하며 10위권안쪽으로 쑤시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오늘 견적은..더이상 나오면 안돼..를 반복하며, 마인드 컨트롤.. 열대정도를 추월하고, 강력한 라이벌을 만났습니다. 이친구는 아예 빽미러로 내가 진행하는 방향을 살피며 사생결단으로 블로킹.. ㅡ,.ㅡ+

버지에 빠져있는 몇대의 클릭과 추월한 댓수를 합하니 중간까진 온거 같아, 언제 CP를 향해 돌진해올지 모르는 라이벌의 예측할수없는 진로에 도박을 걸고싶지않아, 꾹꾹~ 참았습니다. " 쉬펄조펄~ " 큰소리로 욕하면서요..  ㅎㅎ 달리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게 아니라, 실컷 욕을 했더니, 기분이 좋아집디다. ^ㅡㅡㅡ^


우여곡절끝에, 34위로 피트출발해 20위로 경기를 마치고.. 패독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부터 당황도 많이 했지만, 한 열경기 뛰며 경험해볼 값진 사건들로 인해.. 아주 즐겁고 유익한 복귀전 신고식을 치뤘습니다. 다음경기에 도움이 될 많은 데이타도 얻었고요..  아주 하룻동안 버벅거리기로 작정했는지, 단체 사진 찍는중에 혼자 룰룰거림서 걸어다니다, 한 여기자분이.. " 사진 안찍으세요~" 그러길래 트랙으로 뛰어넘어가 "잠깐~!!!" 하고 외치는데.. 기자들은 다~등을 돌리고..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지네요. 흑.. 결국 단체사진에도 빠지는 결과가.. ㅋㅋ

달리는 동안은 즐거웠는데, 경기 스케줄땜에 진땀을 뺐던 하루였습니다.
2전엔.. 준비 더욱 철저히 해서, 꼭~ 포디움에 오를려고요.. ^^

응원해주신.. 김승철님, 박광전님, 백훈님, 최근혁님 외 모든분들.. 정말 감사했어요.


깜장독수리..